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데프콘 3위에 빛나는 PLUS 회장 장준호(컴공 07) 학우
일촌맺기-데프콘 3위에 빛나는 PLUS 회장 장준호(컴공 07) 학우
  • 김현민 기자
  • 승인 2009.09.02 0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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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실력 과시

▲PLUS 회장 장준호(컴공 07) 학우
멀리서 인터뷰이(interviewee)가 어깨에 기타를 맨 채 성큼성큼 다가왔다. 며칠 감기를 앓아서인지 조금은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선한 웃음을 띤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기자는 질문을 건넸다. “기타도 치나 봐요?” 밴드 동아리 브레멘에서 기타리스트로도 활동 중이지만 오늘의 ‘일촌맺기’ 상대는 PLUS 회장으로서의 장준호(컴공 07) 학우. 얼마 전 해커들의 꿈으로 꼽히는 데프콘 17 CTF(DEFCON 17 Capture The Flag, 이하 데프콘)에서 3위를 차지한 우리대학 보안 연구 동아리 PLUS를 이끄는 명실상부한 실력자이다. 실력 있는 해커 장준호 학우와 함께 데프콘 뒷이야기와 PLUS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먼저 데프콘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했다. “데프콘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킹 컨퍼런스 중 하나입니다. 모든 해커의 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상자들에게는 오직 명예만이 주어지지만 참가자들이 수상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 다만 1위에게는 배지(badge)가 주어지는데, 다음 대회에 가슴에 달고 참가하면 부러움의 눈길을 한껏 받게 됩니다.”

한국의 PLUS팀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3위의 성과를 달성하여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실력을 과시했다. 최고의 대회에서 실력을 증명해 보였는데도 아무런 부상이 없다는 것에 의아심을 표시하자, 그는 몇 개의 기업체에서 병역특례를 제의하기도 했지만 유학을 생각하고 있어서 고려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대회 도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물었다. 장 학우는 언어로 인한 의사소통의 문제점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통역을 해 줄 사람을 데려가지 않았어요. 사실 학교에서도 원서로 공부하는 등 영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저희가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원서를 읽는 것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다르더군요.” PLUS팀은 네트워크를 설정하는 방법을 오해하여 대회가 시작되고 5시간이 지나서야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당시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잠 때문에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한 일화도 공개했다. 장 학우는 대회가 계속되는 2박 3일 동안 잠을 청할 수 없었다고 한다. 팀원들을 독려하고 대회 진행과정을 점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회가 끝난 후 ‘딱 한 시간만 자야지’하는 생각으로 눈을 붙였는데, 일어나보니 폐막식은 모두 끝나있었다고 한다. “폐막식이 멋졌다고 하더라고요.”라는 말로 아쉬움을 전했다.

PLUS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PLUS는 보안 연구 동아리입니다. 매년 추석 즈음에 신입생을 선발하고, 학기 중에는 정기적인 세미나로 실력을 쌓습니다. 방학 때는 집중적인 실전 연습을 통해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죠.” 놀랍게도 PLUS 회원 대부분은 대학 때 처음 컴퓨터를 접해 본 사람이라고 한다. 장 학우 역시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고 나서야 C언어를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의 놀라운 해킹 실력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장 학우는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웃었다. “저희는 신입생을 선발할 때 얼마나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가를 중점적으로 봐요. 그것이 실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겸손을 표시했지만 곧 “사실 신입생 선발 후에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이 좋아요.”라며 수줍은 자랑을 덧붙였다.

해커들이 모인 동아리라…. 그렇다면 평소에도 장난삼아 해킹을 해보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해커들의 가장 쉬운 공략지입니다. 보안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누구나 쉽게 해킹을 시도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혹시 유명한 포털 사이트의 메일함 등도 해킹을 해본 적이 있냐는 기자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그런 사이트를 해킹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서 아직 해킹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그래도 시도해봤을 것 같다는 기자의 추궁에 “그건 제가 일부러 말씀 안 드리는 것일 수도 있겠죠.”라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포카전 전망을 부탁했다. 당연한 우승을 점칠 줄 알았던 기자의 예상과는 달리 장 학우는 먼저 걱정스러운 표정을 비쳤다.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아요. 얼마 전 포카전에서와 같은 팀이 문제를 출제하는 대회에 참가했어요. 그 대회가 생긴 이후로 우승을 놓친 적이 없는데, 올해는 카이스트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카이스트가 09학번 교육을 잘 시킨 덕분인 것 같아요.”라며, 그래서 다음부터는 신입생을 1학기 때 모집하여 포카전 때까지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는 방안도 생각해보고 있다고 했다. 또한 대학 새내기만 모집했던 지금까지의 방법과는 다르게 재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열어줄 생각이 있다고 하니, 지금까지 보안·해킹에 관심이 있는 학우는 PLUS의 공고를 눈여겨 봐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귤 음료를 준비해 간 기자에게 “음료수 참 잘 사오셨네요. 제 고향이 제주도라서요.”라는 농담으로 어색함을 없앨 줄 아는 그의 센스 때문이 아니었을까? 부드러운 모습 속에 단단한 실력을 숨긴 학우의 여유가 있기에 대한민국 보안의 미래가 밝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