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의 방학나기] 우리나라를 다시 보게 해준 일본에서의 열흘
[포스테키안의 방학나기] 우리나라를 다시 보게 해준 일본에서의 열흘
  • 천승태 / 전자 4
  • 승인 2001.02.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월 우연히 기회에 한일문화교류 기금의 지원을 받는 일본여행을 하게 되었다. 한일 문화교류기금은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을 초대하여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만들어진 기금이다. 나로서는 문화의 이해라는 차원에서 공학도로서라기 보다는 고적답사회라는 동아리의 일원으로 일본의 땅을 밟게 되었다.

2001년 1월 7일 드디어 해외로의 첫발을 내딛는 날이 되었다. 그 첫 해외라는 곳이 일본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지만, 참 우연히도 기회가 일본이 먼저 오고야 말았다. 긴장감과 기대 속에 일본 나리따 공항에 도착. 그런데 입국 수속은 의외로 쉽게 끝나고, 지하철을 타다가 몇번인가 해메이다가 숙소에 도착한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일본어의 홍수 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면서도, 이국에 대한 신기함, 궁금함이 샘솟음 치는 나 자신을 느끼며, 피곤한 하루를 접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헤매임과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고 일본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의 일행들은 길을 찾아가는 것조차도 고통의 연속이었다. 겨우 사람을 잡아서 물어 보아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도움이 되지도 않고, 영어도 써보지만, 우리가 하는 영어를 일본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할 뿐더러, 그들이 하는 영어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즉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주 가끔 있기는 했지만, 특히나 일본식 영어발음은 우리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옆사람에게 물어서라도 가르쳐 주는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몸짓으로도 우리가 묻는 것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몸부림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항상 웃는 얼굴에 항상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사는 일본인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이런 일본의 좋은 모습만을 본것은 아니다. 동경에서 보았단 유적이나 관광지 중에는 동경 야스쿠니 신사(2차 세계대전의 특급전범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나 동경 국립박물관의 외국 유물들(일본의 유물보다 한국, 중국 등의 외국의 유물이 더 많음)을 볼 때면 역시 아직도 우리와 일본은 역사적으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여전히 바로 옆에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머나먼 나라인 것이 지금의 현실일 수 밖에 없는지. 특히 고대 일본 건축에 대한 강연에서 일본에서 최고의 고대 건물로 손꼽히는 호류사(法隆寺)는 근래에 백제의 유민이 백제의 기술로 건축되었다는 사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일본의 고유의 고대 건축인것 처럼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었을 때는 정말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질문하기 위한 나의 지식이 모자랐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다도 체험. 일본의 전통적인 격식과 정신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마시는 차들이지만, 전통적인 차도는 하나에서 부터 열까지 모두 정해진 격식에 맞추어서 진행되었다. 철저한 준비와 꼼꼼함으로 점철되어 있어, 차를 대접받은 우리는 송구스러운 마음이들 정도였다. 대문을 들어서서부터 차를 대접받고 나갈 때까지 모든 절차대로 준비된 대로 진행되었으며, 특히 이런 차 대접이 6개월 정도의 준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더욱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대접하기 위한 차를 준비하고, 차 대접을 할 때의 정원을 보여주기 위해 대접시기에 맞추어 화초의 씨를 뿌리고 가꾸어 6개월 후에 절차에 따라 대접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로서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일본의 깊이 뿌리박혀 있는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우리가 일본을 갔었던 2001년 1월의 톱뉴스는 “성년의 날 사건”이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성년의 날 어느 고등학교에서 시장의 연설도중 고등학생 몇명이 술에 취해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으로 인해 우리는 방문하는 곳마다 한국의 학생들은 예절이 바르다는 소리와 함께 일본의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일본의 신세대의 문제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 느꼈던 점이 많았지만 이전에 알았었던 일본인에 대한 생각, 그리고 몰랐던 일본인의 모습을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이러한 것이었다. 10일간의 여행이었지만, 여전히 일본을 알 수가 없다. 위에서 얘기했던 것에서도 “친절한 일본인”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거부하는 일본인”. “철저한 준비와 예절의 일본인” 그러나 “신세대의 무너져 가는 예절”. 이것만으로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전혀 알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머 10일동안은 일본의 모든 것을 알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가까우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는 나라, 우리보다 10년 가량을 앞서가는 나라, 그래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나라 일본. 하지만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본과 앞으로의 미래를 영유하기 위해, 그리고 일본처럼 잘 살기위해 일본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다시 한번 일본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