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오춘석 캠퍼스 폴리스 순찰반장
[일촌맺기] 오춘석 캠퍼스 폴리스 순찰반장
  • 강명훈 기자
  • 승인 2009.10.14 0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귀중한 인재들을 지켜주는 것만도 가치 있는 일”

새벽 4시, 과제를 마치고 학생회관을 나오던 중 누군가 학생회관 문을 열고 순찰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묵묵히 순찰차에 올라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쪽이 찡해졌다. 포스테키안이라면 한번쯤은 회색 바탕에 빨간 줄무늬를 한 순찰차를 타고 학교 군데군데를 다니는 ‘캠퍼스 폴리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하러 방문했을 때에도 한참 순찰 중이었다고 한다. 마치 아버지를 보는 것 같은 인자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몇 년 전 해군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 캠퍼스 폴리스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는 오춘석(59세) 순찰반장을 만나보았다.

먼저 언제, 어떤 업무를 하는지 물어보았다. “매일 7시마다 교대로 순찰하고 있습니다. 학교 정문을 시작으로 공학관을 둘러보고, 그 다음 실험동ㆍ기숙사ㆍ교수아파트ㆍ철강대학원ㆍ생명공학관 등 교내뿐만 아니라 주변시설도 같이 순찰하고 있습니다. 불법주차를 단속하기도 하고 강의실에 들어가서 소등이 되어있는지, 컴퓨터가 켜져있는지 확인도 하죠. 그 외에도 중요시설을 점검한다든지 안전사고를 예방하거나 확인하여 조취를 취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광범위한 순찰구역에 깜짝 놀랐다. 그 넓은 범위를 혼자서 맡는 것일까? “순찰은 혼자서 합니다. 캠퍼스 폴리스는 주간순찰과 야간순찰 이렇게 2명이 있는데, 주ㆍ야간 당직은 고정된 게 아니라 한 차례 24시간 근무를 하면서 야간과 주간을 교대합니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에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간다.


우리대학 건물은 출입증이 없으면 출입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학생이 대다수다보니 도난이나 방화 등의 범죄를 크게 걱정할 일은 없겠지만,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는 사건이 생기기 마련이다. 순찰 중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힘든 점이 없지는 않죠. 가장 힘든 건 주차위반 문제인데, 사실 우리대학이 주차공간에 비해 차가 워낙 많이 다니다보니 불법주차가 많습니다. 외빈들이 많이 오는 국제관은 더더욱 그렇고요. 이걸 일일이 단속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갑니다. 행사가 있는 날에는 더욱 심해지곤 합니다. 급식차량처럼 어쩔 수 없이 길 위에 세워야하는 경우는 제외하더라도 일반차량들은 주차를 잘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차를 잘못하면 교통이 혼잡해질 뿐만 아니라 길을 지나가는 학생들도 위험해질 수 있거든요.” 지곡회관 앞은 도로뿐만 아니라 주차공간도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두 대 이상의 차량이 다니기에는 좁다. 이런 좁은 길에 차 한 대가 세워져 있다면 교통이 혼잡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 또한 순찰반장의 일이다.


그 외에 다른 점은? “오토바이 사고도 신경 쓰이는 일들 중 하나입니다. 매번 단속은 하지만 아직도 오토바이나 스쿠터를 타고 다닐 때 헬멧을 쓰지 않는 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헬멧을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 사고 시 부상을 입는 정도는 천지차이입니다. 가끔 단속받는 학생들이 헬멧이 불편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헬멧 착용의 중요성을 알아줬으면 합니다.”라며 학생들의 안전에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간 순찰 중에 술에 취한 학생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물론 많이 봤죠. 한 번은 통나무집에서 술을 너무 마셔서 지곡회관에서 쓰러진 학생을 119를 불러 병원까지 데려간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대학 학생들처럼 밤늦게까지 열심히 공부를 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어서 당연히 술을 마실 수 있지요. 그러나 술을 마시는 건 괜찮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마셔 몸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치 아버지가 자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캠퍼스 폴리스 사무소는 대학본부 1층 종합상황실에 있는데, 안에는 교내 곳곳마다 설치되어 있는 CCTV 화면을 볼 수 있다. 화면에 수상한 움직임이 눈에 띄면 순찰반장에게 즉시 호출이 간다. 외부에서 신고가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주로 들어오는 신고는 출입문에서 출입증을 인식하는 기계가 고장이 났다거나 은행 주위를 서성거리는 수상한 사람을 봤다거나 하는 것들입니다. 허위신고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웃음).” 신고가 잦으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신고가 많은 편이 도움이 됩니다. 신고를 하지 않아서 더 큰일이 생기면 곤란하니까요. 제가 미처 못 보고 지나친 것을 학생들이 신고를 해주어서 오히려 고마울 정도입니다”라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을 볼 때면 제 자식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걱정도 많이 되죠. 술을 마셔서 걷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볼 때는 안타깝기조차 합니다. 오토바이 단속을 할 때도 단속에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을 보면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과 같은 섭섭함도 느끼죠. 학생들이 미워서 단속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서 단속하는 건데 말입니다. 학생들이 사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뒷바라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사람들이 우리대학을 한국의 MIT라고 부르잖아요? 귀중한 인재들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말을 뒤로 하며 ‘POLICE’ 문구가 적힌 차를 타고 또다시 순찰을 떠난다. 실로 믿음직스러운 뒷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