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상담실 - 항상 저를 괴롭히는 외로움
미니상담실 - 항상 저를 괴롭히는 외로움
  • .
  • 승인 2009.05.06 2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슬아(가명)라고 합니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고민이 있어 ‘미니상담실’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제 고민은 바로 친구들과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나 항상 저를 괴롭히는 외로움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곳으로 대학을 오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외로움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새롭게 만나게 된 친구, 그리고 선배들과 몰려다니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잊고 살았거든요.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차 각자 관심사가 달라지고, 공통의 주제가 없어지면서 ‘저 사람은 나와 달라’ 라는 생각에 대화를 기피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나와 소통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늘 저를 괴롭힙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군중 속의 고독을 느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는 본질적으로 혼자이고, 외로움이라는 것은 어쩌면 인간 본연의 성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 요즘은 제가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길

  인간이기에 갖는 감정··손톱아래 가시 같아

소속과 사랑의 욕구 충족될 때 존재감 느껴 

안녕하세요? 슬아님. 학생상담센터입니다.
먼저, 슬아님의 고민을 함께 살펴볼까요? 외로움이군요. 외로움이란 우리가 인간이기에 갖는 감정이지만 손톱 밑에 박힌 가시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잊어버리고 생활하다가 어느 날 문득문득 신경망을 타고 들어오는 손톱 밑 가시가 주는 통증과도 같은 감정이지요. 그래요. 슬아님이 느끼는 그 통증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쓰리고 성가셨으면 ‘우리 모두는 본질적으로 혼자이고, 외로움이란 인간 본연의 속성’이란 생각으로 아픔을 덜어내려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인간은 사람들 속에서 마음과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단계를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사랑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제시했습니다. 하위 두 단계의 물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사회적 욕구 즉,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추구하게 됩니다. 가족·교회·분반·동아리·친구 등 크고 작은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을 받으면서 소속과 사랑의 욕구가 충족될 때 자기 존재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외로움·불안·우울 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슬아님이 느끼는 외로움은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겪는 외로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리적으로는 포스테키안이지만 심리적으로는 기숙사의 같은 방 친구, 같은 학과 친구 또는 동아리 친구나 선·후배와 연결된 끈이 끈끈하지 못해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슬아님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는지 나와 가슴으로 소통하는지를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시 ‘저 사람은 나와 달라’라는 성급한 단정으로 대화를 기피한 것이 오늘 내가 느끼는 외로움을 만든 것은 아닐까요?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섭섭해 하기 이전에 나는 저 친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생각해보고, 나는 가슴을 닫은 채 상대방이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관심사와 목표도 달라지고 공통주제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화에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대화와 마음을 나누는 대화가 있습니다. 나와 공통으로 나눌 정보가 없다고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손을 내밀면 나와 같은 또 다른 누군가가 내민 손과 맞닿게 될 겁니다. 처음 손을 내밀었을 때 아무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고 불평하면서 성급히 팔을 굽혀 주머니에 넣지 마세요. 성급히 넣어버리면 나와 같은 누군가가 손을 뻗었다가 그 역시 실망할 거니까요.  

슬아님, 편견 없이 먼저 가슴을 열고 손을 내밀면 다른 사람과 정서적 친밀감이 형성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속한 사회에서 최선을 다할 때 주위 사람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꽃피울 때, 즉 자아실현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나의 삶에 대한 외적인 성취감뿐만 아니라 내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현재의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하고 더 큰 미래를 위하여 자아실현으로 가는 첫 걸음을 옮기는 슬아님을 기대해봅니다.

학생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