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일촌맺기]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 정민우 기자
  • 승인 2008.09.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기 의사결정 과정에 일반대중의 참여 중요
- 전공이 생물학이고, 원래 과학자를 꿈꿨다고 했는데 기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생물학자가 되기 위해 생물학과를 갔으나, 현대생물학을 공부하다보니 생물학의 여러 분야가 사회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음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고민했다. 이후 시민단체 활동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생명공학의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생명공학으로 시작한 관심은 현대과학기술로 이어졌다. 현대과학기술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부정적인 문제도 양산했다는 생각에 이르러, 부정적인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대책을 촉구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원래 이 역할을 하기 위해 기자라는 직업을 가질 생각은 없었다. 이 역할을 위해 더 효과적인 다른 직업이 있다면 그 길을 걸을 것이다.

- 황우석 사태 이후의 한국 사회가 의식적으로 어떻게 변했다 생각하는가?
황우석 사태 이후 과학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나아졌나 생각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황우석 사태는 여러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짧게 보면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즉, 과학사기사건이고, 넓게 보면 생명윤리를 무시한 연구, 성찰이 부족한 연구, 현대과학 기술의 환상을 만든 것 등의 문제들이 될 수 있는데, 사건의 초점이 과학사기사건에만 맞춰졌다. 더 큰 맥락, 예를 들면 생명윤리와 현대과학기술에 대한 성찰부재, 현대과학기술에 대한 장밋빛 환상만을 강조하는 부분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이고 계기였는데 그러지 못하고 넘어 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고, 과학기술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등의 생각이 가득하다. 이것은 과학계의 부메랑처럼 다가와 기초과학은 소홀히하고, 응용과학 중에서도 돈 되는 분야 즉,성과가 바로 보이는 것만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황우석 사태 같은 일은 또 재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황우석 사태 이후 연구윤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이는 주로 과학기술계 외부에서 주장되었는데,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윤리강령을 구축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윤리강령을 만드는 것이 좋으나,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외부충격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기성 과학자들은 연구윤리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없고, 그런 문화에서 성장하다보니 황우석 사태가 생긴 것이다. 황우석 사태는 어떻게 보면 외부 충격이라 본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 안에서만 자정작용을 통해 연구윤리 규범이 만들어진 경우는 드물다. 보통 과학자의 과학사기가 드러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어 연구계에서 내부윤리규범을 만들지만, 이 속도가 지지부진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규범을 만들어 강제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안타깝지만 여태까지 과학계가 그런 것을 못했던 것이다. 과학계에 미리 연구 분위기나 문화가 있었으면 좋지만, 그러지 못하면 외부적으로 강제되는 연구윤리 관련 각종 제도적 장치들을 빨리 문화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과학기술이 사회에 올바르게 자리잡기 위해서 어떻게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여태까지 과학기술들이 발전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소수의 사람들이 결정해왔는데, 그렇게 발전시킨 과학기술의 영향을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과학기술의 의사결정이나 문제를 대중들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와 성찰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해관계나 다양한 가치를 가진 많은 사람이 과학기술에 목소리를 내면 과학기술의 발전방향이 다른 식으로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과학기술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언론이 과학기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기존의 언론은 과학기술의 방향이나 정부가 추진하는 과학기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보다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대중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가지게 되고 당면한 과학기술의 문제들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언론이 좀 더 과학기술에 대해 비판하고 감시하다 보면 사람들이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방향이나 모습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참여하게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과학계 내부에서도 언론이 감시하고 고발하게 되면 지금의 과학기술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쉽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으로 언론인으로서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