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안목에서 견실한 성장 추구해야
경제정책이 추구하는 최종목표에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우리의 경제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중요한 가치이다. 그러나 자주 인용되는 바와 같이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성장을 추구하다 보면 물가안정을 해치게 되고, 물가안정을 추구하다 보면 성장이 둔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득과 실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케인즈 학파의 사고가 1970년대 초반까지는 유효하였다. 이러한 사고는 공급과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의 활동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수요자의 행위 변화가 성장과 물가를 결정한다는 데에 기초하고 있다. 즉 수요의 증가는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1973년 4차 중동전 직후 발생한 1차 석유파동과 1979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가열된 2차 석유파동은 모두 전쟁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1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1974년과 1975년에는 성장률이 각각 7.2%, 5.9%로 둔화되었으며, 인플레이션이 각각 24.3%, 25.2%로 급등하였다. 그리고 2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1980년과 1981년에는 성장률이 각각 -1.5%, 6.2%로 낮았으며, 인플레이션이 각각 28.7%, 21.4%로 급등하였다. 그 결과 기업의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요소들의 비용이 매우 높게 상승하였다. 그 결과 공급과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의 활동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에 따라 생산량은 줄고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를 실과 실의 원리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상품가격이 비싸짐에 따라 수요도 줄게 되고, 그 결과 경기상황은 악화되었다. 이와 같이 경기침체(stagnation)와 물가상승(inflation)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두 단어를 합성하여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 명명하였다.
최근의 우리경제도 국제유가의 상승, 옥수수 가격상승 등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이를 농업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은 대부분 유가상승에 기인한 반면,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제 유가의 상승,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였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데에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과 실의 원리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민들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설령 불가피하게 발생한 경우에도 가계·기업·정부가 합심하여 스태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먼저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및 생산활동에 있어서 비용상승 요인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R&D투자의 확대, 에너지 절약적 기술혁신, 경영시스템의 발전 등으로 제품원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감세정책, 보조금지급 등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여 소비가 증가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요인에 쉽게 흔들리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 육성 등 내수경제를 튼튼히 하는 노력도 꾸준히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견실한 성장을 추구하는 정책(sustainable growth)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무리하게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결국 후유증으로 남아 우리 경제를 해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포항공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