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을 위한, 대학원생에 의한 커뮤니티
대학원생을 위한, 대학원생에 의한 커뮤니티
  • 박재현 객원기자
  • 승인 2009.09.2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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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에는 총학생회ㆍ총여학생회ㆍ기숙사자치회 등 학부생을 대표하거나 학부생의 여러 가지 활동을 대변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포스비나 이슬비와 같이 학부생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도 있다. 하지만 대학원생과 관련된 단체나 커뮤니티는 각 학과 내 소규모 동아리 활동을 제외하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 글에서는 대학원생 총학생회, 연구정보 공유 포탈, 졸업생 네트워크 등 현실적으로는 어려울지 몰라도 필요하다고 파악되는 대학원생 단체 또는 커뮤니티를 조망해보았다.

대학원 총학생회

원생들의 의견 개진할 수 있는 통로


현재 우리대학에서는 TPL(Talk Play Love)라는 이름하에 제23대 총학생회가 활동하고 있다.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서 총학생회는 올바른 학습문화의 정착, 학생의 복지 향상, 여론수렴, 타 대학과의 교류, 각종 기획 사안의 추진 등의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았을 때 학부생에 의해 선출되고 구성되는 기구이기 때문에 대학원생을 위한 총학생회라고 보기 어렵다. 연구중심대학으로서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숫자가 많은 우리대학에서 대학원생에 의한, 그리고 대학원생을 위한 대학원 총학생회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는 논의해 볼만한 문제이다.
실제로 대학원 총학생회가 있는 대학교의 사례를 보면, 대학원 총학생회는 보통 학술활동 지원, 등록금, 장학금, 연구 환경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올해가 47대로 역사가 비교적 오래된 연세대의 경우, 대학원 총학생회를 통해서 대학본부와의 등록금 협상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학기 단위로 신청자에 한해 논문을 심사하여 장학금을 지원하는 학술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AIST 대학원 총학생회는 연구 환경 실태조사를 하는 등 대학원생의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그 밖에 경희대ㆍ중앙대 등 다수의 학교에 대학원 총학생회가 있으며, 이들은 모두 대학원생의 권익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만약 우리대학에서 대학원 총학생회가 발족한다면 연구 환경 개선이나 대학원생 복지와 같은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대학에 비해 재원 처리 방식이 투명하고 등록금이 싼 데다 조교장학금 형식으로 등록금과 생활보조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장학금이나 등록금 측면에서는 문제가 적을 것이지만, 개별 연구실 단위에서 해결하기 힘든 연구 환경 개선이나 복지 관련 이슈는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우리대학은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발생되는 문제가 적지 않다. 현재 대학원생 기숙사 관련 안건의 경우, 대학원생을 대변할 이렇다 할 기구가 없기 때문에 학부 기숙사자치회에서 조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학원 총학생회가 필요한 현실적인 이유는 기본적으로 학교 측에 대학원생들의 의견을 개진할 만한 통로가 없다는 데에 있다. 우리대학의 심의기관인 대학평의원회와 같은 곳에 조금 더 체계적으로 대학원생의 의견을 반영하려면 대학원 총학생회와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 지금은 대학원 총학생회가 없기 때문에 주로 학과별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때그때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동안 우리대학에서 대학원 총학생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이루어져 왔을까? 작년에 원총 준비위원회가 발족되었고 이로부터 대학원 총학생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학교의 교칙을 바꾸어야 하는 문제와 결부되었기 때문에 일단 학생지원팀을 통해 관련 안건이 제출된 상태이고, 추후 교수평의원회*대학평의원회 등 교내 여러 심의기관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소수의 노력이 그저 움직임만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여러 대학원생들이 대학원 총학생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정보 공유 클럽

연구정보 교류..시너지 효과 기대

우리대학은 국내에서 연구중심 대학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현재 교수진을 비롯하여 수많은 연구원들이 있는데, 연구를 수행하는 데에 있어 연구정보 교환이 활성화된다면 양질의 연구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은 두말할 것도 없다. 각종 학술대회나 저널도 서로 다른 연구자에 의한 연구내용을 공유한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으며, 학제 간 협력 연구와 산학협동 연구 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일부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인터넷 연구정보 포탈에 관한 관심이 대두대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대학과 관련된 연구정보 포탈의 좋은 사례로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postech.ac.kr)를 들 수 있다. 한국과학재단과 우리대학 지원으로 설립된 생물학연구정보센터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물 관련 정보의 체계적인 집적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국내 생물학자 간에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마련하는 데에도 중요한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정보교류를 활성화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BRIC(Biolo 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으로 더 잘 알려진 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서는 황우석 논문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광우병 관련 이슈가 논의되는 등 젊은 과학자들 간 정보교류가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연구정보 공유 포탈의 대표적 사례인 BRIC(좌)과 하이브레인넷.

그밖에 연구 자체의 내용에 대한 교류는 아니지만 교원 채용정보, 임용 및 진로 상담 등 연구와 관련된 부수적인 정보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예로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을 들 수 있다. 1996년 창원대의 한 연구실에서 교수초빙과 관련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이래로 시작되었으며, 2004년에는 벤처등록 및 사업자등록을 거쳐 본격적인 연구정보 포탈로 성장했다.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현직 교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계층이 접속하며, 학술정보가 활발하게 교환되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학업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대학원생의 경우 현직에 있는 교원들의 상담을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타 커뮤니티에 비해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대학의 경우 생물학연구정보센터를 포함하여 다양한 연구정보 포탈이 존재하지만, 하이브레인넷과 같은 통합적인 연구정보 포탈은 아쉽게도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각 학과 또는 연구 분야별로 개별적인 연구정보 사이트들은 산재해있는데 반해, 여러 학과를 망라하는 학제 간 연구정보 공유 포탈은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두 사례는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박사후연구원ㆍ교수들까지 활동하는 연구정보 커뮤니티로 볼 수 있다. 만약 서로 다른 분야에 몸담고 있는 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연구정보를 편하고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포탈이 학내에서 만들어진다면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졸업생과 인적 네트워크

짧은 역사의 소수정에 대학에서 절실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존재하지만,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한 가지 요소임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대학이 타 대학에 비해 가장 취약한 부분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 인적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개교 20주년이 지난 신생대학으로서, 그리고 한 학년에 300명밖에 안 되는 소수정예 대학으로서 아직까지는 졸업생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리더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적 네트워크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겠지만, 특히 졸업생과 재학생 간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할 수 있다.
현재 각 학과별, 연구실별로 ‘홈커밍 데이’를 실시하고 있다. 주로 일 년에 한 번 정도 졸업생ㆍ재학생과 교수 들이 함께 모임을 갖고 친목을 도모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진로문제와 같이 재학생 입장에서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다양한 현업에 종사하는 졸업생의 의견을 들어보기가 어렵다. 진로나 사회생활에 관한 상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졸업생-재학생 커뮤니티가 존재한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일례로 알리미 홈페이지(alimi.postech.ac.kr)에는 진로상담 코너가 있어서 재학생들이 우리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확장하거나 벤치마킹하여 졸업생이 재학생의 진로상담을 도와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졸업생-재학생 인적 네트워크가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에게도 절실히 다가오는 이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대학에서 졸업한 학부생의 60~70% 가량이 대학원으로 진학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학내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의 사회진출이 더욱 임박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졸업생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또한 학부생에 비해 깊이 있는 전공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학부생에 비해서 선택의 폭이 적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비슷한 전공 분야의 사람들 간 인적 네트워크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데, 관련 전공 분야의 졸업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물론 전공 분야와 관련하여 개별 연구실 단위로도 인맥이 있겠지만,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참여하는 체계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아리 활동

다양한 취미활동 지원 필요

우리대학에는 공연ㆍ전시ㆍ취미ㆍ학술ㆍ체육ㆍ봉사ㆍ종교 등 다양한 분과에 해당하는 50여 개의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서울이나 기타 대도시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일반적인 대학과는 달리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수의 학생들이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며 동아리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학원생의 동아리 활동은 쉽지 않은 편이다. 학부생들이 주축이 되는 동아리들은 학생회칙에 의거하여 동아리연합회를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 동아리의 경우 공식적으로 활동을 인정받고 여러 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그나마 대학원생이 학부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동아리연합회에서 관리하는 문건에 공식적인 동아리 회원으로 등록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대학원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축구ㆍ야구 등의 운동이나 아카펠라와 같은 취미 활동을 같이 하는 학생들이 모여 소모임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개 학과 단위로 모임이 결성되며, 간혹 학부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던 학생들이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며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학과에 따라서는 산업경영공학과처럼 학과 내 대학원 자치단체에서 소규모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소모임의 경우 구성원들이 스스로 모든 경비를 마련하고 있다. 종합하여 말하자면, 대학원생들의 동아리 활동은 찾아보기가 힘들뿐 아니라, 있다고 하더라도 학부 동아리와 같이 풍부한 제반 지원 없이 소수의 학생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대학원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대학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면 많은 효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학술 동아리의 경우 학부생에 비해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학제 간 연구가 가능하고, 소속된 대학원생 개개인의 연구와 결부되면서 논문 실적 등의 연구 성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창업에 관심이 있는 대학원생들이 모여서 창업 동아리를 결성하게 되면 졸업 후에 세부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창업하는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 또한 영어논문 작성, 프리젠테이션 등 대학원생의 연구와 관련이 있는 부문의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되면 대학원생의 연구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밖에 운동ㆍ공연ㆍ종교ㆍ봉사 등 다양한 취미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연구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우리대학에서 대학원생 동아리 활동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여러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다소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우선, 학부 동아리의 경우 총학생회의 학생회칙을 통해 동아리연합회의 이름으로 다양한 제반 지원이 이루어진다. 대학원의 경우에는 대학원 총학생회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학부와 같은 시스템으로 동아리를 지원하는 것이 힘들다. 그리고 대학원 총학생회만 없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뒷받침해줄만한 여타 자치단체가 전무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대학원 동아리가 없는 것을 학교 당국의 책임만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연구하느라, 논문 쓰느라 바쁘지만 대학원생들 스스로 관심 가지고 신경 쓰지 않으면 앞으로도 대학원 동아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길은 소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