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새로운 언론?
[78오름돌] 새로운 언론?
  • 정연수 기자
  • 승인 2009.05.0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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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총학생회는 우리대학의 3대 언론이라고 하는 포항공대신문사, 교지편집위원회, 방송문화연구회를 초청하여 학생 언론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토론 2부에서는 새로운 언론이 출현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에 대한 주제로 몇 가지 발언이 오갔다. 포스텍의 언론을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다양한 언론이 생기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에 대해서 언론의 구성원으로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입장이다.

새로운 언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현재 존재하는 언론이 맡은 바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언론 토론회가 열리게 된 배경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새로운 언론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언론 토론회에서 오고갔던 발언을 두 가지로 정리하자면 현재 포스텍의 언론이 생산하는 컨텐츠의 질과 편집 방향에 대한 발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현재 포스텍의 언론이 생산하는 컨텐츠는 학생들의 관심사와 거리가 있어서 질이 떨어지고, 편집 방향에 있어서는 학생들의 입장을 소홀히 다룬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언론에게 두 가지 점에서 현재의 언론보다 발전된 형태의 컨텐츠를 생산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의 이면에는 현재 포스텍의 언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무지가 담겨있다.

모든 생산품이 그러하듯, 매체가 생산하는 컨텐츠의 질은 대체로 투입하는 자본과 노동력에 비례하게 된다. 매일 아침 대문 앞에 도착하는 주요 일간지나 주요 포털의 대문을 장식하는 컨텐츠에 비해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생산하는 컨텐츠는 아무래도 그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존재하는 포스텍의 언론과 비슷한 재정 수준의 언론이 출현해서는 그 컨텐츠의 질이 높아질 거란 기대를 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매우 탄탄한 재정을 운영한다고 해도, 컨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아마추어이면서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학생이라는 점에서 크게 달라지긴 어렵다. 포스텍의 언론이 학생들의 관심을 반영하고 흥미 있는 주제를 찾아 수준 높은 컨텐츠로 제공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점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편집 방향이 학생의 입장을 주로 반영하는 새로운 언론을 기대할 수는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 점에 있어서도 1년 넘게 신문사에서 몸담으면서 취재를 경험한 기자의 입장에서는 회의적이다. 취재라는 활동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게 되므로 지속적인 정보 접근을 위해 취재원과의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목적으로 취재를 하다보면 취재원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매우 크다. 언론에서 사실을 보도할 때에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것이다.

다양한 언론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며 지향해야할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포스텍의 언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새로운 언론을 설립한다면 단지 색깔 없는 복사판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포항공대신문사의 일원으로, 그리고 한명의 포스테키안으로서 학생들의 관심사를 지면에 담아내고 싶은 것은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한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어쨌든 우리는 학생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