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진단 시리즈 - 3. 교양교육
대학교육진단 시리즈 - 3. 교양교육
  • 정민우
  • 승인 2008.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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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을 넘어 ‘학문’으로!!
국내외 이공계 대학의 교양교육
인문학 중요성 잊지 말아야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우리대학 인문사회학부에 이번 학기 개설된 과목은 7개의 특강 과목까지 총 52개이다. 이는 지난 2004년 본지에서 조사한 39개보다 13개나 많은 수치로, 늘어난 수치는 지난 3년간 학생들의 꾸준한 수요에 대한 상대적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목의 증설 외에도 현재 우리대학은 지난 9월 한국예술종합학교와의 학술교류협정 등을 통해 교양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다른 국내외 유수 이공계 대학의 교양교육은 어떠하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비교를 위해 우선 우리대학 교양과목의 이수규정을 보면 교양필수 과목으로 △인문과목 3학점 △사회과목 3학점 △글쓰기 3학점 △영어과목 4학점 △체육과목 2학점을 필수로 이수하고, 교양선택 과목에서 14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하는 등 총 29학점 이상의 필수 및 선택 교양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KAIST의 경우 교양필수과목 7학점과 8AU(1AU는 학기당 1주 1시간의 활동을 의미)를 이수해야 하고 △체육과목 4AU △인성 및 리더십과목 2AU △인문사회과목을 21학점 이상 이수해야 하는 등 전체 28학점 이상의 교양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이는 우리대학의 교양과목 졸업이수학점인 29학점과 학점 면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KAIST의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인문사회과학부에 이번 학기 개설된 과목은 무려 83개나 된다. 또한 ‘사회과학특강’이나 ‘철학특강’의 경우 같은 과목이더라도 분반별로 강의 주제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과목의 수는 거의 100개이다. 이는 우리대학의 인문사회학부에 개설된 과목수보다 거의 2배가 많은 수치이다.

미국 MIT의 경우 교양과목으로 △Distribution(자신과 전혀 다른 전공분야) △Concentration(인문겳뭡?사회과학 등의 한 분야 안에서 관련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움) △Electives(선택과목) 등에서 총 8개의 과목을 골라 수강해야 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Grading 과목이다. 또한 추가적으로 커뮤니케이션과 체육과목이 필수이고, 졸업요건 중에는 수영 테스트가 있을 정도로 체육교육에 중요성을 두고 있다. 졸업요건에 해당하는 교양과목 이수규정은 학점 수로만 따지면 우리대학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인문사회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는 등 인문사회학에 대한 집중적인 학습의 길이 열려있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또한 MIT는 하버드대나 Wellesley대 등 여러 타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학생들이 다른 대학 인문사회학 과목을 수강할 수 있게 해주는 등 과목의 다양성을 제공해주고 있다.

우리대학과 비슷한 규모인 칼텍을 살펴보면 졸업하기 위한 교양과목의 학점은 △인문학 과목 12학점 △사회과학 과목 12학점 △선택교양 12학점 △체육교과 3학점으로 전체 졸업요건 학점 중 교양과목의 비중은 23~31%정도다. 그리고 우리대학과는 다르게 학생들이 인문사회학부 소속 학과인 영문학과, 역사학과, 철학과, 과학사 및 과학철학과 등을 부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경제·정치·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는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개설되어 있다.
이길호 기자 greensocks@


교양교육 설문조사 결과
과목의 다양성과 심층성 요구

학부생 대상의 교양교육 설문은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11일간 온라인상에서 이뤄졌으며, 총 143명의 학생이 응답했다.
첫 번째 질문인 교양교육 분야 구성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는 ‘보통이다’의 의견이 46%로 가장 많았지만 ‘매우 그렇다’ 1%, ‘그렇다’ 23%에 비해 ‘매우 아니다’와 ‘아니다’가 각각 6%와 24%로, 현재의 분야 구성에 만족하는 학생보다는 불만족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불만을 가진 학생들은 구성의 다양성을 거론하며, 예체능 분야가 독립하지 않은 점 등 구성의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질문인 분야별 과목 구성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첫 번째 질문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보통이다’가 46%로 가장 많았으나 ‘매우 아니다’ 7%, ‘아니다’ 35%에 비해 ‘매우 그렇다’는 0%, ‘그렇다’는 12%로 분야 구성에 대한 불만보다는 분야별 과목의 구성에 불만이 있는 학생들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은 크게 과목 다양성의 부족, 분야별 과목 구성의 편차 등에 불만을 드러냈다.

세 번째 질문인 매학기 열리는 교과목의 수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아니다’가 무려 50%를, ‘매우 아니다’도 27%를 차지하며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다양성의 측면에서 과목수가 부족하다는 것과 수강신청 시 공급이 수요보다 적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네 번째 질문인 이수 규정의 적절성은 ‘보통이다’가 49%로 가장 많았고 ‘그렇다’가 30%, ‘매우 그렇다’가 1%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를 선택한 학생들은 필수로 지정된 과목의 적절성, 다양한 분야의 교양필수과목 선정 등을 이유로 꼽으며 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아니다’와 ‘매우 아니다’를 선택한 20%의 학생들은 교양필수 지정으로 인한 교양과목 선택의 제한문제, 필수과목의 비적절성, 편중된 외국어 비중 등을 이유로 꼽았다.

교양과목의 교수법에 대해 묻는 다섯 번째 질문에는 보통 또는 만족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교양과목을 인문사회·외국어·체육·일반교양으로 나누었을 때 다른 분야들에서 ‘보통이다’가 반수를 차지한 데 비해 외국어 과목이 ‘그렇다’가 48%, ‘매우 그렇다’ 7%로 높은 만족도를 보여줬다. 다수의 학생들이 지금의 교수법에 만족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어 과목은 분반당 수강 인원이 적어 학생 참여도가 높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학생들이 불만을 가진 이유로는 교수마다 편차가 크다는 점, 교수가 학생들의 수준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 있었다.

여섯 번째 질문인 과목의 로드에 대한 평가에서도 ‘보통이다’가 반 정도를 차지했으며, 적절하다는 학생들의 비중이 높았다. 그외의 답변은 부담이 된다는 의견과 쉬운 것 같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과목에 따라 로드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학생들은 전공과목이 중요하기에 교양과목이 큰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다수 동의했다.

외국어 과목의 난이도에 대해 물어본 일곱 번째 질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는데, 4개 분야 모두에서 ‘보통이다’가 반 정도를 차지했다. 특이한 점은 교수법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 외국어 과목이 ‘아니다’와 ‘매우 아니다’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더 높은 수준의 강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또한 ‘아니다’와 ‘매우 아니다’의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인문사회학 과목에서도 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심화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강인원의 적절성에 대한 여덟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아니다’와 ‘아니다’가 49%를 차지했고,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는 20%에 그쳤다.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 학생들 내에서도 의견은 갈렸다. 60명이라는 인원이 교육을 하기에도, 받기에도 너무 많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공급이 수요보다 많기 때문에 수강인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의지원시스템에 대한 아홉 번째 질문에서는 만족하는 학생들이 52%로 다수였다. 반면 불만족하는 학생들도 14%였는데, 문제점으로는 음악감상실의 취약한 시설과 수강인원이 많은 강좌의 좌석 대비 공간을 꼽았다.

이공계의 지성인으로서 교양을 쌓는 데 우리대학의 교양교육이 도움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는 비교적 고른 분포가 나타났다.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들 중에는 크게 교양과목에 흥미를 느끼고 ‘이공계’ 지성인으로서는 손색이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수박 겉핥기식의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이 외에 인문사회학부에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좋은 강사를 임용해 인문사회학부 교수 수를 늘려달라는 것과, 과목의 다양성과 심층성에 신경써달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상현 기자 lsh014@



교양교육의 문제점과 발전 방향
해묵은 문제…답은 항상 같다

우리대학이 지향하는 훌륭한 과학기술자, 지도자와 같은 인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비판적 사고력, 도덕성 등이 요구된다. 전인교육을 강조하는 우리대학의 건학이념만 봐도 이 부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아마도 이 부분의 역량 강화에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은 교양교육일 것이다. 특히 이공계 대학에서 교양교육은 요즘 이공학이 직면한 환원주의의 한계로부터 포괄적이고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때로는 학제 간 연구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대학에서 이렇게 중요한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인문사회학부이다. 인문사회학부는 교양교육의 다양성과 깊이를 인식해 교양교육의 강화를 내세우며 이전의 교양학부를 1999년에 인문사회학부로 개편했다. 이런 인문사회학부의 인식과 이에 따른 개편에도 불구하고, 본지의 2001년 ‘인문교양교육 진단’(170~173호), 2004년 ‘인문사회교육 진단’(215호) 때도 지적된 해묵은 문제는 아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교양교육 설문의 결과가 그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다수의 학우들이 불만으로 꼽은 교양교육의 다양성 부족이다.

교양교육의 다양성 문제에 대해 고정휴 인문사회학부장은 과목의 다양성과 개설과목 수는 인문사회학부의 현 인적 자원을 고려할 때 최선의 것이라며, 앞으로 전임교원의 확충과 초빙교수·방문교수·대우전임 등의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는 한편 국내외 대학들과의 활발한 학점교류를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현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다양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임교수의 임용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대학의 현 상황을 보면 전임교수는 4년 전 수준과 동일한 10명으로 열악한 실정이다. 우리와 규모가 비슷한 칼텍의 경우 이 분야에 전임교원은 40명 정도, 풀타임 대우전임교원이 30명 정도로 인문사회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원이 70명 정도이다. 우리대학이 칼텍을 모델로 한다고 볼 때 비슷한 수준으로 가는 것이 우리대학의 교양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상적일 것이다.

이 외에도 교양교육의 진보를 위해 학내 구성원들의 교양교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학생들의 교양교육에 대한 인식은 설문 중 로드에 대한 질문에서 나타나듯이 전공과목이 더 중요하기에 교양과목이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런 잘못된 수혜자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제공자의 어긋난 배려는 교양교육의 진보를 지연시킬 것이며, 과거에도 이번에도 제기된 여러 문제들을 계속 지지부진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대학이 모델로 삼는 외국 대학들의 경우 교양교육이라는 단어부터 쓰지 않고, 하나의 학문 분야로서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양교육이 ‘교양’교육이라 불리더라도 교육수준을 교양수준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학내 구성원들은 많은 교수들이 지적했듯이 전공과 교양이 다같이 학문을 추구하는 것에서 동일하다는 점을 유념하고, 전공과 교양 모두 같은 수준에서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양교육을 넘어 인문사회교육의 인식과 관련해 윤덕용 대학자문위원장은 “우리나라도 인문사회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확실히 인식해야 인문사회와 자연과학·공학을 넘나드는 학제 간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며 “결국은 포스텍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인문사회 예술 분야의 교육과 연구가 강화되어야 균형 있는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