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이곳 저곳] 지하공동구
[캠퍼스 이곳 저곳] 지하공동구
  • 유정우 기자
  • 승인 2002.10.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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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공동구잊혀진 공간이자 학교를 떠받치는 또다른 중심부

우리 학교의 공학동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우산없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물간의 연계가 잘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중앙 계단이나 각 건물의 통로로 사람이 아닌 실험장비를 옮긴다거나 자판기 등을 옮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런 경우 지하를 이용한다. 공학동 지하에는 학생회관부터 RIST 식당까지 각각의 공학동을 잇는 통로가 방사형으로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지상 위에서 건물들이 이어져 있다면 지하에는 대학 제반시설의 중추신경이라 할 수 있는 전기, 통신, 냉·온수 등의 주요 시설이 설치되어있는데 이들을 한데 묶고 화물운송 및 비상구 통로로도 이용되는 곳이 바로 지하공동구이다.

공학동은 물론 기숙사, 체육관 지역까지 총 3,206m에 달하는 지하공동구는 설립시부터 학교의 중추기관으로 설계되었으며 공학동, 기숙사, 가속기 등 크게 세 부분으로 학교 건물 지하 전역이 공동구로 되어있다. 중심적인 역할은 전기, 통신, 수도 등의 네트워크이지만 화물운송 비상구 및 장애자 출입구로도 쓰이며 유사시에는 민방공대피소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하에 위치한 특성상 보안이나 안전 점검 등이 우려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98년에는 폭우로 학교 곳곳에서 수해가 발생하고 지하공동구에도 물이 차오르는 일이 있었다. 당시 구성원들이 모두 매달려 모래 주머니를 쌓고 고인 물을 퍼내는 등 다행히 지하공동구 자체에 직접적인 큰 피해는 없었지만, 전기, 통신 등 학교의 모든 네트워크 설비가 되어있는 곳이 물이 잠긴다면 그로 인한 전산 마비 등의 손실 역시 막대할 것이다. 그 외에 외부인의 출입으로 인한 보안 문제도 제기되면서 지하공동구의 보안 및 안전 관리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루어졌고, 현재 기숙사 아래의 지하공동구는 출입통제 지역으로 업무 수행자만이 출입가능한 상태이다.

사실 기숙사 지역은 우천시가 아닌 이상 지상으로 다니는 것보다 특별한 통로의 이점은 없다. 공학동에 비하여 통로의 기능은 적은 셈이다. 이런 이유로 기숙사 지역을 폐쇄하기는 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의 제반시설이 설치된 곳이라는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안전한 관리이다. 정기적인 점검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현재 소방안전 시설은 미흡한 편이다. 한 예로, 지난 2000년 서울 여의도 지하공동구에서 화재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정기적인 소방점검도 없었고, 스프링쿨러 등 기본적인 화재방지시설조차 갖추어지지 않아 작은 화재를 진압하는데 무려 17시간이나 걸렸고, 전용선 손상 등 평일이었다면 금융대란으로 이어졌을 화재였다. 우리 학교의 경우 소방점검 등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환경동을 제외하고는 스프링쿨러 등의 자동소화설비, 화재감지기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화재의 조기확인, 경보 및 소화설비 역시 미미한 실정이다. 아직까지 화재 등 안전상의 큰 문제나 보안상의 위험은 없었지만 현재 모든 공동구가 개방된 공학동 아래에서 화재가 난다면 네트워크 마비는 물론 지상의 건물에도 미칠 파급효과는 크다.

기숙사의 지하공동구가 폐쇄되면서 직접적으로 이용할 일이 줄어든 구성원에게 지하공동구는 점점 잊혀지는 공간이 되고 있다. 물론 통신, 전기 등을 위한 전력 통신용 공동구는 전 학교에 걸쳐 이어져있는데 반해 일반 통로는 연결되지 않고 공학동, 기숙사, 가속기 등의 부분으로 나누어진 것으로도 직접적인 통로의 역할은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공학동 지하의 공동구는 계속 쓰이고 있으며, 대학의 동력, 통신 등의 중심이자 지상으로는 부족한 건물의 네트워크를 이룬다는 측면에서 우리학교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곳’의 또다른 중심부임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