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짝짓기 연예프로그램 진단
[문화비평] 짝짓기 연예프로그램 진단
  • 류정은 기자
  • 승인 2003.03.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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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웃음의 그물에서 어떻게 빠져나올까

지난 해, 시청자들의 방송 폐지 요구와 연예비리 사건의 연루로 막을 내렸던 ‘서세원 쇼’. 진행상에서 반말은 물론, 인격모독적인 발언, 여성비하적 발언을 일삼으며 새로운 연예계 권력화 현상의 필두에서 연예인들의 사적인 자리와 같이 운용되는 상황을 여러 차례 지적받았던 이 종합 토크쇼가 막을 내린 후, 새롭게 연예겳융?프로그램을 쥐어 흔드는 포맷이 일명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방송가에 온갖 화제거리를 뿌리며 한동안 침체되었던 쇼 프로그램들의 대안으로 우뚝 솟았다. 그러나 ‘서세원 쇼’에서부터 계속된 시청자들의 비판이 수용되고 새로운 형태의 것이 나왔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연예 프로그램도 약간의 눈속임을 통해 형태를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오락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의 농담 따먹기와 망가지는 모습, 사석에서나 볼 법한 거침없는 행동으로 채워진 것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서 방송사 측이 이제는 대놓고 시청자들을 우롱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이성을 만날 시간이 없는 인기 스타들도 이성과의 즐거운 만남을 꿈꾸는 똑같은 사람이라며 그들의 사석인 양 그들의 만남을 공개적으로 주선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함께 스타의 인간적인 면을 통해 엿보이는 진솔한 감동을 전달하고자 한다는 방송사의 의도는 사탕발림일 뿐이다.

이런 류의 오락프로그램은 주말 시간대에 그들 만남의 과정 속에서 발랄한 연예인들의 모습과 그들의 끼를 맘껏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이들은 생활의 활력이라며 호평을 하기도 한다. 원래 텔레비전이라는 것이 오락매체로서의 기능이 가장 중시되는 매체이다.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도, 심지어 뉴스에서까지 오락적 요소는 조미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도 텔레비전을 꼭 보는 이유로 오락을 꼽고 있으며, 오락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은 긴장을 해소하고 생활에 활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가벼운 웃음 뒤에 많은 해악성이 남겨져 있다는 것을. 바뀐 듯 하면서도 여전히 바뀌지 않은 스타들의 선정적인 잡설과 반말, 사담, 윽박지르기, 퇴폐적 장면, 말장난의 연속으로 무의식 중에 시청자들에게 일상화시킨다.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이 전정주의에 빠지고 지나친 노출과 퇴폐적인 장면을 일삼으며, 말초적 쾌락을 웃음으로 무마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짝짓기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에 편승하여 방송사는 물론 연예인들은 자신들이 알릴 상품을 구설수에 휘말리도록 만들어 홍보에 역이용하는 ‘노이즈 마케팅’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형태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나온 숱한 구설수와 스캔들은 다시금 시청률을 올리고, 스타를 산출해내는 아웃백 시스템이 된다. 즉, 기형적인 ‘스타 생산소’로서 스스로를 권력화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는 건강한 오락을 추구해야 한다. 쇼 프로그램은 다양한 지역의 문화, 다양한 수준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청률에 영합해 질에 대한 고민없이 연예인들끼리 웃고 즐기는 모습을 무분별하게 차용하고, 일반 시청자들을 그들의 들러리로 전락시켜선 안된다.

TV 프로그램에서 거창한 무언가를 바란다는 자체가 어찌보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나 방송개혁은 바로 이런 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시청자들도 단순한 오락성, 쾌락주의에 쇼 프로그램들이 관습화되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 말초적인 오락화를 강화하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쾌락주의에 빠지도록 부채질 하고 있는 짝짓기 프로그램, 그 ‘어이 없는 웃음의 그물’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