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장학금, 3.3의 공포가 밀려온다!
이공계 장학금, 3.3의 공포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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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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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국가 장학생 사업, 사업목적에 부합토록 매년 조금씩 엄격해져

‘이공계 국가 장학생 사업’은 정부의 이공계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2003년부터 시행되었다. 매년 선발되는 장학생 중 성적기준을 충족하는 학생들에게 매학기별 등록금(입학금수업료기성회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우수자 1,800명 △대학별 입학성적 우수자 600명 △중점대학 800명 △재학생 우수자 600명 등 총 3,800명이 신규 장학생으로 선발된다. 여기서 ‘중점대학’은 우리대학과 KAIST에 해당한다. 이 장학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우리대학과 KAIST는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점, 신입생들이 ‘지방대학 이공계 국가장학금 선발기준’을 사실상 모두 충족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입학정원의 80%를 장학생으로 선발하는 별도 기준을 적용받았다. 이공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도 한 번 성적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고, 두 번 만족하지 못하면 영구적으로 제외된다. 그런데 올해부터 이공계 장학금의 평점기준이 작년에 2.7점에서 3.0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 3.3점(B+)/4.3점으로 또다시 상향조정된다. 이는 좀 더 합리적으로 우수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하기 위해서다. 우리대학의 경우 학생의 80%가 이공계 장학금을, 나머지 20%는 같은 성적 기준으로 대통령 장학금이나 학교에서 지급하는 지곡장학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대학들은 모든 학생이 장학금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대학에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으려면 4.0점(A0)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공계 장학금은 상대적으로 성적기준이 낮아서, 대학에서 성적이 낮은 학생이 장학금을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국과학재단의 이공계 장학사업 관계자는 “이공계 장학금은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을 배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입학당시 성적으로 장학금 수혜 대상을 선발하고 있는데, 대학에서의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입학성적이 낮아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애초 목적에서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대학별로 기존 장학생이 성적미달이나 제적 등으로 장학생에서 탈락하게 되면 재학생 중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새롭게 선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다. 또한 성적기준이 3.0점(B0)이었던 2008년부터 2년간 4개 학기 성적이 종합평균 3.3점 이상을 받아야 나머지 2년을 지원하는 ‘2+2 제도’를 도입했다. 2009년 신입생부터는 성적기준과 함께 ‘향후 이공계 대학원 진학 및 이공계 분야 연구 활동 등에 지속적으로 진출코자 하는 학생위주로 각 대학 자체규정에 의거 선발추천된 자’라는 조건이 덧붙여졌다. 이 역시 당초 장학사업의 목적에 부합하는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대학 신입생의 80%가 이공계 장학생으로 선발되지만, 성적평가는 대부분이 상대평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학생에서 탈락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공계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가 탈락한 자는 성적이 오르더라도 다시 뽑힐 수 없어서 ‘재학 우수자’로 대체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사람도 20%에 불과하다. 성적기준이 급격히 상향조정되면서 학생들의 불만의 소리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우리대학은 입학생의 성적편차가 적고 학점을 받기 매우 어렵다. 장학금 성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학점을 위해 공부하거나 학업 이외의 활동이 위축될까 염려스럽다. 또한 우리대학 장학철학의 근간인 ‘Need-Based’가 훼손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유림 기자 hoi48yr@

 

 

높아진 기준과 우리대학의 대응

또 오른 평점기준…40%가 “나 어떡해?”

우리대학이 개교 초 내건 교육철학 중 하나는 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 아래 개교 초기에는 등록금 대비 장학금 환원율이 80%에 달했다. 이후 1989년 수립된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환원율을 낮추어 현재에는 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03년에는 이공계 국가 장학생 사업이 시작되어 우리대학의 경우에는 80%의 학생이 등록금 전액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20% 학생들은 대학에서 운영하는 지곡장학금의 이름으로 이공계 장학금과 같은 성적 기준을 통해 동일한 지원을 받는다. 이전까지는 많은 학생들이 여느 사립대학과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일부라도 납부해야 했지만, 이공계 장학생 사업이 시작된 이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이 사업이 시작된 이후 교비장학금 지출이 줄어들자 다양한 장학제도를 신설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SMP 프로그램, 여러 해외파견 프로그램,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등이 현재 운영되고 있다. 이로써 우리대학은 국내 어느 대학도 따라올 수 없는 장학제도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현 장학제도에서 많은 학생들이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이공계 장학금의 계속 지원 기준이 평점 3.3점에 이르게 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8학년도 이공계 장학금과 지곡장학금 수혜자들의 2학기 성적 통계에 의하면 평점 3.3점 이하의 학생은 40%에 달한다. 이번 학기에도 교수들이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성적을 매길 경우 09학번 신입생들의 약 40%는 이공계 장학금과 지곡장학금의 계속 지원에 탈락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학생들이 학업에 더욱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면학동기를 촉진하기 위한 한국과학재단의 의도도 좋지만, 우리대학에서 이로 인한 몇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각종 과외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교육위원회에서 2008년 10월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평점 2.7~3.0점 사이에 있는 응답자의 경우 ‘장학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인해 학업 외 활동에 덜 참여하게 되거나, 아예 활동 자체를 그만 둔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78%가 ‘있다’라고 답했다. 게다가 현재까지 이공계 장학금과 지곡장학금 지원에 탈락한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 지원은 물론, 학기근로장학생 선발자격도 미달되어 대학에서 제공하는 장학제도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극도로 좋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장학금 제도를 통해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평점이 3.0점 이하이고 특별장학금 대상에 해당하는 사유를 충족하지 못해 등록금 마련이 힘겨운 학생들을 보면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교육철학이 무색한 상황이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평점 기준의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한국과학재단의 입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서 상대평가로 성적을 매기는 우리대학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많은 학생들이 답답해하는 부분이다. 장학혜택을 받고 있는 학생이 다수라서 받지 못한 학생들은 좌절감이 더욱 클 것이며, 혜택을 받게 된 학생들도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장학제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던 입시홍보에 자신들이 장학금에 목매면서 공부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학생들은 이래저래 섭섭하다. 우리대학에서 장학금 지원에 평점 3.3점의 기준을 두는 것은 장학혜택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겠다는 우리대학 장학정책의 근간과 분명히 어긋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공계 장학금으로 지원되는 막대한 국가재정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재정지원을 받게 되면 국가의 운영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요약하자면 현 우리대학의 장학제도는 한국과학재단과 우리대학이라는 두 개의 주체가 다른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어 혼란스러운 국면에 처해있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학에 전달하고 있으며, 학생지원팀 역시 대안이 될 장학제도를 준비하면서 총학생회와 자치단체 대표자들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학생교육위원회는 지난해 총장과의 대화에서 위에서 언급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포스텍 학부생 장학제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이외에도 학생지원팀과 수차례 접촉하여 새로운 장학제도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눴다. 현재 학생지원팀이 마련한 새로운 장학정책 안건은 2월 6일 있었던 총학생회 및 자치단체 리더십 트레이닝(LT)에서 공개되어 총학생회 블로그와 자치단체 홈페이지 UNION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다. 총학과 자치단체 대표자 측은 ‘큰 무리가 없는 것’이라고 새로운 장학제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새로운 안건의 핵심 내용은 이공계 장학금과 지곡장학금 탈락자의 가정형편을 고려하여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항목이다. 학생지원팀은 등록금 전액지원 장학금 탈락자 중 가정형편이 우리사회의 중상위에 해당하는 계층까지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발표된 기준이 다소 애매한데, 자세한 운영방안에 대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관련 사안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외에 이공계 장학금과 지곡장학금 탈락자들도 학기근로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된 점과, 지원금 액수가 합리적으로 개선된 점도 눈에 띈다. 앞으로 학기근로장학금은 학생 개인이 한 학기동안 쓰는 최소경비를 예상하여 지급되며, 따라서 기숙사비나 식비 등이 인상될 경우 장학금도 함께 인상될 예정이다. 현재의 학생지원팀의 안은 곧 최종적으로 승인되어 이번 학기부터 시행된다. 최종연 학생지원팀장은 “오랜동안 고심해서 작성한 안건인 만큼 큰 수정 없이 3월 중에 발표하고 시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많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 장학생 사업으로 우리대학의 장학제도가 풍부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대학의 실정과 전국의 이공계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이공계 장학생 사업이 상충되는 부분은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공계 장학금과 지곡장학금 계속 지원에서 탈락한 학생들에게 학생 개인의 게으름만 탓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학생처에서는 분주하게 대안을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과학재단의 일방적인 평점기준 상승에 적극적인 방어를 할 수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연수 기자 yeonsu00@

우리대학의 장학철학과 주인의식

"학비 걱정 없이" → "낼 수 있는 사람은 내자"

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장학금의 사전적 정의는 ‘①학문의 연구를 돕기 위한 장려금 ②경제적인 이유에 의하여 취학하지 못하는 우수한 학생에게 수여하는 학자보조금’이다. 첫 번째 정의는 Merit-Based의 장학금을 의미하고, 두 번째 정의는 Need-Based의 장학금을 뜻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대학의 장학정책은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 우리대학의 장학금은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것인 만큼 Merit-Based라는 부분과 학비걱정 없이 공부하게 해주겠다는 의지에서 Need-Based라는 부분이 공존한다. 그러나 우리대학의 장학제도가 너무 좋은 나머지 두 성격의 장학금이 지나치게 큰 범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장학금 대란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Merit-Based로서 운영되는 이공계 장학금의 지급범위가 80%이고, 여기에 지곡장학금까지 더해져서 등록금대비 100%가 ‘우수한 이공계 학생’에게 지급된다. 또한 현행제도의 근로장학금 선발대상이나 추후개편안의 등록금지원 대상으로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실질적인 범위가 중상위계층이다. 물론 이처럼 우수한 장학제도와 높은 등록금 환원율을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제도가 급격하게 도입되고 변화하면서 우리대학만의 장학철학을 정립하지 못한 부분은 앞으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학비걱정 없이 공부하게 해주겠다는 표현을 공공연히 들을 수 있고, 공식적인 모임에서도 인용하곤 한다. 이러한 의지가 최근에는 ‘낼 수 있는 사람은 내자’와 같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전 구성원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학철학을 정의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학생들이 장학정책을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에는 대학의 홍보부족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에서 생각하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정도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경우도 적고, 이공계 장학금의 평점기준 상승에 대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 왔는지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대학에서는 불합리한 장학정책을 개편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며, 그 원인에는 실무에 관여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확실한 태도와 공감할만한 철학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포함되어있다. 한편 올해 3.3점으로 오른 이공계 장학금의 평점기준은 예견된 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이공계 장학금의 평점기준 상승에 대해 과학재단 관계자를 취재하면서 평점기준의 상승이 3.0점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비공식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본지 360호(2008년 3월 5일자)에서도 2+2 제도의 도입과 더불어 3.3에 대해 빠른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대학의 관련부처에서도 지난해 9월부터 장학정책의 개편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지난해 학생교육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총학생회와 함께 우리대학의 장학제도를 개편하고자 노력해왔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와 같이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어온 과정에서 장학제도의 수혜자로서 재학생들은 과연 교내 장학정책의 변화에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가를 돌이켜볼 필요도 있다. 한 관계자는 예상외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려는 의지보다는 알아서 바꿔줄 것이라는 의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가 장학금을 받기만 하면 제도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의식 역시 만연하다고 한다. 현재 개편안으로 공개된 사항 중에는 그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근로장학금 학점기준의 개편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이공계 장학금의 평점기준 상향과 관계없이 장학정책의 개편은 지속적으로 제시되어온 사항이다. 우리대학의 장학 정책과 철학에 대해 수년에 걸쳐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민해왔더라면 최근의 평점기준 상승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지 대학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혜자로서가 아니라 대학의 주인으로서 학생들의 주인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조규하 기자 jgh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