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Review] 저질 연예프로그램 왜 급증하나
[문화 Review] 저질 연예프로그램 왜 급증하나
  • 문재석 기자
  • 승인 2002.05.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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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와 연예인 모두‘바보’로 만드는 바보상자의 ‘음모’

최근 연예인들이 나와서 오락프로그램의 형식을 띄우면서 농담도 주고 받고, 코메디도 하는 이른바 ‘종합연예 프로그램’ 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하고 있다. 처음에는 오락프로그램만의 성격을 띄고 주말 저녁시간에만 있던 것들이 주중의 저녁시간으로 확장되어 넘어오더니, 심지어는 오후와 아침시간까지 장악해, 시청자들은 말 그대로 ‘시도 때도 없이’ 연예인들이 엎치락 뒤치락 넘어지고 웃는 일을 봐야만 한다. 방송법상으로는 오락 방송은 전체방송의 100분의 50 이하여야 된다고 규정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러한 규제는 시청률이라는 먹이 앞에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오락프로그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연예인들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반겼었다. 영화 속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던 배우, 혹은 멋진 노래로 사람들을 매료시킨 가수가 농담을 던지며, 망가지는 모습에서 결국은 연예인도 시청자와 같은 한명의 평범한 사람임을 보여줄 때, 우리는 이 속에서 그들의 인간다움을 느꼈고, 더 가깝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음악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간보다 오락프로그램에 ‘농담 따먹기’하는 시간이 더 많은 가수가 나타나기도 하고, 아무런 의미 없는 게임들이나 일반인의 상식을 가지고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하는 변태적, 가학적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방송에 대해 시청자들이 이제 질려버렸다. 지난 3,4월에 걸쳐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문화 연대)와 대중음악개혁연대(이하 대개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40%에 가까운 사람들이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가 많아서(34.2%)”와 “재미가 없어서(20.4%)” 그리고 “프로그램이 엇비슷해서(19.1%)”로 오락성 쇼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고 한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는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 같다”나, “질적 수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시청자들의 오락성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직종이 가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연예프로그램이 가요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약 40%의 출연자가 원래 가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중 다수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회수보다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회수가 더 많아, 가수인지 개그맨인지 구분이 안가는 경우까지도 있다. 또, 오락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알려지게 되면, 그 사람의 앨범까지 잘 팔리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어서, 텔레비전이라는 ‘바보상자’가 얼마만큼이나 시청자들을 ‘바보’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 재작년 god가 가수로서가 아니라 아닌 아기를 돌봐준 그룹으로 ‘뜬’ 이후, 많은 가수들이 이러한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더 이상 저질 연예프로그램에 멍청하게 웃고 앉아 있지는 않는다.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듯, 수준 이하의 방송에 대해서는 시청거부 운동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화연대와 대개련에서 준비 중인 ‘최악의 연예프로그램 선정위원회’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그 동안 방송국이 볼모로 잡아두었던 시청률은 알고 보면, 모든 방송에서 그렇게 방송을 만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예 프로그램을 봐야만 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방송국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선정적인 오락 프로그램의 제작은 어느 정도 자제를 하고 이제부터라도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고찰을 담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시사, 교양프로그램의 양성을 우선적으로 해야한다. MBC의 <미디어 비평>과 같은 자성적 목소리를 담는 프로그램이나, KBS <심야토론>처럼 다양한 의견에 대해 여러가지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의 수가 늘어날 수 있도록 방송국 관계자나 시청자 모두 시청률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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