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평론가] 테크노 뮤지션 Fatboy Slim 공연 (메리어스 호텔 .5.31)
[나도평론가] 테크노 뮤지션 Fatboy Slim 공연 (메리어스 호텔 .5.31)
  • 김대식 / 생명 99
  • 승인 200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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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노 뮤지션 Fatboy Slim 공연 (메리어스 호텔
"Right about now the Funk Soul Brother Check it out now the Funk Soul Brother."

왠지 낯익은 가사다. FIFA 99 게임에 등장했던 배경음악 Fatboy slim의 〈the Rockafeller Skank〉을 기억하는 지 모르겠다. 98년 팝계에는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이라는 새로운 뮤지션이 등장하여, 〈Praise You〉와 〈The Rockafeller Skank〉라는 곡으로 C클럽과 각종 댄스 음악 모음집, MTV Awards, 그리고 거리를 점령해 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테크노라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그리고 결국에는 춤을 추게 만들어버리는 그러한 노래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흥겨우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멜로디와 리듬, 그리고 유치한 것 같으면서도 전적으로 동감할 수 밖에 없는 이 음악은 Fatboy Slim의 음악적 바탕이 Punk, Funk, House, Soul, Hip-hop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다 약간은 코믹하고, 또한 복고적이고 키치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러한 테크노 혹은 댄스계의 슈퍼 스타 팻보이 슬림이 5월 31일 한국에 찾아 왔다. 월드컵을 기념하여!

외국인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신기한 드레스를 입은 언니들, 춤추기에 간편한 티셔츠와 운동화로 무장한 레이버들, 얼굴은 한국사람인데 영어로 대화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팻보이 슬림이 올 때까지 체력을 비축해두려는지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 미리부터 춤으로 몸을 달구고 있는 사람, 술과 대화로써 기분을 올리고 있는 사람 등 아직까지는 좀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레이브파티는 단순히 어떤 DJ의 디제잉 혹은 뮤지션의 공연에 맞추어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며 또 술이나 기타 기호식품을 즐기며 자유롭게 즐기는 그야말로 파티라고 생각하면 된다.10시가 지나자, Midfield General 이라는 영국 DJ가 나왔고, 사람들은 슬금 슬금 DJ 부스 주위로 몰려들었다. 빠른 비트와 풍부한 베이스들의 곡과 Daft Punk과 같은 유명한 곡의 삽입으로 디제이는 사람들을 흥분 시켜 갔고, 급기야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 Beat it 의 플레이로 사람들은 이른바 광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달구어진 분위기 속에서 팻보이 슬림을 사람들은 외치기 시작했다.

팻보이 슬림이 등장한 것은 12시 30분이 조금 지나서였다. 이미 그의 이름을 외치며 앞으로 달려가던 사람들은 그의 출현에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팻보이 슬림의 디제잉은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사람들을 흥분 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듯 그는 빠른 비트에 da funk와 같은 유명 곡과 자기 곡들을 잠깐씩 샘플링하여 들려주었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는가 싶으면 뛰어난 쇼맨십으로 직접 액션을 취하며 관중의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그러다 예상치 않게 나온 Nirvana의 〈Lithium〉은 한국팬들을 광란으로 몰아 넣기 시작했다. 테크노 뮤지션이 락을 틀다니. 관중들은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여기서 그는 다시 테크노의 영원한 테마 underworld의 〈born slippy〉로 사람들을 다시 술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팻보이 슬림 자신의 곡과 그의 리믹스 곡들이었다.

최근 앨범의 대표곡인 〈star69〉가 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뛰기 시작했고, Beastie Boys 의 〈Body Movin'(Fatboy Slim Remix)〉가 나오자 홀 전체가 뒤집힐 듯 출렁이었다. 이에 이어 FIFA 2000 GAME의 BGM인 Gorillaz의 〈19-2000〉가 나오며 사람들은 월드컵의 분위기에도 취해 버렸다. 여기서 Fatboy Slim은 공연을 끝내려는 듯한 표정을 짓고 디제잉 부스를 떠나려는 제스쳐를 취했으나 관중들이 그를 가만 놔둘 리 없었다. 연이은 관중들의 함성에 이에 그는 못 이기는 듯 다시 턴테이블 앞에 섰다. 마지막 곡. 바로 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s〉였다. 한국인들의 거라지(garage) 사랑 혹은 Nirvana에 대한 향수를 알았는지 어떠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 멋진 곡의 remix로 그렇게 공연을 마쳤다.

사실 이번 공연은 테크노 뿐 아니라 팝 스타인 팻보이 슬림을 초청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그리고 공짜 표 없이도 수천명에 달하는 인원을 모았다는 것에 있어서도 한국 레이브 파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공연이었다. 하지만 많은 아쉬움을 남긴 공연이기도 했다. 팻보이 슬림은 리믹서로 유명한 인지도에 비해서 생각만큼 밀도 있는 디제잉을 그의 시간 내내 보여주지 못했고, 약간은 실망을 안겨 주었다. 또한 월드컵 특수로 인한 메리어트 호텔 측의 간섭으로 사운드를 크게 즐길 수 없어 아쉬웠다. 또한 마약 매매에 대한 우려로 인한 경찰과 안전관리 요원의 오버 센스적인 관리로 소지품 검사 및 가방 음료수 반입 금지 등을 실시하여 관객을 불쾌하게 만드는 처사가 많았다. 하지만, 음악아래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같이 뛰어 올라 외칠 수 있었던 그 감동의 순간들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테크노 뮤지션들이 오기를 바라며, 대한민국 테크노 씬이 자생하길 바라며, 또한 그동안 마약 문제 등으로 얼룩졌던 클럽 씬의 부활을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