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대표자의 특권?
[78 오름돌] 대표자의 특권?
  • 강민주 기자
  • 승인 2008.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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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 1년 남짓. 학내 사항을 다루는 학원부의 기자인 나는 다른 부서의 기자들보다 취재를 해야 하는 일이 많다. 학생·교수·직원 등 학교 구성원부터 외부의 전문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들의 생각에 의문점을 갖게 된다. 특히 자치단체의 장 혹은 부장급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항상 생각해오던 의문점이 있다. 일부 학생들의 특권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자치단체의 회장·부회장 그리고 부장이라는 직함에는 “내가 이 단체를 책임지고 꾸려나가겠다”는 다짐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왔다. 어떠한 대가와 보수를 바라고 ‘장(長)’이라는 이름표를 다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름표를 달았다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몇몇 대표자들의 생각은 나와 좀 다른 것 같았다. “난 남들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으니 이 정도 혜택이나 대접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 단체의 대표가 되면 그 단체를 좀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발로 뛰는 등등 일반 학생들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을 가지고 자신이 특권을 가진 듯이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잘못된 특권의식이 아닐까?
얼마 전 몇몇 교직원들에게 자치단체 대표자들의 특권의식에 대한 생각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모든 분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몇몇 교직원은 대표자들에게는 특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한 그들의 반응은 내가 순간 “내 생각이 틀렸나?”하고 착각할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다. 일부 일반학생들에게도 “자치단체에서 한 자리 차지하는 사람은 고생도 많이 할 텐데, 그 정도 특혜쯤은…”이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교직원 및 일반학생들의 이러한 생각이 대표자들이 특권의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특권의식을 갖는 일부 대표자들이 존재하는 것은 대표자 선출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는 자치단체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자치단체의 회장·부회장·부장을 뽑는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아무 생각 없이, 혹은 단순히 대표자라는 특권을 바라는 자들이 후보로 나서는 광경을 목격했다. 자치단체의 회장·부회장·부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조차 생각해보지 않은 채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대로 대표자라는 이름을 달게 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후 그 단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단호히 평가할 수 있다.
모든 단체의 대표자들이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대표자들도 많다. 하지만 대표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두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년도 자치단체를 이끌어갈 제23대 총학생회장과 기숙사자치회장, 21대 총여학생회장이 선출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직 선거 결과는 알지 못하지만 진정한 책임의식이 있는 후보가 우리대학의 ‘대표자’라는 이름을 달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