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stagnation) + 물가상승(inflation)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침체(stagnation) + 물가상승(inflation)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이명훈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0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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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보는 스태그플레이션
장기적 안목에서 견실한 성장 추구해야

경제정책이 추구하는 최종목표에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우리의 경제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중요한 가치이다. 그러나 자주 인용되는 바와 같이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성장을 추구하다 보면 물가안정을 해치게 되고, 물가안정을 추구하다 보면 성장이 둔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득과 실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케인즈 학파의 사고가 1970년대 초반까지는 유효하였다. 이러한 사고는 공급과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의 활동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수요자의 행위 변화가 성장과 물가를 결정한다는 데에 기초하고 있다. 즉 수요의 증가는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1973년 4차 중동전 직후 발생한 1차 석유파동과 1979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가열된 2차 석유파동은 모두 전쟁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1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1974년과 1975년에는 성장률이 각각 7.2%, 5.9%로 둔화되었으며, 인플레이션이 각각 24.3%, 25.2%로 급등하였다. 그리고 2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1980년과 1981년에는 성장률이 각각 -1.5%, 6.2%로 낮았으며, 인플레이션이 각각 28.7%, 21.4%로 급등하였다. 그 결과 기업의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요소들의 비용이 매우 높게 상승하였다. 그 결과 공급과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의 활동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에 따라 생산량은 줄고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를 실과 실의 원리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상품가격이 비싸짐에 따라 수요도 줄게 되고, 그 결과 경기상황은 악화되었다. 이와 같이 경기침체(stagnation)와 물가상승(inflation)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두 단어를 합성하여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 명명하였다.

최근의 우리경제도 국제유가의 상승, 옥수수 가격상승 등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이를 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애그플레이션이라 함), 비철금속 가격상승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해외요인이 고스란히 국내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또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미국 경기가 악화되었고, 이것이 우리나라의 경기침체에도 일조한 면이 있다. 2008년의 2분기 성장률은 0.8%로 매우 낮았으며, 7월의 인플레이션은 5.9%로 3% 내외의 물가목표를 크게 상회하였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은 대부분 유가상승에 기인한 반면,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제 유가의 상승,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였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데에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과 실의 원리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민들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설령 불가피하게 발생한 경우에도 가계·기업·정부가 합심하여 스태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먼저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및 생산활동에 있어서 비용상승 요인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R&D투자의 확대, 에너지 절약적 기술혁신, 경영시스템의 발전 등으로 제품원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감세정책, 보조금지급 등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여 소비가 증가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요인에 쉽게 흔들리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 육성 등 내수경제를 튼튼히 하는 노력도 꾸준히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견실한 성장을 추구하는 정책(sustainable growth)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무리하게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결국 후유증으로 남아 우리 경제를 해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