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H1N1)의 정체와 대책
신종 인플루엔자(H1N1)의 정체와 대책
  • 성백린 /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 승인 2009.09.2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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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바이러스 신약개발 절실…향후 10년 내다보는 장기대책을
▲ 3종간 유전자 재조합에 의한 신종플루의 발생 모식도.
얼마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신종’플루는 타입으로 분류할 때 신종이라기보다는 구형에 가까운 바이러스이다. 발견된 순서로 숫자를 붙이기 때문에 H1N1형은 가장 먼저 발견한 아형에 속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1930년 초에 처음 발견한 바이러스는 H1N1형, 1957년 아시아독감은 H2N2형, 1968년 홍콩독감은 H3N2형, 1997년부터 인체감염을 시작한 조류인플루엔자가 H5N1형이라는 식이다. 이보다 앞선 1918년 스페인 독감도 H1N1형이다. H와 N은 바이러스의 표면항원단백질로서 타입에 따라서 여러 개의 아형, 즉 H의 경우 9종 (H1-H9), N의 경우 16종 (N1-N16)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종‘ 취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번 ‘신종플루’의 경우 바이러스형 표면, 즉 껍질만 보면 구형에 속하나 유전자 조성으로 보면 매우 독특한 신종이다. 신종플루는 8개의 유전자 조각이 3종의 서로 다른 바이러스의 조합(인체감염 바이러스, 조류 바이러스, 돼지감염 바이러스)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군다나 돼지 바이러스 유전자는 2개의 다른 돼지로부터 유래됨을 고려할 때 4개의 바이러스가 서로 섞인 셈이다<그림>. 1998년 북미대륙에서 발생한 돼지독감 바이러스는 이미 돼지ㆍ조류ㆍ인체 간 3종 조합 바이러스이며, 여기에 1992년 아시아ㆍ유럽에서 유행했던 바이러스의 유전자와의 추가적인 조합이 일어난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초기에 신종플루를 돼지독감(swine flu)으로 명명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동물로부터 유래된 인체감염 바이러스의 확산은 별로 신기한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현재 사람을 감염하는 모든 감염균과 바이러스의 80% 이상이 동물로부터 유래(Zoonosis, 인수공통감염증)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신종플루에 의한 인체감염 확산은 가히 역대 최고 속도라고 볼 수 있다. WHO에 의하면 신종플루는 지난 한 세기동안 팬데믹(☞pandemic : 전염성 질환이 지역사회에서의 유행(epidemic) 단계를 지나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이르는 말)으로 발생했던 아시아독감(1957년)과 홍콩독감(1968년) 때보다 더 빠른 확산을 보이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전세계 신종플루 감염환자는 수십만 명에 이르며 사망자는 수천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모든 나라는 신종플루의 예방백신과 치료제의 비축을 위하여 동문서주하고 있다.
신종플루에 의한 전체 사망률(사망자/감염환자 백분율)은 각국에 따라 편차를 보이고 있으나 0.1~0.3% 수준으로 일반 계절성 독감의 0.05%보다 2~5배정도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주목할 사항은 계절형 독감은 주로 호흡기감염 증세를 나타내는 데 비해 신종플루는 폐를 포함하는 하도기를 감염하여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사망자 중 대부분이 폐렴과의 합병 증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1918년 전세계 인류의 반이 감염되고 감염자 중 2%가 사망하여 전체적으로 4,000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스페인독감의 경우도 주요 사망원인이 합병증에 의한 것이었다. 해외 전문기관이 예측하는 최악의 경우 신종플루에 의해 전인류의 30%가 감염된다면 사망자 수는 홍콩독감 및 아시아독감을 능가할 수도 있다.
향후 어떠한 형태로 신종플루가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는 다소 비관적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첫째, 인체감염은 확산되나 점차 병원성이 감소되어 사망률이 낮은 바이러스로 천이되는 것이다. 이 경우 매년 겨울에 유행하는 계절형 독감과 비슷할 수 있다. 둘째, 현재의 인체 대 인체 감염으로 확산되면서 병원성이 증대되어 전파력과 사망률이 높은 팬데믹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경험했던 지난번 팬데믹의 경우, 즉 초기 사망률이 낮은 바이러스의 감염이 전파되다가 소멸되면서 2차로 사망률이 증가된 감염으로 확산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러한 가능성이 틀리기를 원하지만, 우리의 현재 대책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신종플루를 기실 1918년에 대유행했던 스페인독감과 비교하면 아직 그의 위력은 매우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O가 경종의 수위를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인체감염을 유발했던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와의 관계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는 원래 조류만을 감염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왔으나 1997년 홍콩에서 발병하여 6명의 최초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지속적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 약 4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률은 60% 이상으로 매우 높지만 다행히도 아직 인체 대 인체 감염으로의 확산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H5N1형 바이러스와 작금의 H1N1 바이러스 유전자가 서로 섞일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극단의 경우 신종플루처럼 인체감염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AI처럼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바이러스의 발생일 것이다. 이 경우 90년 전 스페인독감 유사사례가 자꾸 우리 머릿속에 떠올려질 수밖에 없다. 동남아 지역에 잠적한 H5N1형 바이러스와 겨울에 북상이 예견되는 H1N1 신종플루 사이에 나타날 이러한 조합을 경계해야 한다.
신종플루를 포함한 팬더믹에 의한 인체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예방백신과 치료제의 비축을 들 수 있다. 예방백신의 경우 대부분 수정란에 바이러스를 주입하여 생산하는데, 신종플루의 경우 일반적인 유행성독감 백신에 비해 수정란에서 생산성이 매우 떨어진다. 아울러 신종플루는 비교적 면역성이 낮아서 1회 접종으로는 충분한 예방력을 유도하지 못하며, 따라서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백신에 면역증강제(adjuvant)를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면역증강제를 사용하면 기존 한 사람에 접종할 수 있는 백신항원의 양을 25%정도까지 낮출 수 있다. 즉 국내에서 생산되는 500만 명에 해당하는 접종량으로 2,000만 명을 접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른 방안은 수정란 대신 세포배양법에 의한 백신생산 기술이다. 일단 유사시 H5N1형 같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농가에 발생하여 양계의 폐사 시 수정란의 공급이 중단될 것이다. 이는 수정란을 사용하는 독감백신 생산에 치명적인 약점이며,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수정란 대체 세포배양에 의한 백신 생산기술 개발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또 다른 방안은 기존 주사제 백신과는 달리 코에 스프레이하는 생백신의 개발이다. 1명에 해당되는 주사제 백신 접종량으로 생백신의 경우 10~100명에 해당되는 백신을 제조할 수 있어서 백신 생산시설을 증설하지 않고도 백신 수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예방백신을 사용하는 선제적 대응 외에도 타미플루와 항바이러스 치료제 사용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H1N1형 유행성독감 바이러스의 98%가 타미플루에 내성을 나타내고 있고, 최근 신종플루에서도 내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타미플루를 복용한 청소년 중에서 자살사건과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도 또 다른 치료제인 릴렌자는 아직 신종플루에 대해 효과적이나 이에 대한 내성발생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항바이러스 신약의 개발이 절실하다.
인플루엔자는 그 유전자의 특성상 현재의 H1N1형 ‘신종플루’ 외에도 또 다른 신종플루로 발전할 것이다. 플루의 확산속도는 이미 이 지구촌에서 사람의 이동속도가 증가하는 것과 비례하여 상당히 증가했다. 플루의 잠복기보다 우리의 세계여행 속도가 빠르며, 이러한 인류의 문명발전을 되돌려놓지 않는 이상 팬데믹의 확산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국가는 초동대응 차원을 넘어서 최소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대책을 선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국내 전문가 집단을 모으고 구성하여 효과적인 백신과 차세대 치료제 후보를 발굴해야할 시점에 온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며, 이러한 전세계의 위기상황을 우리나라가 백신 신약 관련 생명공학 허브국가로 발돋움할 기회로 역이용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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