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하면 떠오르는 것은?
‘포스텍’ 하면 떠오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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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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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의 상징물- 구체적인 대상 찾기 어려워

우리대학 홈페이지(www.postech.ac.kr)에는 대학의 상징들과 캠퍼스 명소들이 소개되어 있다. 우주와 과학기술, 진리탐구의 의지를 내포하는 포스텍의 엠블럼, 포스테키안들의 애환을 담고 있는 ‘78계단’, 학문에 대한 열정을 상징하는 ‘청암학술정보관’, 낭만을 마시는 ‘통나무집’, 노벨상을 받을 한국 과학자를 위한 ‘미래의 과학자상’ 등. 그렇다면 실제로 사람들은 ‘포스텍’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우리대학 주변에 위치하여 포스텍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고 관심 있는 경북과학고와 포항제철고 학생 78명에게 물었다. ‘포스텍하면 구체적인 대상으로 무엇이 떠오르는가?’라는 질문에 ‘없음’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41%에 달했다. 청암학술정보관을 떠올린 학생이 10.3%, 78계단을 떠올린 학생이 6.4%, 포스텍의 마크와 엠블럼을 떠올린 학생들은 5.1%였다. 포스코나 포항을 떠올린 학생들도 10%에 달했다. 학생식당이나 지곡회관, 특정 동아리 등 우리대학을 대표하기에 적절하지 못한 응답도 10%가량 있었다. 우리대학 학부생들에게도 물었다. 조사에 참여한 223명의 학생들은 대부분 추상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다. 공부 열심히 하는 학교,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학교, 전형적인 공대 등. 구체적인 대상에는 방사광가속기가 가장 많았고, 의외로 포스코라 대답하는 학생도 많이 있었다. ‘학교를 상징하는 대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80%에 가까운 학생들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포카전 때 쓰이는 불사조가 좋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연세대나 고려대처럼 친근한 동물을 이용하자는 의견, 78계단 같은 기존의 명소나 엠블럼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필요 없다’는 의견 중에는 ‘상징물의 존재가 포스텍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줄 것이라 생각되지 않음’, ‘상징물보다는 포스텍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함‘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재원(전자 08) 학우는 “대부분의 상징들은 역사적인 기념물이나 학교 설립의 배경 혹은 이념으로부터 생기는데, 우리대학의 경우 다른 대학에 비해 역사가 짧아 상징물을 정하기 어렵다. 학교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쉽게 정할 사안은 아니지만, 상징물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가 자랑할 수 있는 신념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우리대학도 상징물이 있다면 더욱 명문학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심치현(물리 06) 학우는 “우리대학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국 1%가 모인 곳, 전국 최고의 이공대학, 우수한 연구시설 등 우리대학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상당히 많다. 오히려 상징물보다 그 학교의 수준과 교육에 대한 투자, 그리고 연구 분야 등으로 기억되는 것이 더 포스텍 다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현규(화공 06) 총학생회장은 “포스텍을 상징하는 구체적인 대상도 필요하지만, ‘포스텍’이란 이름의 이미지 메이킹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민족고대’의 고려대처럼 확실한 자신만의 이미지를 가진 대학들이 있지만, 포스텍은 그런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포스텍 홍보 사업의 일환으로 PBS와 연계하여 포스텍 UCC를 제작할 계획이다. 포스테키안의 일상을 ‘24시간 밀착 취재’ 형식으로 담아낼 것이며, 인터넷에 올려서 일반인들에게 포스텍 라이프를 알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규철 기자 lkc0213@


마케팅적 관점에서 바라본 대학의 상징물 

- 독특하고 호의적인 이미지 창출

‘서울대’ 하면 ‘샤’ 모양의 정문이, ‘연세대’ 하면 독수리상이, ‘고려대’ 하면 호랑이상이라는 상징물이 떠오른다. 외국 대학의 경우에도 칼텍은 대포, 하버드는 설립자의 동상 등 저마다 고유의 상징물을 가지고 있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볼 때, 특정 조직의 특정 상징물이 마음속에 쉽게 떠오른다는 것은 이 상징물이 해당 조직의 매우 중요한 브랜드자산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예를 들어 ‘포스텍’도 브랜드이다)란 특정 조직이 자기 조직에서 생산하는 제품(상품, 아이디어, 서비스 등)을 경쟁자의 그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브랜드명, 브랜드 마크(로고, 디자인, 슬로건, 상징이나 상징물, 캐릭터 등), 혹은 이 요소들을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그 자체는 소비자가 그 브랜드와 친숙한 정도와 호의적이고, 강하고, 독특한 연상을 기억하고 있는 정도에 따른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이 브랜드 자산은 크게 특정 브랜드가 마음속에 얼마나 용이하게 떠오르는가를 나타내는 브랜드 인지도와, 특정 브랜드를 곰곰이 생각할 때 소비자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유형의 연상을 의미하는 브랜드 이미지라는 두 가지 유형의 브랜드에 대한 지식으로 구성된다. 인지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호의적이고 독특한 이미지가 많을수록, 그리고 강하게 떠오를수록 브랜드 자산의 가치는 높아진다. 먼저 좋은 상징물은 브랜드 자산을 강화시킨다. ‘포스텍’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명문대학이다. 이는 브랜드자산의 필요조건인 인지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만족스럽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교수진과 학생, 그리고 제반시설이라는 ‘포스텍’이라는 브랜드와 직접 연관된 연상들과, 포항포스코 등 직접적으로는 연관되지 않는 연상들로 구성된다. 이러한 ‘포스텍’의 속성에 대한 이미지들은 호의적이고 강하다. 또한 주로 종합대학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공계만으로 차별화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를 마케팅에서는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 한다) 독특한 이미지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포스텍’만의 독특한 상징물이 존재하여 이 상징물이 좋은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쉽게 떠오른다는 것은 기존의 ‘포스텍’의 이미지에 또 하나의 독특하고 호의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떠오르게 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포스텍’의 브랜드자산을 높이는 것이 된다. 둘째, 상징물은 기억과 스키마의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포스텍’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들은 우리 머릿속에 스키마의 형태로 기억된다. 마디(node)라는 형태의 ‘포스텍’과 ‘포스텍’에 대한 연상(명문 공대, 우수한 교수 및 학생, 포항 등)은 고리(link)를 통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다. ‘포스텍’이라는 마디가 자극되면 이 마디와 고리를 통하여 형성된 마디들이 활성화되는데, 즉 이미지들이 떠오르는데 이 이미지의 집합을 설명하는 개념이 스키마이다. 예를 들어 독수리라는 마디가 자극되면 우리는 하늘의 제왕, 커다란 새, 먹이사슬의 최상위, 연세대를 연상할 수 있고, 연세대라는 연상은 다시 연세대와 관련된 이미지를 활성화시킨다. 그 반대로 연세대라는 마디가 자극되면 독수리 연상이 활성화된다. 상징이나 상징물은 시각적 정보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언어적 정보보다는 시각적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 잘 기억된 정보는 스키마의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결론적으로 상징물은 더 잘 기억되는 정보이고, 이는 스키마의 활성화를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어떤 제품(대학에서의 공학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해당 제품에 대한 구매(공과대학 진학)를 해야 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명문 공과대에 진학이 가능한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몇 개의 명문대학들이 떠오를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브랜드들을 ‘환기상표군(evoked set)’이라 한다. 이에 더하여 고교 진학상담교사로부터 몇 개의 대학이 추가로 추천될 것이다. 이들 환기상표군과 추천된 대학을 합친 집단을 ‘고려상표군(consideration set)’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이 고려상표군 내에서 한 대학을 선정하여 진학하게 된다. 제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환기된 브랜드를 구매할 확률이 가장 높다. 휴대폰 하면 무슨 브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청바지 하면 어떤 브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일반적으로 여러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최초 상기 브랜드를 구입할 확률이 가장 높다. 결론적으로 시각적 자극인 상징물은 기억을 용이하게 하여 인지도를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독특하고 호의적인 이미지를 창출한다. 독특하고 좋은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는 소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다른 조건(즉 대학의 명성, 교수진, 학생의 수준 등)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 이는 진학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희욱/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상징물의 의미와 제작의 어려움- 대학을 대표하면서 실용적인 것으로

UI(University Identity) 사업은 대학의 이미지를 통합함으로써 대학의 목표와 교육철학을 대내외에 표출하는 일이다. 대학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많은 대학에서 이를 추진했다. 이 사업은 대학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작하는데, 대부분의 학교가 대학을 상징하는 엠블렘캐릭터로고 등의 변화부터 시작한다. 이밖에도 지정서체나 시그니쳐심볼마크색상 등 대학의 상징물이 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나간다. 대학을 대표하는 상징물은 대학의 정체성 확립과 이미지 메이킹을 돕고 구성원들이 동질감과 자긍심을 갖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대학도 개교 20주년을 맞아 대학 발전의 새로운 도약과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2005년 말부터 UI사업을 추진했었다. 포항공대POSTECH포항공과대학교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 UI사업을 통해 이미지를 통합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POSTECH을 공식 명칭으로 지정하고, 심볼마크와 현재 많이 사용하는 분홍색의 ‘POSTECH 서체’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외에는 딱히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지 않았다. 설문 결과가 보여주듯이 현재 많은 학생들이 대학의 상징물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대학에서도 상징물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없다. UI사업을 했음에도 아직 상징물이 없는 이유는 상징물을 만드는 데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을 상징물로 정할 것인가?’이다. 대학의 상징물은 그 대학의 특징과 비전을 나타내고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홍보팀의 관계자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우리대학의 특징과 비전을 담아내는 상징물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 많은 대학이 상징물로 사용하는 것이 동물인데, 우리대학에 적합한 동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며 구체적인 상징물을 만드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실 2000년 발전홍보팀(현재 홍보팀)에서 대학 캐릭터 제작을 시도한 적이 있다. 대학의 이미지를 시각화하여 캐릭터 상징물을 만듦으로써 △대학 구성원간의 일체감을 강화하고 △대학의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 그것을 확산시키고 △세계적인 대학으로의 발전의지를 간접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교내 공모전도 열고, 전문 업체에 제작을 위탁하여 최종적으로 4가지 시안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대학을 대표하고, 대학의 비전을 담은 공식적인 캐릭터가 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하여 캐릭터 제작은 무산되었다. 또한 ‘대학의 상징물을 만드는 것이 과연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설문조사에서 상징물이 불필요하다고 답한 한 학생은 “우리대학이 비전대로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서 상징물이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상징물에 역사가 있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 대학 구성원들과 일반인들이 인정하는 상징물을 가진 학교는 드물다. 상징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만큼 그것이 유용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어떤 학우는 “상징물을 만든다 해도 그것이 상징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오랜 역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돈을 투자해서 홍보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대학은 현재로선 예전의 ‘캐릭터 제작 사업’과 같은 상징물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홍보팀의 관계자는 “특정 물체를 상징물로 만들기보다 대학의 개성과 비전을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슬로건 같은 것을 만드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상징물이 아니더라도 ‘POSTECH 서체’와 같이 대학을 정확히 대표하면서 좀 더 실용적인 것들을 만들 것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최유림 기자 hoi48y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