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상담실 - 잃어버린 열정을 다시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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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상담센터
  • 승인 2009.09.2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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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으로서 주체성ㆍ자율성ㆍ책임감 키워야

잃어버린 열정을 다시 찾아주세요

안녕하세요? 용기를 담아 미니상담실의 문을 두드려봅니다. 저는 ○○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유리(가명)라고 합니다. 요즘 저는 길을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저는 ‘대학입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살아왔습니다. 늦게까지 이뤄지는 보충수업과 학습에 대한 부담이 저를 괴롭혔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자 마음 한 곳이 텅 비어버린 기분이 듭니다. 목표가 사라져 버려서일까요? 동아리 활동, 학과 공부 등에 열정을 쏟으려고 해도 예전에 가졌던 뚜렷한 목표와는 비견할 수가 없어서인지 그와 같은 열정이 솟아나질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했던 노력의 1/10만 해도 과 수석한다’라는 말이 실감이 나네요. 제가 다시 그런 열정을 찾을 수 있을까요?

대학생으로서 주체성ㆍ자율성ㆍ책임감 키워야

안녕하세요~ 유리님, 상담실에 보낸 글 잘 받았습니다. 유리님 고민을 들어보니 예전 같은 열정이 없어 답답하기도 하고,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무력감이 들기도 할 것 같네요.
유리님 얘기처럼, 우리나라 고등학생 대부분은 입시에 매달려 대학입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교공부, 시험, 학원을 맴돌며 짜여진 틀에 따라 쉴 틈 없이 생활합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찾거나, 삶의 의미와 꿈을 찾고 인생을 계획해 보기가 쉽지 않지요. 그렇게 대학을 목표로 전력투구해서 입학하고 나면 허무감이 들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도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목표상실로 허무감을 느끼는 것처럼요.
그런데 대학입학 후 유리님처럼 대학생들이 겪는 ‘텅 빈’ 느낌은 일반적인 목표상실로 겪는 허무감보다 좀 더 큰 문제입니다. 고등학교 때와 달리 갑자기 변화된 대학 환경에 부딪히면서 여러 가지 혼란을 겪기 때문입니다. 짜여진 시간표에, 정해진 반 친구들과, 정답을 잘 암기하기만 하면 됐던 수동적이고 타율적인 고등학교 생활방식은 더 이상 대학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원하는 과목으로 학교 시간표를 짜야하고, 그 외에 갑자기 많아진 자유시간도 자신의 가치와 인생목표에 따라 채워 나가야합니다. 학업도 교수님이 모든 것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궁금한 것을 찾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알아서’ 공부해야합니다. 시공간이 확장되고 선택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함께 지낼 친구도 자신의 개성과 특성에 맞춰 적극적으로 찾고 관계 가꾸기 노력을 해야 혼자가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활의 많은 부분을 외적인 힘에 의지하다가 갑자기 한꺼번에 모든 것을 스스로 통제해야 하는 자율과 책임이 주어지면 일종의 아노미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생활방식, 규범, 가치체계로는 새로워진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새로운 생활방식, 내적 태도, 가치관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또 고등학교 때 덮어두었던 수많은 과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대인관계, 학업, 자기 탐색, 인생설계…. 때문에 대학에서 고등학교 때와 같이 대학입학이라는 단순하고 막연한(?) 목표를 가지고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기’란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대학생활, 특히 학업에서 열정을 가지려면 위에서 얘기한 입시 후유증을 극복하고 수동성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대학생으로서 자기 정체성 확립’이 중요합니다. 내가 대학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이 학과ㆍ전공을 무엇 때문에 선택했나, 정말 흥미있어 하는 학문인가를 돌아보십시오. 다들 대학에 가니까, 부모님이 가라고 하시니까, 사회에서 요구하니까 당연히 가는 것으로 알고 진지한 자기 고민 없이 선택한 것은 아닌지. 어떤 결정이든 필요한 만큼의 방황과 고민, 성찰을 거쳐 스스로 인정한 것이었을 때 열정을 내게 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의미와 목적이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대학생활의 출발은 나의 의지로 이곳에서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 인생의 목표와 장단기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는 내 삶의 의미와 목표가 무엇인지 나만의 가치들을 세워나가는 과정이 됩니다. 사회에서는 어떤 직업과 역할을 담당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은지, 여가 생활과 삶의 방식은 어떠했으면 좋겠는지 등 자기가 원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다보면 대학생활 동안 목표가 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각자 삶의 의미와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대학생활의 목표도 다를 수 있겠지요. 어떤 친구들은 학업을 지속하기 위해, 혹은 취업을 하기 위해 좋은 학점을 따는 것이 최우선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친구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기 탐색을 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최우선일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시간관리를 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고 싶은 욕심에 바쁘게만 살게 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시간관리를 못한 결과는 즉각 나타나지 않고 한 학기나 일년이 지난 뒤에 나타나게 됩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가 그 만큼 나오지 않으면 열정이 꺾이게 마련입니다. 자신의 목표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할당을 하기 바랍니다. 여기에서 하고 싶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결정한 것을 포기하는 법도 배워야겠지요.
마지막으로 관계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 바랍니다. 대학에서 얻을 수 있고, 얻어야하는 큰 즐거움 두 가지는 배움의 즐거움과 사귐의 즐거움입니다. 교수님ㆍ선배ㆍ친구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사귀며, 함께 공부할 기회들을 만들어 보세요.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가치관ㆍ세계관들을 배우게 되고, 서로 다름을 인식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함을 찾고 만들어가게 됩니다. 또 스터디 그룹이나 학문에 대해 토론할 기회들은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학문에 대한 열정을 식지 않게 해주는 연료가 될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와 같은 마음으로 그때의 열정을 찾으려하기보다, 한 단계 더 높이 올라서서 정체성과 삶의 목표를 세우고 적절한 시간관리와 관계를 통한 배움에 힘써 보세요. 그러면 고등학교 때보다 더 큰 열정과 한층 더 성숙된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을 것입니다. 유리님,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을 향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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