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없다 포스텍에만 존재하는 POSTECH Unique
있다 없다 포스텍에만 존재하는 POSTECH Unique
  • 김현민 기자
  • 승인 2009.05.20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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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말고사가 다가오지만 축제로 인해 들뜬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당신! 본격적인 공부로 들어가기 전 책상에 앉는 연습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 심호흡 한 번 하고, 바른 자세로 책상에 앉아 오른 쪽에 제시된 간단한 퀴즈를 풀어보자.  방법은 단순하다. 각 질문의 ‘있다/없다’ 중 정답에 해당하는 것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된다. 물론 질문과 답변은 한국의 일반적인 대학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예외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했다면 이를 정답과 비교하고 그 모범 답안을 읽어보자. 

      

① 타대학에는 점심시간이 따로 (있다/없다)
 ② 타대학에는 지도교수님과 학생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친분을 다지는 정기적인 지도회식이 (있다/없다)
 ③ 타대학에는 12시부터 시작하는 술자리가 (있다/없다)
 ④ 타대학에는 입학식 당일 오후에 강의가 (있다/없다)
 ⑤ 타대학에는 분반제도가 (있다/없다)  

                                                                               

① 타대학에는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
학칙에 명시된 점심시간


수강신청 기간이 끝나면 각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연강인데, 할 만한가요? 도시락 싸서 다니려고요”, “전공필수 채우느라 월요일 기둥 세웠어요(시간표의 모양이 기둥 같다고 하여 대학생들이 연강인 시간표를 이르는 말). 점심 안 먹고 버틸 수 있겠죠?” 등 점심식사와 관련된 문의사항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시간표와 점심식사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람? 점심시간에 먹으면 되지”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포스테키안! 포스테키안은 시간표가 어떻건 간에 12시 15분부터 1시 15분까지 따로 마련된 점심시간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는 점심시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학생들은 수강신청 시에 각자 점심시간을 고려한 시간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대학 학칙 제74조에는 “총장은 매 학년 초에 학생지도 계획을 수립하고, 학생지도를 위하여 지도교수를 임명한다. 지도교수는 학생이 건전한 사고방식을 지닌 유능한 과학도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각 학과는 입학 시 또는 매년 임의로 지도교수를 배정하여 학생들이 장기적인 진로계획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다. 

② 타대학에는 정기적인 지도회식이 없다
교수님과 친밀하게! 지도교수 문화

 

지난해 10월 열린 지도교수 사진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컴퓨터공학과 박성우 교수 지도사단. 지도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

 

우리대학은 학칙을 통해 수강정정·취소 등 학사 관련 일을 처리할 때도 지도교수와의 면담을 의무화하여 지도교수와 학생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 보통 교수 당 한 학번에 한두 명의 학생이 배정되어 총 10명 정도의 지도학생을 갖게 되는데, 지도교수와 이에 속한 지도학생을 통칭해 ‘지도사단’이라고 부른다.
2008년 기준 재학생 수는 서울대 1만 6,512명, 연세대 1만 6.240명, 고려대 1만 6,019명이다. 우리대학 재학생 1,377명에 비해 1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수이다. 이로 인해 타대학에서는 지도교수 제도를 운영하는 데에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늘 교수실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교수님과 이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학교가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③ 타대학에는 12시부터 시작하는 술자리가 없다
통금 없는 기숙사 생활로 올빼미족 양산 

많은 대학이 기숙사를 마련해놓고 있지만 모든 대학생들이 저렴한 기숙사 생활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많은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이 5%를 밑돈다. 기숙사생을 성적으로 뽑는 대학이 많기 때문에 “고3 땐 대학 들어가려고 코피 쏟았는데, 대학에 와서는 기숙사 들어가려고 코피 쏟는다”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우리대학의 기숙사는 재학생의 100%를 조건 없이 수용한다. 그러다보니 포스텍에는 저녁부터 생체시계가 활발히 움직이는 올빼미형 인간이 많다. 통금시간 없이 24시간 개방된 기숙사는 올빼미형 인간의 양성을 부추긴다. 타대학의 기숙사는 보통 통금시간을 밤 11시 에서 새벽 1시 사이로 정해놓고 이를 어긴 학생에게 벌점을 부여한다. 또한 정해진 통금시간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 ‘외박’을 하려면 사전에 기숙사 사감의 허가를 받아야하며, 한 달에 쓸 수 있는 ‘외박계’의 수도 정해져 있다.
우리대학의 올빼미형 학생들은 밤 12시가 넘어서야 도서관에 가거나 술자리를 가지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곤 한다. 따라서 우리대학의 술자리는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시작해서 3시 정도에 끝나는 것이 보통이며, 주점이 문을 닫는 4시까지 술을 마시기도 한다. 가끔 모임이 끝나면 해가 떠있는 경우도 있다.
타대학의 경우 대다수의 학생들이 통학을 하기 때문에 지하철 또는 버스의 막차가 끊기기 전에 술자리를 끝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새벽에 모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늦게까지 술자리가 지속되는 경우 근처에 자취를 하는 친구나 동아리방에서 새우잠을 자야 한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의 경우 늦게까지 술자리에 참여하다가 통금시간을 어기게 되면 벌점이 누적되어 퇴사 조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입학’보다 어렵다는 ‘입사’에 성공한 기숙사생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④  타대학에는 입학식 당일 오후에 강의가 없다
역시 포스텍! 입학식 당일에도 정규수업 

입학식이 끝난 오후에 부모님과 함께 포항을 둘러본다? 포스테키안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자녀들의 영광스러운 입학식에 참석하신 부모님들께서는 점심식사를 하시고 곧바로 자녀들을 학교로 돌려보내야 한다. 입학식 오후부터 정규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입학식 후 자리를 함께 한 분반원들
정하은(물리 08) 학우는 “입학식 오후부터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라며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역시 포스텍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타대학들은 입학식 당일에 수업을 하지 않는다.  

 

⑤ 타대학에는 분반제도가 있다
대학생활 적응을 쉽게 해줘

우리대학은 2000년도부터 분반제도를 운영해왔다. 분반이란 신입생 300여 명을 학과와 무관하게 20명씩 임의로 나눈 것이다. 분반제도는 분반 내 동기와 함께 기초필수 과목을 수강하고, 친목을 다지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여 학교에 대한 적응을 돕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평소 알기 힘든 타 학과 동기들을 많이 알게 되어, 학과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학제간의 연구 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여타의 대학들은 입학생 수가 우리대학 신입생 수인 300여 명을 압도하기 때문에 분반제도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은 분반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한 분반에 50명에서 100명까지의 많은 학생이 배정되어 결속력을 갖기 어렵다. 특히 우리대학의 분반 동기들은 1학년 때 수강해야 할 ‘기초필수’ 과목을 함께 들으며 자연스레 친해질 기회를 가진다. 이에 반해 1년을 기초필수 과목을 가르치는 데 할애하는 대학이 많지 않은 것도 분반제도 시행을 막는 이유 중 하나이다.
분반제도 실시 초기에는 학과의 결속력을 약화시킨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현재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현재 2분반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은욱(기산 09) 학우는 “20명은 모두가 서로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적당한 숫자라고 생각한다. 분반제도를 통해 친구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데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해, 신입생들의 분반제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엿볼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포스텍에는 소수정예대학,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라는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우리만의 고유한 특징이 많다. 타대학에 다니는 친구들과 대학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는가? 그 즐거운 경험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또 다른 POSTECH Unique를 찾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