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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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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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 창조하는 지성인 되어야
오늘 영예의 학위를 받고 새로운 시작의 길에 들어선 졸업생 여러분에게 뜨거운 축하를 보내며, 열과 성을 바쳐 훌륭한 인재를 길러낸 교직원과 법인, 학부모 여러분의 노고에 심심한 치하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시는 내빈과 동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포스텍 가족 여러분. 지난해 가을부터 세계경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침체에 빠져 있으며, 세계 각국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실업사태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다 알다시피 이 재앙의 진원지는 미국의 금융위기입니다. 그런데 금융업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기인한 것인가, 아니면 더 근본적인 시대정신의 오류에서 기인한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 앞에 엄정해져야 합니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1989년, 세계사 무대에는 실질적으로 20세기의 막을 내리는 대격변이 일어났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베를린장벽의 붕괴였습니다. 그것은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등극한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의 역사적 선물로서, 2차 세계대전 이후 45년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냉전체제 종말과 소비에트연방 해체를 예고하는 지각변동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유럽 출장 중이었기 때문에 독일인을 비롯한 유럽인의 감격과 열광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해, 중국에서는 등소평이 스스로 권좌를 떠남으로써 국가 지도자의 종신제를 청산하고 임기제를 정착하는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역사는 늦게 오는 자를 처벌한다”고 했지만, 이미 1979년부터 개혁개방의 길로 전진해온 중국은 그렇게 정치적 안정까지 확보하여 고성장 시대에 들어서고, 중국인은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망을 백년대계로 구체화했습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중국의 힘은 잠재력에 불과했습니다.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세계체제는 곧바로 ‘팍스 아메리카나’로 굳어지고, 금융의 국경이 사라진 세계경제는 신자유주의로 치달았습니다. 1989년은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괄목할 발전이 동반되었습니다. IT기술이 인터넷으로 세계를 하나로 묶으면서 금융자본주의에 신경계(神經系)를 제공해 주고, BT기술이 복제생명을 출현시키면서 인간이 신의 성역으로 진입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에 포스텍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20대 대학을 바라보는 상아탑으로 우뚝 서고, 졸업생 여러분은 젊은 지성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글로벌시대’란 말을 상식으로 여기고, 인류의 소수는 우주여행과 불로장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009년의 세계는 엄청난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과연 이 극적인 반전에 대해 뉴욕 월 스트리트의 도덕적 해이만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들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하지만, 저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을 근본적으로 고뇌하고 다시 기획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사회주의에 승리한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치달으면서 그것을 자본주의의 완성단계라고 믿으려 했지만, 불과 20년 만에 심각한 모순이 발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냉전의 섬과 같은 한반도 남쪽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냉전체제에서 벗어나 글로벌시대의 정서와 사고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이 여러분 세대의 행복이며, 기성세대가 흘린 피땀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 20년에 대한 성찰을 거쳐 마침내 21세기의 진정한 시대정신을 확립해야 하는 지금, 여러분에게는 새로운 거대담론, 새로운 시대정신에 대한 사색과 통찰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고난 속에서 참다운 희망을 세웁니다. 이념은 삶의 조건에서 창조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은, 지난 20년 동안 세계 유일의 패자로서 전성기를 구가해온 미국이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거대담론, 새로운 시대정신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반증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지난 20년에 걸친 역사의 큰 줄기를 반추하고 졸업생 여러분이 드디어 시대정신을 창조하는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미지를 개척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며 인류의 평화와 행복에 기여하려는 여러분의 신념과 기백을 믿으면서, 여러분과 포스텍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박 태 준 설립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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