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신입생들에게
78오름돌- 신입생들에게
  • 강탁호 기자
  • 승인 2009.03.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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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학번 새내기들, 모두 반가워. 이번에 뭘 쓸까 고민하다가 왠지 1학년 때 내 모습이 생각났어. 어리벙벙했던 때였고 사실 뭘 몰랐을 때지. 시행착오도 겪다 보니 이제 3학년이네. 3학년이 뭘 알겠나 하겠는데, 그래도 1학년 때보단 많이 알지 않겠어? 그래서 참고하라고 몇 자 적어봐. “남는 건 학점뿐이다”라고들 하지. 하지만 남는 건 학점만이 아니야. 친구들과의 추억, 동아리에서 새로 배운 취미생활, 참 여러 가지가 남아. 그래도 학점이 중요하다는 건 알아줬으면 좋겠어. 생존 경쟁이라는 현실이 슬프긴 해. 오직 능력만으로 사람을 대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고 일해야 한다는 것. 그래도 현실이 그런데 어쩌겠어? 살긴 살아야지. 정말 하고 싶었던 수학 과학 공부를 원 없이 할 수 있게 돼서 즐거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했는데 대학에 와서도 새벽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 하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어떻게 생각하건 괜찮지만 대학 왔으니 공부는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은 아닌 거 같다. 학생활동에 바빴고 대학 졸업자가 별로 없었던 80년대의 대학에서야 캠퍼스가 로맨틱했겠지만. 그리고 09들, 컴퓨터를 꺼봐. 우리대학에 있다 보면 많이 느끼게 될 거야. 포항이라는 지리적 환경, 30분은 나가야 하는 도심. 학업 외에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래 동아리나 자치단체 활동을 할 수도 있고, 과외를 해서 돈을 벌 수도 있어. 아니면 방학 때 한번쯤은 학교를 벗어나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어. 여태까지 내가 겪었던 그런 경험은 어떤 방식으로든 새롭게 시야를 넓혀주었던 것 같아. 많은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면 가까운 곳에서나 또는 기숙사로 돌아와서 일단 컴퓨터를 켜고 종일 모니터만 바라봐. 그게 반복되면서 열의도 점점 사라지지. 솔직히 공부 외에 무언가 할 수 있는 환경은 안 좋아. 학교에만 있으니 답답한 것도 맞아. 그런데 별 생각 없이 컴퓨터만 하면서 환경을 탓하는 모습은 맘에 안 든다고 떼쓰는 어린아이의 생각이 아닐까 싶어. 불평할 시간에 직접 무언가를 해보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너만의 색깔을 가진 궤적을 그렸으면 좋겠어. 주변에서 그럴 거야. “포스텍 대학생이라면 하루 종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 이런 말들이 많이 들려와. 때로 이런 이미지는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과는 상충하기도 해. 근데 이런 외부의 시선에 너를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너의 신념, 네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대로 밀고가. 너를 가장 잘 아는 건 바깥에서 피상적으로만 바라보는 당신들이 아닌 너 자신 아니겠어? 그 사람들은 너 만큼 진지하지도 않고. 물론 그 신념대로 했을 때 따르는 것에 대해서도 책임은 네가 지는 거야. 나도 아직 배울 게 많아. 그래도 2년 앞선 경험으로 느낀 것, 아직 너희들이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것들을 한번쯤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야. 09학번 새내기, 파이팅.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