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술의 세계-난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점술의 세계-난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 박지용 기자
  • 승인 2009.03.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가봤을 포항시네마 1층에 있는 타로 카드점. 1평 남짓한 작은 천막 5개가 모여 있는 이곳에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타로 점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 씨(22·여)는 “친구와 영화를 보러왔는데, 시간이 남아 심심풀이로 타로점을 보러왔다”며, “재미로 타로점을 자주 보는 편”이라고 했다. 아직 애인이 없는 이모 씨는 애정운을 볼 예정이라고. 또 다른 손님 최모 씨(26·여)는 “이제 졸업도 해야 하는데,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러 왔다”고 했다. 타로마스터 임 모씨는 “하루에 평균 50명 정도가 오며, 주로 20대 여성이 많이 찾는다”며 그 중에 포스텍 학생도 많다고 살짝 귀띔한다. 또 임씨는 “주로 20대 초반의 고객들은 애정운에 대해 가장 많이 물어보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진로나 취업운을 궁금해 한다”며, 특히 요즘 불경기라 그런지 취업운, 학업운에 대한 상담이 늘었단다. 이번엔 시내 중앙상가에 있는 N 사주카페의 역술가 S 씨를 만나봤다. “하루 평균 20여 명이 오는데, 주로 20대 초·중반으로 연애운결혼운·취업운에 대한 사주를 가장 많이 본다”고 한다. 가끔 자녀운을 보러오거나 자녀의 작명을 위해 오는 손님도 있단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며 타로카드나 사주·운세 등의 점술집을 찾는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점술집이 호황을 이룬다. 미래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인류의 열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오래 전부터 동양에서는 주역·사주·무속 등이 성행하였고, 서양에서는 점성술·연금술·타로카드 등을 통해 미래를 점쳐왔다. 요즘은 길거리에서도 사주카페나 역술인 포장마차 등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서도 사주나 운세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역술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역술인은 5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점술 시장의 규모도 최대 4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점술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점술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다. 타로마스터 임모 씨는 “카드가 말해주는 결과는 70%만 믿고 나머지 30%는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들을 예언가라기보다는 심리 상담을 해주는 멘토로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역술가 S 씨 역시 “우리는 운명론자로서 운명을 믿고 점쳐주지만 운명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며 “얼마든지 스스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점술가의 말을 쉽게 믿는 이유
반신반의하며 심심풀이로 점을 보러갔는데, 점술가의 풀이를 들으면 들을수록 ‘딱 내 얘기네!’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점술가들은 어떻게 나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정말로 내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걸까? “당신은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지만, 속은 상당히 여리시군요.” “당신은 자존심이 강하군요. 가끔은 자기주장을 접을 때도 필요합니다.” “당신은 평소에 성실하고 현실에 충실하지만, 때때로 일탈을 꿈꾸는군요.” 이런 말을 듣고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혹시 딱 내 얘기잖아?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사실 이 말은 당신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말이다. 보통 막연하고 일반적인 특성을 자신의 성격이라고 묘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특성이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으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바넘효과(Barnum effect)’라고 한다. 이 말은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하며, ‘쉽게 속아 넘어가는 얼치기는 매순간 태어난다’라는 표현을 했던 서커스단 주인의 이름인 바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이 바넘효과는 1940년대 말 심리학자 포러에 의해 검증된 바 있다. 포러는 학생들에게 성격 테스트 후, 사람의 보편적인 성격을 말해주는 결과가 적혀있는 같은 결과지를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80% 이상이 자기 성격과 매우 일치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가 점술가의 말에 내 얘기라고 공감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 동쪽으로 가면 지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올해 안에 인연이 찾아올 것입니다.” 점술가의 이런 말을 들으면 당신은 어떠할 것 같은가? 당신은 특별히 갈 곳이 정해져있지 않다면 동쪽을 향하게 될 것이고, 올해가 가기 전에 애인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만약 동쪽으로 가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혹은 정말로 애인이 생긴다면 당신은 그 점술가를 ‘족집게’라 부를 것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 한다. 다시 말해 스스로 실행하는 예언이라는 것이다. 예언대로 행동하고, 나중에는 그 예언이 맞았다고 하는 식이다. 만약 그 예언이 맞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 당신은 맞지 않은 예언 10개보다 맞은 예언 하나를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