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안정세를 보이는 멜라민 파동
빠른 안정세를 보이는 멜라민 파동
  • 조규하 기자
  • 승인 2008.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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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과학적 근거와 분석으로 불안감 해소
▲ 최근 '멜라민 파동'의 원인이 되는 멜라민의 구조.
최근 멜라민이라는 물질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에서 멜라민이 포함된 분유를 주기적으로 섭취한 유아들이 심각한 신장결석 증세를 보여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제조된 식품원료 중 일부에도 멜라민이 포함되어 있어서, 국내외 일부 식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멜라민 공포’가 우리나라에도 확산되었다.

그렇다면 멜라민은 어떠한 화합물일까? 현재 고등학생이거나 대학생 중 이공계열로 진학한 학생들은 교과과정에서 ‘멜라민 수지’라는 명칭으로 멜라민을 접해보았을 것이다. 멜라민은 요소를 가열할 경우 생기는 헤테로고리 화합물로, 화학식은 C3N6H6이다. 보통 포름알데히드와 중합체를 형성하여 멜라민 수지로 사용되며, 요소수지와 함께 대표적인 아미노플라스틱이다. 멜라민 수지는 식기 등의 성형재료뿐만 아니라 바닥타일·섬유·종이수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이처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멜라민수지의 원료인 멜라민의 독성은 사실 심각하지 않다. 독성물질을 투여했을 경우 절반의 실험쥐가 사망하는 수치인 LD50이 3.4g/kg이며, 소량을 섭취할 경우 대부분의 멜라민이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큰 문제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하루에 0.63mg/kg 이하를 섭취할 경우, 유럽 식품안전청은 0.5mg/kg이하를 섭취할 경우 안전하다고 규정했다. 즉, 몸무게가 20kg인 아이가 10mg이하를 섭취할 경우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높은 농도의 멜라민이 검출(271.4ppm)된 ‘미사랑 코코넛’을 몸무게 20kg인 아이가 매일 36g(132g 기준 약 1/4)을 섭취하는 것은 모두 소변으로 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품과 스낵에서는 보통 3~5ppm 정도의 멜라민이 검출되었으며, 이는 하루에 수 킬로그램의 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멜라민이 포함된 식품이라도 많은 양을 주기적으로 섭취하지 않는 한 신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물론 여러 종류의 제품을 장기간 다량 섭취할 경우 이 허용량을 넘길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멜라민수지가 사용된 기구의 위험성은 없는 것일까. 멜라민수지는 비교적 고온에서도 안정하고, 착색과 성형이 자유롭고 내수성이 좋으며, 경도가 높은 특징을 가진다. 멜라민수지로 제작된 식기의 경우 멜라민이 녹아나오는 농도의 규제인 용출규격이 30mg/L, 30ppm정도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사용하는 기준이며, 일본과 미국에서는 용출규격을 정하지 않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멜라민 수지를 사용한 101개 식기에서의 용출량이 0.02~0.71ppm으로 안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온에서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식약청의 실험에서 전자레인지에서 7분간 가열했어도 용출량이 기준치 이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낮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멜라민 공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된 이유는 실제로 중국에서 유아가 사망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각한 병적증세를 보이고 있는 유아들은 매일 허용량의 수십~수백배 이상의 멜라민을 주기적으로 섭취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분유가 한국에 수입되었을 경우 멜라민 분유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낮은 위험성을 알리려는 각계각층의 노력과 멜라민을 포함한 제품의 적극적인 회수로 인해 멜라민에 대한 공포감이 많이 사라졌다.
대한의사협회의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역시 지난 9월 30일 멜라민 파동에 대해 공식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발표한 멜라민의 위해성 중에는 ‘시아누르산(cyanuric acid)’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아누르산은 멜라민 합성의 원료로도 사용이 되는 화합물로, 유도체는 수영장이나 정수시설에서 사용되며, 각종 공업에서 표백제로도 사용된다. 현재 FDA는 동물사료나 음용수에 시아누르산을 첨가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시아누르산은 멜라민이 존재하는 음식이나 화합물에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멜라민과 함께 섭취할 경우 위험성이 높아진다. 시아누르산과 멜라민은 강한 수소결합을 통해 결정화되기 쉬우며, 이 결정들이 신장 기능의 약화나 결석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멜라민과 시아누르산 각각의 LD50에 비해 두 화합물이 결정화된 것의 LD50은 더 낮으며, 이는 결정의 위험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역시 다량을 섭취하지 않으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편 멜라민에 관해 쏟아지듯 생산되는 수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면 ‘왜?’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경우가 있다. 지난 9월 20일에는 메기 양식용 사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으며, 10월 3일에는 중국산 채소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관심을 모았다. 이에 식약청에서는 채소류에 대해서도 멜라민 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채소에서 검출되는 멜라민은 농약으로 사용되는 시로마진(Cyromazine)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시로마진은 멜라민의 질소하나에 탄소 3각고리가 결합한 구조로서, 멜라민에서부터 합성되는 살충제다. 이 시로마진이 포함된 농약을 사용한 채소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이지만, 농약을 헹구어낼 수 있기 때문에 스낵과 마찬가지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최근 ‘먹을 게 없다’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광우병과 조류독감 파동에 이어 멜라민 파동까지 불거지자 식품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파동이 사회에 미친 불안에 비해 이번 멜라민 파동은 비교적 빠른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멜라민의 위험성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근거와 분석들이 나오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이러한 정보를 단지 수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식품을 구매할 때 원산지나 성분표시를 확인 하는 등 막연한 불안에 떠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처를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멜라민 파동으로 인해 스낵이나 커피와 같이 멜라민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상품에 대한 매출은 전국에서 10~20%가량 감소하는 등 식품판매시장은 여전히 위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