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U (World Class University)
WCU (World Class University)
  • 김가영 기자, 박재영 기자, 정해성 기자
  • 승인 2009.10.14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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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을 벗어나 세계 속으로

2020년 세계 20위권의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POSTECH Vision 2020’. 이러한 우리의 도전에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 정부는 2008년 ‘세계적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 사업’을 시행하여 국내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과제 선정과정을 마치고 전국 대학에서 WCU 사업이 태동하기 시작했고, 우리대학 역시 이번 학기부터 첫걸음을 내딛었다. 준비된 대학의 인적ㆍ물적 자원과 철저한 사전준비로 자신 있게 출발했지만 세계 20위권 대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듯하다. 2020년까지 10년 남짓 남은 지금, WCU 사업이 비전 2020에 힘을 실어줄지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WCU 사업이란?

융ㆍ복합 분야의 세계적 성과 기대

교육과학기술부가 시행하는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 WCU) 육성사업에 우리대학은 <표>와 같이 ‘유형 1’에서 3개, ‘유형 2’에서 2개, ‘유형 3’에서 1개 등 총 6개 사업이 선정되었다<본보 271호(2008년 12월 10일) 보도>. WCU 사업은 세계적인 석학 유치를 통해 미래 국가 핵심 발전 분야의 발판을 마련하고, 후속세대를 양성하자는 취지로 2008년부터 시행되었다.


WCU 사업은 이ㆍ공학,  인문사회 분야 내에서의 융ㆍ복합 분야, 또는 인문사회와 이공학 분야 간의 융ㆍ복합이 가능한 분야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1,650억 원씩 총 8,25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사업 분야로는 △전공 및 학과 개설(유형 1) △개별 학자 초빙 지원(유형 2) △세계적 석학 초빙 지원(유형 3)의 3가지 유형이 있다.


전국 66개 대학이 총 477개 사업을 신청했으며, 그 중 131개 과제가 선정되었다. 우리대학은 외국 유명학자 초빙 및 연구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타 대학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전공패널 심사, 해외동료 평가, 종합패널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6개 사업이 선정되어 5년간 매년 149억 원을 지원받는다.


해외학자들을 전일제 교수로 채용하여 새로운 전공 및 학과를 개설하는 ‘유형 1’에서 △융합생명공학부 △첨단재료과학부 △정보전자융합공학부가 선정되었다. △융합생명공학부는 생체 내에서의 메소 생체구조 연구의 국제적 허브 구축을 통한 신학문 및 신산업 분야 창조 △첨단재료과학부는 첨단 기능성 신물질 시스템 기초 연구 △정보전자융합공학부는 유비쿼터스 오토노믹 시스템을 위한 IT 융합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총 60명의 교수와 23명의 세계 정상급 석학들이 초빙되어 공동연구와 강의를 진행한다. ‘유형 1’에 선정된 세 학과는 지난 5월부터 석ㆍ박사 통합과정 및 박사과정 신입생을 유치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기술개발 및 융ㆍ복합을 선도할 수 있는 해외학자를 전일제 교수로 유치하여 해외학자가 포함된 연구팀을 구성ㆍ운영하는 ‘유형 2’에서는 △초고기능성 친환경 자동차용 강재개발 연구팀 △나노-바이오-정보 융합기술을 위한 이론 및 전산과학 연구팀이 선정되어 공동연구가 진행된다.


세계 최고수준의 석학을 비전일제로 초빙하는 ‘유형 3’에서는 노약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휴먼 센싱 기술 개발이 선정되었다. 이를 위해 로봇 비전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인 미국 카네기멜론대 로보틱스연구소의 가나데 다케오 교수를 초빙하여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기술과 달리 미세한 표정을 과장된 표정으로 변환할 수 있는 모션 증폭 기술을 이용하여 미세한 표정도 읽어 낼 수 있는 이 기술은 노약자나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응용될 것이다.


한편, 적지 않은 국가예산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실효성에 대해서 사업 초기부터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기도 했다. 12개 우수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할 것으로 계획되었던 사업이 집행단계에서 지원 대학이 36개교로 늘어나면서 각 대학별로 투입되는 지원금이 줄어들어 연구예산 삭감과 연구사업 축소가 지적되었다. 우리대학 역시 당초 기대했던 규모보다는 지원 예산이 줄어들었지만, 자체투자 등을 통해 대학의 장기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여러 대학들이 역량 있는 해외학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연구역량이 국내학자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내학자보다 지나치게 우대하고 있어 국내학자의 연구의욕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학생 모집 또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많은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세 유형을 통틀어 초빙할 해외학자는 총 28명으로, 그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든 해외학자가 입국하여 현재 우리대학에 거주하고 있다. 2명도 조만간 충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연구비의 70% 정도가 투입되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학생모집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연중 4회 모집 중 2차까지 완료된 시점에서, 학부 졸업생이 거의 없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42명(총원 70명)을 선발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이번학기에 등록을 했다. 하반기에 치러지는 3, 4차 모집에서 나머지 인원도 충분히 충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백성기 총장은 9월 14일 전 구성원들에게 준 메시지를 통해 WCU 대학원 육성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나타냈으며, 이로 볼 때 앞으로 많은 성과가 기대된다.

 

  우리대학의 준비과정

  World Class를 위한 노력의 결실

WCU는 유명 해외학자들의 유치 및 교육ㆍ연구의 혁신을 통해 대학을 세계 유명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우리대학은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준비과정에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자했다. 연구기획팀에 따르면 WCU 사업을 준비하는 데에 동원된 대학원생 및 연구원의 수가 230여 명이라고 한다. 제안서의 작성이 대학원생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투자시간도 적지 않았으나 많은 대학원생들이 부족한 연구 시간을 할애해가며 노력과 열의를 다해 참여했다. 이와 동시에 교수들은 WCU에 소속될 교내 연구진 및 저명한 외국학자들을 초빙하는 데에 집중했다.


이번 WCU 사업의 경우에는 기존의 제안서를 작성하는 과정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보통 필요에 따라서 교수들이 자의로 뭉쳐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대학본부에서 대학원과정 학사조직 신설을 위해 담당교수에게 제안서를 작성할 것을 요청했고, 그에 따라 관련학과 교수들과 해당 연구실의 대학원생 및 연구원들이 모이게 되었다.


WCU 사업 계획이 발표된 시점부터 사전준비가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대학에서 국외 우수연구소를 벤치마킹하여 관련 연구소를 설립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WCU 사업 과제에 지원하고 그 후 학과 개설을 추진하려 했다. 즉, 해외의 유명대학 소속 연구소들을 파악하고 이와 비슷한 레벨의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 초기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WCU 사업이 초기 사업 홍보 때와 실제 사업 지원을 받을 당시의 평가기준과 진행방향이 바뀌게 되어 새로운 연구소의 개설은 취소되었다.


신설되는 정보전자융합공학부는 IT와 NT를 포함한 총 4개 분야의 전공교수들이 각자의 분야별 학자들과 접촉하여 총 8명의 해외학자들을 초빙했다. 홍원기 주임교수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IT와 관련된 3명의 학자들을 초빙했는데, 이전부터 공동연구와 같이 국제적 교류를 맺고 있던 외국의 석학들 중에서 특히 우수한 학자들을 선정했다고 한다. 홍 교수는 “국내로 들어오게 되면 4개월 이상은 지속적으로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학자들은 초빙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내에서의 연구 활동이 가능하고 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함께 연구하고자 했던 석학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또한 “유치된 학자들을 통해 IT 분야와 포스텍, 그리고 우리나라의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초빙된 교수들은 현재 강의ㆍ지도 및 공동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자료의 수집 및 해외학자 초빙과 같은 사전준비 작업들이 끝나고, 참여교수들이 결정되고, 정부에서 세부 시행계획과 제안서 양식이 나온 이후 지난 8월 초부터 본격적인 양식에 맞춘 서류작성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작성된 서류는 8월 중순, 모든 내ㆍ외국인 학자들의 연구실적을 정리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업적을 조사하고, 최근 논문의 경우 정부에서 정한 계산방식에 따라 논문편수 및 인용도를 계량화하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졌다. 연구실적이 정리된 이후에는 참여교수와 대학원생 1명씩이 차출되어 1박 2일간 밤샘작업으로 여러 번에 걸쳐 제안서를 작성했다. 제안서에는 지금까지 이뤄온 연구 성과뿐만 아니라 앞으로 연구할 방향, 실제 학과 운영, 그리고 학제간 융합과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와 커리큘럼 및 학과 운영계획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학과 운영이나 학제간 융합과정 등의 사안들은 대부분 참여교수가 직접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지원보증 서류와 예산관련 서류를 추가하여 제안서의 작성이 완료되었다.


첨단재료과학부 신설 준비과정에 참여한 화학과 통합과정 윤민영 씨는 제안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화학ㆍ재료ㆍ물리 연구 분야들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융합을 이룰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과, 제안서의 분량이 많지 않아 여러 가지 다양한 연구에 대해 짧게 묘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꼽았다.


또한 WCU 사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밝혔다. 타 대학에서 실시되는 WCU 사업에 대해 “WCU 사업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대학도 많겠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세계적 유명대학을 만들고자 했던 본래의 취지가 변질되어, 유명학교끼리의 이른바 ‘나눠먹기’가 되어버린 것이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되었던 사실입니다. 또한 초빙되어 온 학자들은 WCU 사업에 큰 관심이나 열정 없이 국내에 잠깐 머무르며 겸임교수 정도의 일을 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쉽습니다”라며 시행과정에서 생긴 문제점들을 집어냈다.


뒤이어 “우리대학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오신 일부 교수님들은 본국의 직책을 완전히 버리시고 100% 우리대학을 위해 국내로 들어오셨으며, 실력 또한 모두 훌륭하십니다. 힘든 준비과정을 거쳐 새로운 학과를 만들어냈으니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제대로 운영해나가며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노력해봅시다”라며 WCU 사업의 미래를 밝게 예측했다.


첨단재료과학부는 △Emergent materials △Self-assembled nano hybrid materials △Self-assembled soft materials △Emerging device systems 등 4개의 팀으로 구성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사업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나노구조체와 같은 신물질의 합성에 중요한 기초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등과 같은 세계적인 저널에 총 28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10여 편의 논문이 <Nature Materials> 등의 저널에 투고되어 심사 중에 있다. 8개월이 지난 현재 전체 연구계획 대비 진척율이 30%인 것으로 자체평가했다.


정보전자융합공학부의 최종연구 목표는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U-Health 및 U-Environment 관련 산업 개발 및 역량 증대를 위한 목적형 IT, Nano, Bio 융합연구에 있다. △근거리 무선전송 기술 △MAC 포로토콜 및 다중 센서시스템 선행 연구 △나노 센서/시스템 개발환경 구축 △진단 바이오마커 개발용 데이터융합과 인간 단백질체 기능네트워크 구축 등의 분야에서 8편의 논문을 국제저널에 발표했다.


융합생명공학부는 생체 내에서의 메소 생체구조 연구의 국제적 허브 구축을 통한 신학문 및 신산업 분야 창조 과제로 5개의 세부과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단의 연구결과들이 참여교수들의 연구(논문작성)와 학술활동(초청강연ㆍ학술대회)에 반영되고 있고, 현재까지 4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우리대학의 기대효과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

WCU로 우리대학은 많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WCU라는 이름 그대로 우리대학이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리란 기대가 크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대학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국제화 지표, 비전 2020, 그리고 그 외에 WCU의 정책으로 거둘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대학은 지난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작년보다 한 단계 낮은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학평가에서도 우리대학이 가장 취약했던 점은 국제화 부문이었다. WCU로 우리대학의 국제화 부문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먼저 △외국인 교수 비율 △외국인 학생(학위과정) 비율 △해외파견 학생 비율 △외국인 학생(교환방문) 비율 △영어강좌 비율로 이루어진 모든 항목의 국제화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각 항목별로 살펴보면 WCU로 우리대학은 28명의 외국인 교수를 유치했으며, 외국인 학생 비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해외석학이 짧게는 4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학생들의 지도교수가 되는데, 이들이 해외로 다시 나갈 때 학생들은 몇 달간 대학 또는 연구소에 동행하여 연구를 할 수 있다. 이는 해외파견 학생 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WCU로 영어강좌도 30강좌 가량 개설된다고 한다. 36개 대학이 WCU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이미 국제화 부문에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학들도 일부 같이 지원을 받는 상황이지만, 대학의 규모에 비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우리대학의 국제화 부문에서의 큰 도약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대학은 2006년 개교 2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2020’을 발표한 바 있다. WCU가 이 목표를 앞당기는 데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단일학문으로는 더 이상 많은 발전을 하기 힘든 최근에는 학문의 융합과정이 연구 분야에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이에 학문의 융합을 통해 연구 분야에서 큰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과거의 BK사업이나 누리사업도 학문의 융합을 촉진하고자 했지만 다소 형식적이었고, 융합학문의 이름으로 3개의 학과를 신설한 WCU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에 반해 이번 WCU 사업은 주임교수 간의 상의를 거쳐 실제로 융합된 3개의 학과를 신설했다. 각 학과에서는 분야별로 최고로 알려져 있고 학문 융합에도 의욕을 가진 교수가 연구실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런 학문융합을 통해 1차 년도가 끝나는 5년 후에는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수준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전 2020의 목표인 세계 20위권 대학에도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사항 외에도 우리대학이 WCU의 정책으로 거둘 수 있는 부수효과도 많다. 하나의 사례로, 10여 년 전 우리대학에서 10억 원이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당시 우리대학에는 그 장비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구입이 무산되었다. 하지만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해외학자를 WCU를 통해 유치하여 이 장비를 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구에 참여하는 교수ㆍ학생들은 이 새로운 첨단장비를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해외석학의 귀국에 동행하는 해외파견 학생들이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면서 학생들의 수준이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