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 최고의 피겨스케이터, 김연아
독자논단 - 최고의 피겨스케이터, 김연아
  • 이상준 / 전자 07
  • 승인 2009.03.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갖 세계 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김연아 선수. 요즘 청소년들 중 이 선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랑프리 시리즈 및 그랑프리 파이널,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2008년 광고수입만 40억원, 심지어 그 이름이 세계최대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올라와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 중에도 김연아 선수를 좋아하고 피겨스케이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최지은김수진김나영김채화와 같은 이름을 기억하는가? 모두 세계 랭킹 100위안에 드는 김연아 또래의 유능한 피겨스케이터들이다. 최지은 선수는 국제대회 경력이 가장 많으며, 김채화 선수는 2007 ISU 그랑프리대회에서 김연아 선수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로 출전하여 9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들이 관심 받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일까? 아니다. 실제 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 선수가 1위를 한 뒤로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다. 다만 김연아라는 최고의 선수에게만 관심이 몰리기에, 다른 선수들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1등과 2등의 차이는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에 불과한데도, 시장은 1등에게만 모든 부와 권력을 몰아주어 싹쓸이하게 만든다” (로버트 플랭크쿡 에서).

승자가 부와 권력을 독식하는 사회. ‘독식’이라는 단어가 과장되었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비슷한 발명품을 고안했더라도 먼저 특허를 낸 사람만 그에 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된다. 비슷한 주제의 학술논문을 준비한 경우에도 가장 먼저 학회에 등록한 사람 외에는 지금껏 했던 연구를 아무 소득 없이 접어야 하는 것이다.

작년 여름,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달리기하는 장면을 보았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100m, 200m 경기를 1등으로 신기록을 세우며 들어오는 것을 보고, 400m 경기역시 손에 땀을 쥐고 보았다. 그 때는 선수들 간의 아슬아슬한 차이 때문에 재미있게 봤지만, 지금 생각하면 1초도 안 되는 차이 때문에 연봉이 수십에서 수백배가량 차이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1등을 향한 경쟁 때문에 신기록 갱신과 같은 긍정적인 발전이 있을 수 있었지만, 이러한 경쟁이 과잉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아래 경쟁하는 과정에서 낭비가 유발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운동선수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우리는 지금 경쟁에 대한 결과물로서 승자와 패자사이에 불합리하게 큰 차이가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경쟁에서 이기자’라든지 ‘최고가 모든 것을 가지는 이 사회의 구조를 비판하자’와 같은 것이 아니다. 최후의 승자만이 독식할 수 있는 이득이 초래하는 무분별한 경쟁과 삭막해진 사회현실, 그리고 이런 경쟁에 쓰이며 낭비되는 인적, 사회적 비용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