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 저런얘기-통나무집 터줏대감 김옥희씨] 통나무집을 찾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
[이런사람 저런얘기-통나무집 터줏대감 김옥희씨] 통나무집을 찾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
  • 손성욱 기자
  • 승인 200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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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학생 중에 통나무집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행사의 뒷풀이 장소이자 친구들과 함께 잠깐 들러 시원한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서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포항공대만의 최고 명소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학생들 곁에 가까이 있는 통나무집에서 주방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옥희씨를 만나보았다.

김옥희씨는 91년부터 시작해 통집에서 벌써 10년째 일하고 있다. 지난 2월에서 3월 사이 한달간 지곡회관 야식장의 근무조장으로 일한 적도 있지만 그 외에는 줄곧 통집에서만 일한 터줏대감이다. 그의 일과는 오후 4시 30분 출근으로 시작된다. 출근하자마자 통집에서 판매되는 각종 안주의 재료와 식기를 준비하고는 잠깐 저녁식사를 하고 바로 손님맞이 준비에 들어간다. 현재 통집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를 포함해 모두 네 명으로, 각기 안주 준비와 식기 세척 등으로 눈코뜰 새 없게 된다. 물론 근로 학생들이 도울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주방 내의 업무를 네 명이서 모두 처리해야 하므로 상당히 바쁘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덧 통집이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 온다. 예전엔 12시까지였지만 근래 들어 영업 시간이 1시까지로 연장되었기 때문에 김씨의 귀가시간은 더욱 늦어졌다. 귀가 후 잠이 드는 시간은 대략 3시 정도로, 이러한 이유로 보통 오전시간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어 쉰다고 한다. 그러나 집에서는 그 역시 평범한 가정주부. 오후가 되면 집을 비움으로써 생긴 가사를 돌봐야 한다. 늦은 귀가 때문에 가사와 가족들에 대해 소홀한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학교에 가야 하는 나이의 자녀도 없는 등의 이유로 해서 별 어려움은 없단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동안 한 곳에서 일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냐는 질문에 어떤 일이든 모두 힘들 것이라며 조장으로 일하면서 주방 일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지만 지위 덕에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히 편하게 일한다거나 그러한 책임 때문에 더 어려운 점 없이 모두가 함께 고생하고 힘들다고 했다. 늦은 시간에 장시간동안 일하기 때문에 매우 힘들 것 같은데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손님이 뜸한 시간이 있으면 잠시 앉아 쉴 수 있고, 또 요즘같은 겨울철에는 봄이나 여름에 비해 통집을 찾는사람이 적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롭다고 한다.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듯, 사람이 술을 마시면 본 모습이 드러나게 마련인데, 10년간 보아 온 학생들의 모습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하자 칭찬이 쏟아져 나온다. “아무래도 외부 사람들과는 많이 틀리죠.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운다거나 하는 것도 학생들끼리 그냥 웃고 떠드는 선에서 그치고 그 안에서 모든 일을 책임지니 난동이 일어나거나 했던 적은 없어요. 손님들을 보면 이 사람이 포항공대 학생인지, 아니면 다른 대학 학생이 놀러온 것이거나 외부 사람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요. 포항공대 학생들은 아무리 봐도 순수한 면이 있거든요.” 절대로 포항공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면서 웃음짓는다. 또한, 학교의 특성상 학생 외에도 교수나 외국인이 많은데 교수님들이야 당연한 것이고 외국인들도 학생들과 비슷해서 다들 교양있고 분별있기 때문에 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며 역시 칭찬이 끊이지않는다.

복지회 매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그 역시 학생들을 단순히 손님이 아니고 친가족, 자녀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자주 와서 안면이 있는 학생에게는 안주가 남으면 조금 더 주기도 하고 오랜만에 보는 학생이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지만 자신이 운영자가 아니라서 주고싶은 만큼 줄 수 없어 아쉽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웃으며 학생들에게 외부 주점보다는 값도 싸고 분위기도 있는 교내의 통나무집을 많이 이용해달라고 부탁하는 그에게서 어머니같은 포근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