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구글(Google) 본사에서 근무 중인 정재욱 동문
[일촌맺기] 구글(Google) 본사에서 근무 중인 정재욱 동문
  • 전효준 / 기술경영 석사08
  • 승인 200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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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높게 잡고, 세상 밖을 보길”
글로벌 IT기업의 수많은 본사가 모여 있는 곳, 자본과 기술이 가장 잘 융합되는 곳, 끝없는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곳,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의 아날로직스사에서 인턴십 중인 전효준(기술경영 석08) 씨가, 실리콘 밸리에 있는 여러 회사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는 구글(Google) 본사에서 근무 중인 정재욱(전자 학95·석99) 동문을 만나보았다. 정재욱 동문에게 이곳 생활에 대해 알아보고,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구글에 입사하게 된 경위는?
이필중 교수님 밑에서 석사를 마친 후 워털루대 Ph.D과정 때 취업을 생각하게 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다 구글에서 기회가 생겨 일하게 되었다. 전공인 암호학과는 다른 업무를 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업의 핵심부서에서 일하는 장점이 있다.

- 구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구글에서의 직책은 검색품질팀에서 웹검색 결과의 순위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다. 예를 들어 구글 검색창에서 ‘포스텍’을 입력하면 당연히 학교홈페이지가 가장 앞에 나와야 하고, 밑으로는 포스텍과 연관성이 적어지는 순서대로 페이지가 뒤따라야 한다. 어떻게 순위를 매겨야 할까? 우리팀은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수백 개의 시그널을 분석하고 조합하여 점수화시킨다. 간단히 학교홈페이지에 가장 높은 점수를 지정할 수 있지만, 이는 구글의 철학과는 다른 방법이다.

- 구글의 인터뷰는 굉장히 타이트하고 힘들기로 소문이 나있는데, 어떤 식으로 준비했는가?
사실 내가 다닌 워털루대는 컴퓨터 사이언스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학교라,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인터뷰 요령과 프로세스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이건 접근의 문제이고, 실제 인터뷰를 수행할 때는 평소에 어려운 문제를 꼭 해결하고, 브레인티저를 즐긴 게 큰 도움이 된 거 같다. 또한 화이트보드를 구입하여 실전같이 연습을 했다. 구글의 인터뷰는 보통 문제를 받고, 화이트보드에서 풀어나가게 된다. 또 웬만한 소팅 알고리즘은 눈감고도 쓸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인터뷰는 총 4번에 걸쳐 했는데, 큰 특징이라면 간단한 듯 보이면서 갈피를 못 잡는, 즉 특별히 답이 없는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한 답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푸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문제를 푸느냐가 포인트이다.

- 구글 입사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인터뷰 조언을 해준다면?
입사한 후 40여 명의 신입사원 면접을 여러 번 해보았다. 특히 안타깝게 탈락한 한국인들의 공통적인 점은 ‘꼭 특정한 답이 있다고 전제한 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멍청한 답이라도 유도과정이 논리적이면 그 과정 자체가 인정받는데, 한국인에게 대체적으로 이런 점이 부족한 거 같다. 인도·중국인과 비교해서도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틀린 답이라도 시도해보고 고쳐나가는 과정을 면접관과 함께 한다.
중요한 점은 풀어가는 과정과 적극적인 자세이다. 틀릴 것 같고 자신 없어도 과감한 시도가 중요하다. 또한 기본적이지만 면접하는 회사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놓치는 지원자가 의외로 많다.

- 구글에서의 우리대학 입지는?
졸업생 비율로 봐선 우리대학이 구글에 가장 많이 입사한 학교일 것이다. 현재 본사에서 2명, 한국에서 3명이 근무 중이다. 전반적으로 우리대학 졸업생들은 주변의 도움 없이도 실력을 인정받고 곳곳에서 잘 성장한다. 이것은 타이트한 교육과정의 결과로 보여 진다. 한 가지 아쉬운 게 학교의 지리적 약점이다. 후배들이 포항이라는 울타리에서 갇히지 않았으면 한다. 선후배와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외부와의 접촉 포인트를 되도록 많이 만들고, 학교 밖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길 바란다.

- 구글의 좋은 점은?
먼저 전반적인 분위기가 젊고 역동적이다. 외관은 마치 놀이공원 같아 전혀 일하는 곳처럼 보이지 않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다. 또한 이건 실리콘밸리 기업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조직원의 사고방식이 합리적이다. 전 세계에서 여러 인종이 모인 곳이라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모든 일들이 결정된다. ‘나하고 친하다, 동문이라 잘 봐준다.’ 이런 생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구글에 와서 보니 ACM 프로그래밍대회 세계챔피언, 인도 IIT 수석입학 및 졸업자, 남들 중학교 올라갈 때 대학에 입학해서 20대 초반에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 수학 올림피아드 입상자 등 남들과 비교해 월등히 뛰어난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 세상에 나와 보면 너무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서 단순히 좋은 학교만 나오고 적당히 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로 사회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영어의 중요성은 재차 강조되니 생략하겠다. 다시 말해 우리 후배들도 목표를 높게 잡고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 뭔가 큰 걸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