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고민, 0.1%의 결론
1%의 고민, 0.1%의 결론
  • 조규하 기자
  • 승인 2009.06.10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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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키안의 진로

우리대학은 대한민국 1%의 인재를 선발하여 0.1%의 인재로 배출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이다. 입학 당시 1%의 인재를 가려내는 기준에 시험성적과 면접 등이 있었다면, 졸업생들을 0.1%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비단 학점뿐만은 아닐 것이다. 21세기의 리더로서 지식과 지성을 겸비한 고급인재를 목표로 교육받고 있는 포스테키안. 이미 사회곳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우리대학 졸업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포스테키안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과정을 통해 사회로 진출하는지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

 

 

 

우리대학의 진로지도
  체계적·적극적인 진로·취업교육 박차


대학생이라면 진로개발 역량 즉, 확실한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은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위해 개인의 능력과 흥미를 중심으로 자기 이해를 돕고, 전공 및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대학은 지금까지 이러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진로 및 취업교육 시스템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학생지원팀을 중심으로 기업초청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통계자료를 수집하는 등 ‘관리’ 위주의 진로지원 업무가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취업·진학 등에 관한 진로정보와 올바른 진로선택을 위한 진로지도를 원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학생지원팀과 리더십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진로관련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지원팀>
◎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 학부생에게 전공 또는 전공 이외의 분야에서 자발적인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찾게 하고, 학부생이 연구책임자가 되어 본인의 아이디어를 직접 실전에 옮겨 볼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제공하며, 30과제에 1억 5천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구계획서 작성, 연구수행, 보고서 작성 및 발표 등 연구경험과 응용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사이언스 페스티벌 : 학부생 연구프로그램 최종발표회와 해외 및 국내 글로벌 기업 초청 취업설명회, 클래식 음악회를 한 데 묶어 ‘사이언스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에 대한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연구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연구과제 도출의 기회로 활용할 예정이다.
◎ 글로벌 기업 현장체험 : 글로벌 기업의 국내 및 해외법인 현장체험을 통해 미래 고급 과학기술인력에 걸맞게 국제적인 안목을 높이고, 또한 이를 통해 실질적인 진로탐색의 계기가 되도록 유도한다. 학부생 연구프로그램 참여자와 일반학생 중 일부를 선발하여 본인의 연구과제와 연관된 기업 또는 관심 있는 기업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된다.

<리더십센터>
◎ 진로 캠프 및 워크숍 : 진로캠프는 3박 4일간의 단기 집중 진로지도 및 취업교육 프로그램으로, 연 2회 방학기간 중 실시된다.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학생들이 자신에 대한 이해, 진로 명료화, 직업정보 수집, 취업스킬 교육 등을 집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취업 대비 워크숍에서는 신입생에서부터 2~4학년생, 복학생까지 단계별·수준별·유형별로 모의면접, 이미지 메이킹, 프레젠테이션, 모의토론 등 취업 실전 스킬 교육이 제공된다. 오는 9월 중순~10월 중순에 각 모듈별 교육이 파트별로 실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학년별·성별 등으로 특화된 수요자 맞춤형 진로교육도 기획하고 있다. 예컨대 여대생 커리어 교육은 앞으로 우리나라 이공계를 이끌어갈 핵심 여성 인재들인 이공계 여대생을 위한 전략적인 취업교육으로, 여자 선배들과의 진로 멘토링을 통해 자신의 장점과 전문성을 발휘하고, 여성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자신의 진로개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홈페이지 구축 : 온라인을 통한 진로 및 취업정보 제공 시스템을 구축하여 저학년생에게는 진로 가이드 및 커리어 포트폴리오 구축 연동을, 고학년생에게는 취업준비를 위한 리쿠르트 공지 서비스, 대학원 진학을 위한 진학정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기업체 정보와 인재 선발 동향, 진학 및 취업에 필요한 핵심적이고 첨단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핵심인재와 사회의 수요를 연결시켜주는 온라인 길라잡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 진로 가이드북 발간 : 우리대학의 특성에 맞는 진로 가이드북을 제작해 내년 2월 전교생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올 하반기에 진로 매거진을 발행, 진로 및 취업을 위한 생생한 정보와 도움말들을 제공한다.

이규철 기자 lkc0213@

 

 포스테키안의 진로의식
  풍족한 대학생활과 만족스런 삶을 위해

졸업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포스테키안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라는 포스텍의 학생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목표가 뚜렷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목표의식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다. 고등학교 때의 당찬 꿈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에 들어온 후에 그 목표의식이 흐려지고,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잘 모른다.
‘포스테키안이 인식하고 있는 교육환경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3월 18~25일 학생교육위원회(STAL)가 전체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학부생 1,350명 중 408명 응답, 신뢰도 95%±4.1%)는 포스테키안의 진로의식 부재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포스테키안이 고쳐야할 문제로 학생들은 목표 부재, 학점 부담, 인성 부족, 학업 소홀, 교양 부족 순으로 꼽았다. 특히 목표 부재는 53.9%(복수응답)로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공감한 문제였다. 학년별로는 1~2학년보다 3~4학년의 목표 부재에 대한 응답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자신의 목표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구체적인 진로의식이 부족한 것을 볼 수 있다.


2005년 교육개발센터에서 발행한 <포스테키안의 학업과 생활> 자료에 의하면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인식 정도(100점 만점)가 △전공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진로(55.1점) △그 진로에 대한 적절한 자질(53.8점)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51.5점) 등 보통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진로에 대한 정보를 탐색 중’이 67.6점으로 포스테키안의 진로의식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로의식의 부재는 자신의 목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그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진로를 결정하여 만족스럽지 못한 사회생활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로의식의 부재는 학교생활의 불만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학생교육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생활에서의 불만을 묻는 질문에 ‘학교가 외부와 너무 단절되어 있거나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는 답이 75.4%, ‘학교 분위기가 생동감이 없고, 무언가 짓눌려있다. 학교생활이 재미없다’라는 답이 51.6%로 가장 높았다. 뚜렷한 목표의식·진로의식이 없으면 학교라는 울타리에 갇혀 학업 생활에서 의미를 못 찾고 막연한 압박감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풍족한 대학생활과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진로의식은 꼭 필요하다.


목표의식의 부재는 수학이나 과학을 잘한다는 ‘능력’ 이외에 이러한 학문이 왜 자신에게 필요한지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 많이 발생한다. 또한 입시위주의 고등학교 교육의 영향으로 입시라는 단기적 목표 달성 후 장기적인 삶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 혼동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명확한 진로의식을 위해 스스로 학문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하고 향후 진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포스텍이라지만 그 전에 먼저 포스테키안 스스로의 미래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박지용 기자 kataruis@

 

 졸업생들이 말하는 진로지도
  우수연구인력 양성에만 집중하는 경향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우리대학에 들어온 만큼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입학 당시에는 자신이 선택한 전공분야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한다. 작년 5월 교육개발센터에서 발행한 <신입생들의 기대와 적응>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교수(32.1%)나 연구원(34.0%)이 되기를 희망했으며, 나머지는 CEO곂말玲?고급관료 등을 희망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박사과정을 포함한 전체 졸업생들의 진로는 80% 가까이가 기업이고, 대학이나 연구기관은 15% 정도였다.


이렇게 대학 4년 동안 진로 계획을 바뀌어가면서 학생들은 주변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 실제로 작년 5월에 교육개발센터에서 발행한 연구보고서 <POSTECH 졸업생들의 학부교육 만족도 및 진로 동향>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이 학부 시절에 받았던 진로지도가 매우 불만족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대학의 92~93, 97~98, 02~03년 학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보고서에서 ‘진로지도 및 상담’ 항목은 33.9점(10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졸업생들이 직접 작성한 이유를 들여다보자. “생활·학습·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도 및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다”, “진로지도 및 상담 시 전공과 무관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꺼려하신다”, “학생들의 관심사와 진로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불만들은 일차적으로 그동안 지도교수 제도 이외에 학생들이 진로지도를 받을 기회가 딱히 없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국내 모 대학에서 불어교육학 석사를 준비하고 있는 한 졸업생은 “다른 대학의 취업정보 게시판처럼 진로정보만 체계적으로 잘 취합하고 선배들의 사례만 잘 모아둬도 시간낭비 없이 진로방향을 잘 정하고 학업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데 취업해서 활약하는 졸업생들이 많을수록 학교의 위상도 높아지고, 졸업생들의 기부문화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진로 및 취업 지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한편, 지도교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도움의 편차가 큰 것도 불만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교수 개개인이 모두 전문 상담 인력이 아닌 이상, 모든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진로상담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알게 모르게 형성된 ‘정해진 진로’도 과학·공학 계열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의학전문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이나 각종 고시를 통해 고급 공무원 등으로 진로를 정하는 학생들은 학문연구의 길을 강조하는 우리대학의 분위기가 본인들에겐 큰 부담이 된다고 한다. 우리대학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국내의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한 한 졸업생은 그러한 분위기에 대해 “학생들이 진로를 정했을 때, 그 진로에 대해 눈치 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수 졸업생(전체·계열·학과 수석졸업자)들은 대학원 선택이나 취업 등에 있어서 매우 순조롭고 난관 없이 진행되었으며, 이때 대학이나 교수 등 주변의 도움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교육개발센터 <우수 졸업생이 말하는 포스텍>, 2005년 4월). 우리대학이 연구중심대학으로서 그동안 우수한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은 반면, 다양한 학생들의 진로 성향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정연수 기자 yeonsu00@

 

진로를 위한 제언
개인적인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건학이념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대학은 창의적이고 진취적이며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자 한다. 대학은 학생들이 자신이 가진 진로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이 사회의 어떠한 분야에서라도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으며, 또 그러한 역량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우리대학은 진로교육에 있어서 학생 개인이 자신의 진로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를 비롯하여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거나 유학을 준비하는 등 각자 다양한 진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주된 진로라고 부를 수 있는 이공계 분야로의 진학이나 연구원으로의 취업 등을 선택한다. 하지만 정치나 교육과 같은 비이공계 진로를 포함하여 소수가 선택하는 진로방향에 대해서는 완벽한 배려를 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최종연 학생지원팀장은 “취업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겪는 학생의 절대적인 수가 많지 않다보니 관련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일인당 투자되는 비용이 종합대학에 비해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정된 예산을 편성하는 데 있어서 우선순위가 밀려온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이 자신의 진로방향을 설정한 경우라면, 아직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다. 막 대학에 입학했지만 어떤 학과에 가야할지 결정하지 못했거나, 혹은 자신이 속한 학과가 적성에 맞는지 확신이 없는 경우, 또는 적절한 학과를 선택했음에도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처럼 진로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은 각 학과의 학과설명회나 개론강좌를 비롯하여 대학에서 제공하는 진로교육을 통해서 진로계획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진로목표의 수립과정에 대해 김지영 리더십센터 연구원은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항상, 그리고 많이 했으면 한다. 지금 당장 결론이 나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수정이 되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찾아나가는 것이며, 그러다보면 우연한 발견이 찾아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대학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의 우선순위가 종종 밀리곤 한다. 하지만 내일 생각하지, 모레 생각하지, 그러다가 점점 2학년, 3학년으로 미뤄지고, 결국 4학년이 되어서도 진로가 막막한 학생들을 보면 무척 안타깝다. 당장 지금부터,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지속적인 고민을 했으면 한다”라며 지속적인 고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포스테키안들은 진로의식의 부재에 대해 ‘해내야만 하는 것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마치 고등학교 4학년, 5학년인 것 같다는 비아냥거림도 종종 들을 수 있다.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한다는 인식이 학생사이에서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정부와 대학은 장학금을 담보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기만을 바란다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은 과탑이냐 전탑이냐로 결정되며, 낮은 학점을 받은 학생들은 사회에서조차도 인정받기 힘들다는 현실에서 학점보다 중요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우리대학의 초기 졸업생들 중에는 낮은 학점을 받았음에도 우수한 연구 활동을 하거나 교수로 재임하는 등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고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진로의식이 확고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더욱 높아진 장학금 평점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럴수록 잠깐이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조규하 기자 jgh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