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대중음악계 활성화를 위한 제언
[문화칼럼] 대중음악계 활성화를 위한 제언
  • 류정은 기자
  • 승인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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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연 문화 창출, 음악산업 개혁의 ‘디딤돌’

‘콘서트’라 하면, 보통 월드스타들의 내한공연, 혹은 이미 열렬한 팬클럽을 가지고 기획사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인기그룹이나 가수들의 공연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다. 이런 요즈음의 음악계에서 라이브 공연의 활성화를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6월 21일과 22일, 라이브 붐 조성을 위한 지방 주요 5개 도시 클럽 투어를 마무리하며 서울에서 38개의 락그룹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Gate In Seoul 락 콘서트가 열린다. 7월 5일, 6일에는 지난 3월에 열렸던 ‘모던록이 들려주는 4가지 라이브 이야기’ 콘서트에 이어 All that Live 두 번째 이야기 ‘열혈가여’ - 반란과 열정이라는 콘서트가 열린다. 동두천 락 페스티벌,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 소요 락 페스티벌과 같은 기존 라이브 공연에 이들 공연이 합세한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년부터 봇물 터지듯 터져나온 사건들-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 라이브 클럽의 위기, 소리바다 mp3 음악공유문제, ‘PR비’ 관련 대형연예비리사건 등-은 대중음악계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단적인 증거였다. 사실 연예계를 들썩였던 ‘PR비’ 비리사건과 같은 악재는 기형적인 우리나라 음악산업 구조에 기인한다.

방송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그것에 의존해온 기존 음악산업의 형태는, 잘나가는 가수가 되려면 인기가 있어야 하고 인기를 누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레 공식화해왔다.

또한 방송에 더 많이 출연하여 사람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한 행위가 과도해지면서 자신의 운동실력으로 음악활동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하고 개그맨 버금가는 웃기기로 자신의 무대를 구축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단지 음악적 재능 외에 뮤지션들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얼마나 개그맨처럼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느냐, 사람을 외모로 얼마나 홀리게 할 수 있느냐, 립싱크를 하더라도 얼마나 비쥬얼적인 면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가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방송이라는 매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보니 다른 경로로 음악을 접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전국에 겨우 30-40개 정도의 클럽이 운영되고 있으면서 그것마저도 합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음성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방송에서의 수용자들의 취향맞추기와 취향만들기에 의해 음악시장에서 살아남는 음악은 비슷비슷한 풍의 음악으로 유형화 되었고 그만큼 음악의 폭 또한 좁아졌다.

이런 산업구조를 개선해보고자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가 나섰다. 문화연대는 올해를 ‘라이브 공연 활성화의 해’로 지정하고 대중음악연속기획 토론회를 주최하는 한편, 라이브 공연 활성화 캠페인과 더불어 클럽 공연, 락 페스티벌 등을 기획하고 있다.

음악의 수용자들이나 비주류 소수의 대중 음악가들을 위해서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인디, 언더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라이브 합동 공연을 활성화하거나 스탠딩 200석 정도 크기의 소규모 공연장을 만들고 공연 관련 과세나 장비의 대여, 공연 기술 등을 지원해서 관객과 직접 만나기 쉬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또 소규모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클럽의 운영 규제를 풀어서 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발돋움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라이브 클럽은 다양한 가수들의 다양한 색채가 발산되는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음악인들의 가능성을 시험받는 장소로서 음악하는 사람들과 듣는 사람들이 함께 능동적으로 즐기는 장소로서도 긍정적인 문화 창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우리보다 클럽의 수도 많을뿐더러 클럽을 통한 마케팅과 문화 형성의 경로가 잘 발달되어 있다. ‘창작음악’의 연주공간,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가진 인디뮤지션들의 상시적인 연주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클럽문화 활성은 대중음악산업의 개혁에 하나의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라이브 공연의 활성화는 방송매체에 의존하는 대중음악산업의 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클럽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라이브 전문이라 불리는 실력파 가수들이 모여 만든 라이브 공연기획사, 올해들어 더 많이 생겨난 라이브 공연들은 새로운 대중음악의 활로를 틔우고 있다. 실력파 메이저 가수나 밴드와 비주류 소수 밴드와의 연합 공연 등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대중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음악인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대중음악의 실험성과 전위성을 보장하면서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비주류음악의 보호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공연공간이 확보되어 그들 음악에 대한 독자적인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음반 제작과 발매의 공동 유통망을 마련한다든지 비주류음악인들이 연합하여 공연할 수 있는 비주류 음악 페스티벌 등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