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엿보기-동창찾기 사이트 열기] 인터넷에는 다 있다
[문화 엿보기-동창찾기 사이트 열기] 인터넷에는 다 있다
  • 손성욱 기자
  • 승인 2000.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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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가기 좋은 사람, 싫은 사람

굳이 네티즌이 아니더라도 동창 찾기 사이트 ‘아이러브스쿨(http://www.ilove school.co.kr)’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페이지뷰 증가율을 보였던 아이러브스쿨이 요즘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사이트의 인기가 시들해지며 덩달아 동창회 열기도 조금 수그러든 느낌이다.

한동안 전국이 동창회 열기로 달아오르면서 거기에 편승하여 각종 유흥업소들의 매출도 급신장하였고, 각종 아류 사이트들까지 등장하게 된 원인인 ‘아이러브스쿨 신드롬’이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을 통해 잊혀졌던 옛 친구들을 만나 정을 나누고, 옛날의 추억들을 돌이켜 보자는 사이트의 의도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기발하여 단숨에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잘못된 모임 문화와 결합되면서 역효과 또한 나타났다.

아이러브스쿨을 통한 동창회를 꺼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창회가 의미없는 술자리로 끝나 지겹다고들 한다. 실제로 사이트 자체의 기술적인 보완점 외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옛 친구를 만나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것이 너무 단순한 일회성 음주모임으로 전락해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칫 인간관계 자체까지 그르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한 사이트 자체에도 상업화와 관련한 여러 대기업들의 알력 싸움이 존재했었고, 서버의 속도가 너무 느려 수백만 사용자들의 눈길에서 벗어나게 되는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을 통해 네티즌들이 스스로 자성하고, ‘우리의 것은 우리가 지키자’는 취지에서 이 사이트의 특정 대기업 인수를 반대하는 사이버 연대가 형성되기도 했으며, 그러한 투쟁 와중에 사이트 관리사측이 외부 매각보다는 자체 투자를 통한 사이트 지키기에 나서는 등 사이버 문화가 한단계 진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각종 아류 사이트들이 출현한 것은 물타기식 국내 상업전략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건전한 여론을 형성해 가는 긍정적 의미의 ‘안티’ 사이트를 등장시켜 역시 사이버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는 크다. 그 예로, ‘안티스쿨’ 사이트를 표방하여 개설된 ‘아이헤이트스쿨(http://www.ihate school.co.kr)’이 있다. 이 사이트는 말 그대로 학교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신랄한 학교비판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제도화된 교육의 틀에서 고통받는 신세대들에게 맘껏 소리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하루에 수백명씩 방문할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러브스쿨’에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활발한 움직임이 있다면 ‘아이헤이트스쿨’에는 현역 중고생들의 학교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가 더 많다는 점이 다르다.

‘아이헤이트스쿨’을 찾는 신세대들은 욕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인기코너 ‘A18’과 ‘교실이데아’에서 학창시절에 겪었던 불행한 기억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거침없이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쏟아붓는다. 마치 “학교? 너 잘만났다!”라는 기세다. 그러나 비판의 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안을 찾아서’ 코너에서는 과거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장이 열려있으며 수기공모와 함께 소모임 활동, 대안학교에 대한 논의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장단점들을 비교하여 굳이 해악을 따지지 않아도 지난 1년간의 ‘아이러브스쿨’의 족적은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의 형성에 커다란 한 획을 그었음에 분명하다. 그러한 만큼, 실제 문화와 연계하여 앞으로도 더욱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보통 네티즌들의 평범한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