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메시지] ‘그날’을 위한 빛과 소금이 되기를
[축하메시지] ‘그날’을 위한 빛과 소금이 되기를
  • 박태준 설립이사장
  • 승인 2008.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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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0월 26일, 우리 캠퍼스의 어린 나무들이 활착(活着)을 마친 그해 가을, 학부에 2학년까지만 두고 있던 우리대학은 드디어 ‘포항공대신문’ 창간호를 내놓았습니다. 포스텍의 얼굴이 탄생된 것이었지요. 그때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창간기념사를 보낸 일이 불과 몇 년 전의 기억처럼 떠오르는데 어느덧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포스텍은 세월을 물처럼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교육과 학문연구를 선도하고 과학기술의 새 지평을 열어나가는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촌음(寸陰)도 헛되이 버리지 않고 부단히 정진해온 것입니다. 이러한 전통과 역사에 대한 말없는 증언자가 숱한 풍상을 이겨내고 이제는 의젓한 청년의 기품을 갖추고 있는 캠퍼스의 나무들이라고 한다면, 포항공대신문은 포스텍이 걸어온 생생한 자취이며 포스텍 문화와 전통의 귀중한 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포항공대신문의 시선이 우리 구성원과 조직의 내부 쪽으로 고정돼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학기술의 중요한 정보가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든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이것은 아카데미즘을 중시하면서도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조화를 추구하고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을 선도하는 정보매체기능을 강화한다는 편집의 기본방향에 충실한 자세였습니다.
20년 전에 나는 이 지면을 통해 진리탐구·학문연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대학신문은 학문과 지성의 바탕 위에서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비판기능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나라 최고 수준의 과학도가 되기를 열망하는 우리 포항공대인의 손으로 만드는 포항공대신문이라면 마땅히 새로운 과학이론과 정보의 연구 및 전파를 위한 촉매가 되는 동시에, 과학적 지성이 번뜩이는 과학도들의 토론과 실험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오늘, 포항공대인 여러분의 빛나는 지성이 그것을 실천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학신문을 만드는 주체는 학부에서 공부하는 학생기자들이라는 사정을 감안할 때, 포항공대신문이 창간 20주년 기념 제269호까지 성장해오는 과정에는 해마다 ‘포스텍이기 때문에 넘어야 하는 높은 고개 하나’가 늘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 이공계 학과만 있는 포스텍에서, 더구나 탁월성을 추구하는 학업 일정이 매우 빡빡한 포스텍에서 대학신문 기자로 봉사하겠다는 용기를 내기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포항공대신문은 끊임없이 지령을 쌓아왔습니다. 이 공로는 지난 20년 동안 ‘포스텍의 얼굴을 만들겠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바탕으로 열정과 정성과 사랑을 쏟아 취재·편집·제작에 헌신했던 역대 기자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할 것입니다. 오늘 이 기회에 창간호부터 현재까지 포항공대신문과 젊은 날의 소중한 추억을 가꾼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치하를 보냅니다.
포항공대신문은 앞으로도 포스텍의 중요한 정보들을 빠짐없이 알려주는 한편, 뛰어난 과학지성과 심오한 과학이론이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그 명성을 높여나가야 하겠습니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포스텍 구성원 개개인의 지도적 인격과 리더십 형성에도 일조할 수 있어야 하며, 일년에 한두 차례씩은 현재 포스텍의 목표를 한마디로 제시한 ‘비전 2020’에 대한 중간점검을 기획함으로써 ‘비전 2020’을 향한 포스텍 구성원 전체의 사명의식을 새로이 일깨우는 역할도 맡아야 하겠습니다.
2020년 10월 26일, 포항공대신문 창간 32주년을 맞는 그해 가을, 과연 우리는 어떤 기사로 제1면을 장식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두 가지 경사를 동시에 싣게 되기를 희원(希願)합니다. 하나는 포스텍 출신의 누군가가 노벨상을 받아서 주인을 기다리는 ‘빈 좌대’의 주인으로 등극하거나 당대를 이끄는 탁월한 지도자로 존경받고 있다는 뉴스이며, 또 하나는 포스텍이 마침내 ‘비전 2020’을 실현했다는 뉴스입니다. 그날을 위하여, 포항공대신문이여 효자동 언덕의 빛과 소금이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