[만나봅시다-성교육 강사 구성애씨] ‘인간에 대한 참사랑이 무엇보다 중요’
[만나봅시다-성교육 강사 구성애씨] ‘인간에 대한 참사랑이 무엇보다 중요’
  • 이재훈 기자
  • 승인 200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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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성 아줌마’로 유명한 성교육 강사 구성애 씨가 강연차 우리학교에 왔다. 연세대 간호학과 출신으로 조산사로 근무하면서 3천여명의 아이를 받은 생생한 경험과 걸쭉한 입담으로 우리에게 성의 참뜻을 일깨워주고 있는 그녀를 만나보았다.

“안정적이고, 사색적인거 같아요. 저처럼 설쳐야하는 사람은 살기 힘들겠죠.” 포항공대에 온 느낌에 대해 물은 기자에게 처음부터 농을 던지는 그녀에게 이번에는 우리학교 남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문제, 즉 우리학교의 여성 성비가 매우 낮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동아리 활동이 중요한 거 같아요. 미팅이나 소개팅도 좋겠지만, 다른 학교를 가보더라도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확실히 틀리거든요. 채팅도 많이 하긴 하지만 살아있다는 느낌은 받기 힘들죠.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화합해 나가야 하는 지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요즘 여자들의 사회적 역할이 커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산업혁명 이전에도 여자들의 역할은 지대했어요. 산업시대나 그 이전에는 남성들이 생산을 이끌어가고 남성들 위주의 사회적 가치관이 지배적이어서 여성들의 역할이 빛을 발하지 못했을 뿐이죠. 하지만 지금은 소비가 생산을 촉구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여성들이 생산을 이끌어내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성들이 보다 창의성을 가지고 사회의 흐름을 안다면 여성들이 해야할 역할은 굉장히 많다고 봅니다. 그리고 요즘은 남성들도 성공하려면 여성성(性)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제는 여성들도 남성과의 대립적 사고보다는 리더가 될 수 있게 자신의 실력을 키우면서 남성들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사람들이 생명에 대한 개념이 없음이 안타까워 성교육 강사가 되었다고 한다. “간호학을 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농촌에 가서 애기 받으며 봉사하고 싶어서 조산사가 됐어요. 그 때 애기 받으며 드는 느낌은 이론하고는 정말 틀려요. 하루에 10여 명의 아이를 받아내면서 여러 가지를 보았어요. 엄마의 진통 후 애기를 받았을 때 흘리는 기쁨의 눈물, 아빠의 문제, 딸과 아들 낳았을 때 틀리게 나타나는 남녀차별의 문제, 미혼모 문제 등 생명을 둘러싼 인간의 문제를 병원에서 다 봤어요. 그러면서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애기들의 상황을 보며 안타까움, 기쁨같은 것들을 많이 느꼈어요. 그러다가 제가 노동현장을 가게 됐어요. 노동운동을 하며 공장가서 일하며 같이 생활을 하였는데 그 곳 여성들이 생명에 대한 개념 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피임도 모르고 임신과 낙태를 통해 몸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너무 안타까워서 그냥 한명 한명 붙잡고 설득하기 시작했죠. 그게 통했고 또 당시가 노동조합이 형성되기 시작되던 때라 조직적으로 그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노동조합 교육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대학에서 학생회가 조직되고 퍼지던 시기라 주로 학생회와 노동조합을 축으로 교육이 시작된거죠. 그러면서 상담도 많이 받게 되고 내용도 커지게 되고 연구도 하게 되었어요.”

구성애 씨는 남성들이 남자 위주로만 생각하고, 성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도 이를 고치지 않을 때 제일 화가 난다고 한다. 반면에 성폭행을 당한 어려운 사람들이 강연을 듣고는 새 삶을 얻었다며 고맘움을 전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단다.

벌써 성교육을 한 지 15 년째. CF를 통해 번 돈을 과감히 올바른 성문화를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내일신문 부설 성교육 센터의 소장으로, 교육부의 성교육자문위원회의 위원으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보았다.

“공학과 과학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사람들인 거 같아요. 사회발전과 함께 가야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철학의 기초가 인간관계, 인간의 규명인데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간에 대한 고민등을 소중히 여겨서 자신의 하고자 하는 학문과 접목시켰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