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평가와 대학의 국제화
사설-대학 평가와 대학의 국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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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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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영국의 평가 기관 QS(Quacquaelli Symonds)와 계약한 조선일보를 통하여 아시아 대학 랭킹이 발표되었다. 여기서 KAIST가 7위, 서울대가 8위인 데 반하여 우리대학은 17위를 기록했다. 작년에 기록한 35위(서울대 8위, KAIST 14위)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17위라는 순위는 불만스럽다.
평가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대학은 교원 당 논문 수와 논문 당 피인용 수에서는 KAIST나 서울대보다 높고 동경대교토대 등과 비슷한 최고 수준의 점수를 받은 반면, 평가에 있어 가장 비중이 높은 학계 평가(peer review)와 졸업생 평판도에서는 여러 동남아시아 대학들보다도 낮은 50위와 60위를 기록했다. 이 두 항목이 전체 평가에서 총 40%를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 항목에서 최소한 서울대나 KAIST 수준으로 올라갈 획기적인 개선책이 없다면 QS에 의한 대학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리대학에서는 학계 평가 및 국제화 등의 점수를 끌어올려 대학 순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대학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대외협력 담당 총장 특별보좌관’이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어 홍보에 힘을 쓰고 있으며, 영어 강의 강화 및 국제 교류 활성화를 독려하고 막스플랑크 코리아 연구소(MPI-Korea) 및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등과 같은 대형 연구 시설을 유치함으로써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려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노력들이 결실을 거둔다면 우리대학의 평가 순위는 KAIST나 서울대를 거뜬히 능가하여 아시아권에서는 최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을 것이다. 홍콩과기대가 지난해 세계 39위였던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세계 188위라는 우리대학의 순위를 단숨에 끌어 올려, 2020년에는 세계 대학 평가에서 우리대학이 목표로 하는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과기대가 20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국제화’를 통하여 QS-Times 평가에서 세계 39위에 올랐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평가라는 것이 누가 중심이 되어 평가하고, 평가 지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그 순위가 크게 뒤바뀌는 결과를 낳기에 그 신뢰성에 의문이 가기도 하지만, 평가결과가 입시를 포함하여 대외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국제적인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QS 등에 의한 대학 평가에서 순위를 끌어올리는 가장 효율적인 지름길이 될 ‘대학의 국제화’에 우리대학이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긴요한 일이다.
사실 ‘대학의 국제화’가 단지 평가 순위를 올리기 위한 것만은 결코 아니다. 이는 현재 국내의 대다수 유수 대학들이 대학 발전을 외치며 지향해가고 있는 대의이고, 또한 우리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대학에서 추진하고 있는 Top-Down 방식만으로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대학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 주인 의식, 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 등과 같은 Bottom-Up 형태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재단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름뿐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를 이루고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홍콩과기대 등은 어마어마한 재원을 들여 대단위의 최신 건물과 시설을 짓고, 파격적인 연봉과 연구비를 제공하여 외국의 유명 석학들을 유치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함으로써, 단기간에 ‘대학의 국제화’를 이룩하여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지난해 QS-Times 평가에서 각각 세계 30위와 39위에 도달했다. 그러나 과연 이들 대학이 진정으로 순위에 걸맞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인가, 우리대학이 발전 모델로 삼을 만한 대학인가, 이들이 이룬 ‘대학의 국제화’가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인가에는 많은 의구심이 든다.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를 이룬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이란 첫째 각 구성원들이 세계 최고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대학이며, 둘째, 세계의 많은 어린 학생들과 젊은 학자들이 선망을 가지고 한 번쯤은 가서 공부하고 연구해 보고 싶어 하는 대학이며, 끝으로 세계적인 석학들이 수시로 방문하여 토의와 연구가 이루어지는 대학이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대학에서 추진하는 ‘대학의 국제화’가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