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엿보기-독립다큐멘터리] 시대의 그늘에 드리워진 진실을 영상에 담는다
[문화엿보기-독립다큐멘터리] 시대의 그늘에 드리워진 진실을 영상에 담는다
  • 김혜리 기자
  • 승인 200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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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현실보다는 허구적인 가상의 공간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현실이란 공간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다큐멘터리스트 이흰샘 씨는 독립영화를 가깝게 느끼는 현실을 잠시 물러나 보게 하고 멀게만 느끼는 현실을 다가서 보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세상을 새롭게 보고, 더 나은 자신과 사회를 위해 꿈꾸게 하는 영화라고 정의한다. 그 중에서도 독립 다큐멘터리는 한국 독립영화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카메라를 통한 세상 읽기의 대표주자가 되어 왔다. 다큐멘터리를 다른 부류와 비교한다면 시류에 편승하거나 주류적 믿음에 영합하기를 거부하는 진보 세력에 부합하고, 뿐만 아니라 딥 포커스, 들고 찍기, 길게 찍기 등의 촬영 기법에서나 그 자체가 지닌 목적에서나 다큐멘터리는 리얼리즘과 진실성을 확보하고 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소속 어머님과 아버님들의 일상과 투쟁을 담은 <민들레>,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에 맞선 파업투쟁을 담은 <열대야>, 4.3항쟁의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이야기하는 <레드헌트>, 그리고 에바다 농아원생들의 피눈물나는 투쟁을 그린 <끝나지 않은 싸움 에바다>에서는 그늘에 숨겨져 드러나지 않는 진실이 드러난다. 폴·로다가 ‘기록영화론(1935)’에서 “다큐멘터리가 노리는 바는 정치적 불안과 사회 붕괴에 직면한 이 시기에 어떤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형성되고 있는 영화제작상의 한 방법으로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경제적 토대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있다.”고 말한 그 ‘무엇’은 우선 감독의 시각에 의해 하나의 예술 양식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결국 영화와 함께 녹아있는 동시대적 진실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사람들은 영화 속에 담긴 상처받은 사람들의 투쟁과 눈물과 일상 속에 때론 분노와 때론 희망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는가>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재미교포 크리스틴 최의 자서전을 읽을 때나 독립 영화제에서 <낮은 목소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여전사 변영주 감독이 주인공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의 느끼는 감동은 아마도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치열한 다큐 정신 때문일 것이다. 그런 힘겨운 삶들을 영화 속에 담아낼 결심을 하고 그들과 함께했던 다큐멘터리스트들은 한국사회에 산재한 문제들을 몸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사로서 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헤쳐나갈 난관은 아직도 너무 많다. 이제 독립영화도 대중화가 되고 저변이 넓혀지기 시작하고 소재도 다양해졌다는 평가는 실제적인 이들의 작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그 자체가 다뤄지는 방식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을 정도이다. 사실 80년대에 비해 90년대는 다큐 제작에 있어 대단히 많은 통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독립영화는 비주류고 언더그라운드에 선다. 독립영화 자체가 그 태생부터 사회적 상황에 대항하는 무기로서의 역할이 많았고, 아직도 우리사회는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독립다큐멘터리 비디오의 수만 생각해 보아도 다큐멘터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를 추측할 수 있다. 방송 다큐멘터리는 조금 사정이 나을 지 모르지만 독립 다큐멘터리의 제작비와 인건비, 배급 문제의 해결은 아직 구조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또 정부의 지원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니 이같은 환경에서 꾸준히 제 위상과 색깔을 찾아가는 독립 다큐멘터리의 자생력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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