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스테키안에게 바란다
사설-포스테키안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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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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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곳곳의 꽃망울이 눈길을 끄는 계절이다. 어김없이 찾아온 꽃샘추위 때문에 여린 꽃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 시련이야말로 만춘(晩春)의 화려함과 성하(盛夏)의 푸르름 그리고 추일(秋日)의 결실을 예약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걱정보다는 격려를 보내고 싶다. 우리대학의 꽃망울에 해당하는 학부생들 특히 신입생을 대하는 심정 또한 유사하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올해 입학생을 대상으로 신입회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동아리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한다. 이공계 장학금 기준 학점이 상향된 데 따라 신입생들이 학업에 부담을 느껴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RC 사생들의 면담 결과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업 부담을 이유로 캠퍼스 생활에 다소 소극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신입생들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비단 신입생뿐 아니라 동일한 태도가 재학생들에게서도 확인됨을 생각하면 우리의 안타까움은 배가된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면 쉽게 확인되듯이, 학내 곳곳에서 행해지는 비교과 교육행사들 곧 각종 강연이나 공연, 워크숍, 경연대회 등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참여도가 저조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님을 생각하면, 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공계 장학금 기준 학점의 지속적인 상승 탓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포스테키안이 학업 이외의 활동에 소극적인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찾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원인분석 대신 문제해결 방안으로서, 그러한 현상을 지양할 수 있게 할 의식을 두 가지로 강조하고자 한다. 하나는 대학의 본래적인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사회가 우리에게 바라는 바 곧 우리의 소명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지속되어온 대학의 궁극 목적이 진리의 탐구임은 명약관화하다. 고대 그리스의 아카데미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사정은 변하지 않는다. 한편 베를린대학이 잘 보여주듯이 특히 근대대학에 이르러서는 자유 또한 대학의 중요한 특징이 되어 왔다. 이때의 자유란 진리 탐구의 자유에 한정되지 않고 폭넓은 인간성의 발양이라는 계몽주의의 정신에 닿아 있는 것이다. 요컨대 대학의 사명이란 세계에 대한 탐구와 인간의 발전 두 가지를 포괄하는 것이며, 따라서 대학인은 이러한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부단히 그리고 폭넓게 자신을 연마해야 한다.

현대사회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도 사실상 동일하다. 모든 분야에서 급속하게 변화발전해 가는 현대사회는, 전공지식만을 잘 갖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그에 더하여 인간과 세계에 대한 기본소양과 창의성, 리더십 등을 두루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학문의 발전양상이 학제간 경계를 넘어서는 통섭을 지향하며 따라서 진리탐구에 있어 수월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사고의 패턴을 다양화하여 창의성을 증진시켜야 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사회가 우리에게 거는 기대에 부응하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대인관계 능력 등 포괄적인 리더십을 구비해야 함도 자명하다.

이상과 같은 대학의 궁극 목적과 현대사회의 요구를 고려할 때, 바람직한 포스테키안의 모습이 학점 따기 공부에만 얽매이지 않는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인 맥락에서 한 가지 덧붙여, 대학 졸업 후 살아갈 50년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도 교양과 더불어 각자에게 내적인 만족을 주는 취미활동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두루 고려하면 학업에 충실을 기하는 것은 포스테키안 대학생활의 필수요소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대학 본연의 목적에 부응하고, 우리 사회가 포스텍에 거는 사명을 받아들이며, 개인적으로도 풍요로운 미래 생활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포스테키안 모두 대학생활의 폭을 확장하여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시간관리 자기관리를 충실히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활동을 하면서도 무엇 하나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믿고, 모든 포스테키안이 보다 다채로운 대학생활을 해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