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대학 출신 대학원생들의 포스텍 적응기
타대학 출신 대학원생들의 포스텍 적응기
  • 조규하 기자
  • 승인 200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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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런 포스텍, 아쉬운 포스텍 문화

- 포스텍에 오게 된 계기는?
A : 포스텍에 진학한 한 선배와 여러 번 대화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포스텍을 추천하면서 정보도 많이 주셨다.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이나 연구 환경이 좋다는 데에 매력을 느껴 오게 되었다.
B : 전공하고 있는 분야에 있어서 포스텍의 연구실이 전국에서 가장 좋다. 물론 선배들의 추천도 포스텍을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C : 지원 당시 포스텍에 선배들이 많이 계셨다.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포스텍에 지원하게 되었다.
D : 원하는 전공 관련 연구실이 포스텍에 있어서 오게 되었다.

- 포스텍 대학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A : 학교 어디에 뭐가 있다는 것은 연구실 선배가 알려주는데, 선배들도 바빠서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누군가가 한꺼번에 설명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물어보다보니 조금 힘들었다. 수강정정원에 왜 사인을 받는지도 모른 채 받았는데, 그런 이유를 좀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신입생이면 다 겪는 문제이지 않을까.
B : 보통 익숙하게 생각하는 POVIS나 여러가지 시스템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으면 한다. 처음에 업무를 받았을 때 방법을 잘 몰라서 POVIS를 한 시간 동안 이것저것 눌러보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논문을 검색하거나 시설을 예약하는 시스템이 있을 것 같은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아직도 사용해보지 못하고 있다. 사실 꼭 타대생이어서가 아니라 자대생이어도 학부 1학년생이면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C : 집이 서울이고 학교도 서울에서 다니다보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포항에서 홀로 대학원생활을 시작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 학교가 시내와 떨어져 있고, 타대학과의 교류도 별로 없는 것 같다. 학내에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 시스템인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좀 힘들다.
D : 나는 집이 한 시간 거리밖에 안 되서 그나마 괜찮은 편이지만, 역시 아는 사람이 적어서 외로웠다. 외곽지역에 있어서 불편한 점도 많다. 차가 없으면 어디 나가기도 힘들고 말이다.
A :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생활도 힘들어서 학교 안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처음 와서 한 학기 정도는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답답했다.
B : 집 떠나면 고생할 수밖에 없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타지에서 생활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빨래 같은 아주 기본적인 일에 익숙지 않다. 언젠가는 해야 하는 거지만, 습관이 안 들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무척 힘들게 느꼈다.

- 포스텍에 와서 좋았던 점이 있다면?
B : 보지 못했던 것을 많이 보았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전에 있던 대학보다 많으니까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또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체육시설이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는 체육관을 이용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여기는 시설이 정말 좋다.
A : 나도 체육관이 마음에 들었다. 그 외에 다 같이 모여서 사니까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어서 좋았고, 다양한 세미나에 참가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학과에서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세미나를 열어주곤 한다. 학부 때의 대학에 비해서 세미나가 훨씬 많고 다양하니까 좋은 경험이 된다. 대학원생이니까 교수님과 자주 관계를 갖게 되는데, 학부생들도 교수님과 굉장히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도 좋아보였다.
D : 공기가 좋다고 할까(웃음). 연구실뿐만 아니라 시설이 전반적으로 좋다. 역시 체육관이 마음에 들었다. 헬스시설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C : 아무래도 타대출신이다보니 텃세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런 것이 거의 없었다. 학과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전반적으로 그런 부분을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금방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러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듯하고, 개인적으로도 이득을 많이 본 것 같다. 대학 후배들에게도 이부분이 상당한 장점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 포스텍의 사람들은 어땠는가?
B :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기본적인 내용은 모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강의를 하는 것 같다. 똑같은 과목이라도 포스텍 교수님이 강의하는 것과 타대학 교수님이 강의하는 관점이 다를 수 있는데, 그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수업을 듣다보면 가끔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기도 한데,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C :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한데 불평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포스텍에도 나름대로의 커리큘럼이 있고, 타대학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학부 때부터 배웠던 학생들은 수업방식이나 강의 스타일 등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타대생으로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생활에 있어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A : 가끔 무시하는 듯이 말하는 교수님이 있다. 수업 중에 타대생이 질문에 답을 못하면 “너 어디 나왔어?”라고 말씀하셔서 조금 불편했다. 사실 배웠던 것을 기억 못할 수도 있다. 타대생이라고 해서 자대생보다 못한다는 인식은 지나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이는 아니지만 일부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B : 사실 포스텍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자대생들이 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자대생이 나은 요인에는 그 대학에서 공부를 더 열심히 시켰거나, 익숙한 곳에서 공부를 한다든가 하는 것들이 있다. 원래 다니던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로 타대에서 오면 못한다고 한다. 그것은 오기 전부터 예상했고,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다만 사람들 사이에 배타적인 것이 있다고 할까. 규모가 작으니까 사람들끼리 잘 뭉치는데, 친한 사람들의 그룹에 타대생이 끼기가 힘들다. 어느 그룹에서나 이러한 성향을 볼 수 있겠지만, 작은 규모의 포스텍에서는 그 부분이 조금 더 심하다고 생각한다.
D : 학교 사람들을 대하다보면 조금 회사적인 분위기라고 할까, 사람사이의 관계가 인간적인 것보다 필요에 의해서 맺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업무 수행을 위해서나 의무감에 의해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보이곤 했다.
C : 나는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았다. 같이 기숙사에서 살고 술집에 가고 수업을 듣고 연구를 하는 등 생활이 거의 비슷하다보니 포스텍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기숙사와 연구실의 구분이 없는 경향이 있다. 출퇴근의 구분이 있고 업무의 분리가 명확하길 바라는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인식이 있었다. 물론 이것도 교수님이나 랩마다 편차가 크다고 하더라.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정말 필요한 정보를 좀 제공해주었으면 한다. 유니온 홈페이지만 알려줘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학교 전체가 학생들을 위해 배려해주는 시스템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통합 오리엔테이션 같은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B : 대학의 규모가 적다보니 소문이 빨리 돈다고 할까. 가만히 있어도 이런저런 정보가 돌고 돌다보니 작은 실수에도 나쁜 소문이 들리더라.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도 했다.
C : 대학 내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다보니 외부와의 교류가 너무 없는 듯하다. 이건 비단 타대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종합대가 아닌 소규모 이공계 대학이다보니 그런 교류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D :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좋기는 하다. 주변의 유혹이 없다보니 한눈팔기가 어렵다. 조금 더 살아보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정리 : 조규하 기자 jgh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