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도시에 탐방대 미국대학 탐방기] 그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깨달음으로 남아…
[방도시에 탐방대 미국대학 탐방기] 그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깨달음으로 남아…
  • 김혜진 / 컴공 석사 1
  • 승인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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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도시에 탐방대 선발시 우리 아프락사스 팀이 응모한 주제는 Bioinformatics였다.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공부할 여건도 리더도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극히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여행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컸다.

외국으로의 장기간의 여행을, 그것도 전혀 아는 사람 없이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일행 모두 바쁜 학업 일정으로 교수님들께 연락하고 스케줄을 짜고 논문을 읽고 질문을 준비하는 것 이외엔 그곳에 어떻게 가서 살아남을 지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아무런 방비책도 없이 무작정 떠났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한 언니는 우리에게 ‘용감하다’면서 기내에서 제공되는 포크와 나이프를 휴지에 싸주었다. 우리처럼 준비 없이 가다간 막상 도착해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이 포크와 나이프가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언니의 조언(?)은 충분히 우리를 긴장시켰고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첫 목적지였던 santa cruz는 한국인은 물론이거니와 동양인조차 마주하기 힘든 곳이었기에 힘겨움은 한층 버겁게 느껴졌다. 우여곡절 끝에 간 UCSC에선, 교수님들과의 만남도 쉽지 않았다. Bioinformatics 분야의 대가라고 알려져있는 Haussler 교수님이 한창 바쁜 때였기에 며칠에 걸쳐 찾아간 후에야 겨우 교수님곁에서 뛰어다니며 몇 말씀을 물을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교수님들의 순순한 답변으로, 그분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이 분야를 위해서 특히 필요한 준비가 어떤 것인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참관했던 한 세미나의 발제자는 외부에서 초청해 온 분이었는데, 최근에 읽었던 논문의 주인공이 바로 눈 앞에서 바로 그 논문을 갖고 발표를 해 어떤 학문이 눈 앞에서 현실화 되고 있음을, 그리고 발전하고 있는 학문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렇듯 세계 최고의 학자들이 모여있는 곳, 바로 이곳이 미국임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도 때때로 와서 세미나를 연다고 하는 안내원의 이야기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러한 경험은 스탠퍼드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탐방 주제인 Bioinformatics 분야에서 ‘big guy’로 손꼽히는 분이 매주 2회씩 여는 brown seminar에서, 그곳에서 토의되고 논의되는 것들은 바로 이 분야의 선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토론하는 사람들의 열정, 순간 순간 내비치는 재치들...스탠퍼드대에서는 학문을 자신의 취미이자 재미로 삶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들 역시 우리가 여전히 들어 왔었던 것들, 공부하면서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던 것들… 전혀 새로운 것은 없었다. 이에 대해 스탠퍼드의 한 교수님은 요즘은 모두 인터넷 세상이기 때문에 공간적으로 신지식에 대한 제한이 있을 리가 있겠느냐는 말씀으로 답변을 대신할 수 있겠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에는 미국이나 우리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저명한 논문을 읽는 것과 그 저자가 직접 와서 세미나를 하고 그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의 차이가 미국과 우리에겐 있는 것 같다.

캠퍼스의 풍경도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산타크루즈는 완전히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꽤 큰 건물들이 아니고서는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들을 볼 수조차 없을 만큼 드높은 나무 숲 사이에 가려져 있었다. 아직 완성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착각할 외벽의 초라함과는 달리 내부의 완벽한 현대적 장치- 실속을 추구하는 산타크루즈의 사람들은 포항공대인과 정말 많이 닮았다 하겠다.

스탠퍼드는 그 오랜 역사와 함께 부유함을 말해 주듯 건물들 하나하나가 예술품 같고 공원 역시 멋있었다. 하지만 1년 4학기제로 바삐 돌아가는 그들의 삶, 쉴사이 없는 연구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보다 어느 대학보다도 교수님들이 바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오직 인생에서 연구밖에 모르는 ‘workaholic’이신 교수님들. 그분들의순수한열정을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여행중에 숨을 돌릴 수 있었던 건 berkely에서 였다. Santa cruz와는 정반대로 한국인과 동양인이 많았던 그 곳은 덕분에 한국 음식점에서 한국음식도 맛을 볼 수 있었다. 또 미국을 이끌어갈 100인에 뽑힌 너무나 한국적인 성향을 갖고 계신 한 미국인 교수님도 만나 인생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Bioinformatics분야는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갈증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어느 정도나마 해갈을 할 수 있었다.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길이다는 것이 나의 지론인데, 이번 여행은 아무도 아는 이 없이,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갔기 때문에 초반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행에서 나의 단점도 발견할 수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의 지혜와 타인과 함께 사는 법도 알 수 있었다. 처음으로 쌀밥을 구경하게 해 준 아키코, 밤늦게서야 숙소를 찾아다니던 우리에게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던 이름모를 USCS 친구, 숙소 부족으로 함께 혼숙(?)을 해야만 했을 때 우리를 안심시키느라 애쓴 두 아저씨, 특히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를 거리에 내몰릴 상태에서 구해준 한국인 두 분에게 정말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