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여성 영화 감독
[문화칼럼] 여성 영화 감독
  • 문재석 기자
  • 승인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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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의 바람은 2003년에도 계속된다

지난 2년동안 영화계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영화 ‘친구’를 필두로 조폭 바람이 일더니 서울 영화관의 50%가 한국 영화의 ‘나와바리’로 들어가기도 하고, 10대에서부터 노인까지 자신의 성에 눈뜨기를 갈망했고, Middle-Earth의 호비트나 호그와트의 마법사 소년의 성장에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이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가지는 한국 영화의 발전이다. 극장의 점유율로 보았을 때도 그렇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관객들의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이 더 이상 외국의 영화들에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 돋보이는 점은 바로 여성 감독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였다는 것이다.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와 같이 상업적으로 엄청난 호응을 얻은 작품도 있었고,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나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과 같이 비록 상업적인 성공은 하지 못하였지만 작품성 면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작품들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연 감독의 ‘버스, 정류장’, 모지은 감독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이 ‘밀애’를 연출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또한 과거 한국 영화계에서 사실 있기 힘들었던 모습임을 아마도 사람들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정재은 감독이나 임순례 감독 등 많은 여성 감독들은 극장 개봉 이전 영화제를 통해 이미 검증된 감독이었고 또 그러한 작품을 들고 극장계에 뛰어 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역할이 컸던 영화제를 꼽으라면 단연 올해로 5회를 맞는 여성 영화제다.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작년부터 연례행사로 자리를 잡은 여성 영화제는 ‘여성’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주제를 페미니즘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물론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는 캐치프라이즈 아래 이루어진 영화제이지만 스스로를 우물안에 가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올해의 여성 영화제만 하더라도 현재 모집중인 단편 영화 부문에서 많은 수의 작품들이 기존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띄고 있음을 보았을 때 우리의 영화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성 영화가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이 아직 많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작품들이 소수의 매니아층을 형성하면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막살 그것이 흥행 성공에 연결되지 못한 것은 감독 스스로 현실과 타협을 하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아직은 작품성과 상업성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기에는 감독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어느 한 해는 조폭의 해로 때려부수면서 욕을 해야 성공을 하고 어느 한 해는 음담패설과 불륜을 일삼아야 성공을 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그런 성공을 거두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만큼 일부에서는 ‘집으로...’와 같은 상업적인 색채가 짙은 영화를 양산해 시장의 규모를 확대 시켜나가면서 일부에서는 소위말하는 실험적인 작품들로 관객들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종의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좋은 작품을 만들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또 그래서 더 많은 여성이 영화계에 진출을 하고 그들이 성공을 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더더욱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많은 여성 감독들은 권력의 중심에 서기보다 작품의 본질에 더 큰 의미를 두었고 이런 많은 감독들에 의해 다양한 좋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이 그것을 이해하면서 관람을 할 때 한국 영화가 발전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여성이라는 존재가 아직 한국 영화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함을 생각할 때 어찌보면 여성 감독의 영화가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지도 모른다. 지난 2월에는 한국 최초의 산악 영화 ‘빙우’를 촬영하기 위해 김은숙 감독이 캐나다로 출발하였고, 이수연 감독의 심령 스릴러 ‘4인용 식탁’도 제작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다고 하니 올해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에 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