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불편해도 교육은 받을 수 있다
몸은 불편해도 교육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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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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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대학의 장애인 복지 -
⊙장애인 편의시설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우리대학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가? 우선 장애인들의 보행에는 불편한 점이 없는지 알아보았다. 우리대학의 통행로들을 살펴보자. 도로 곳곳의 보도블록의 연석은 낮춰져 있어 차도와 보도가 있는 곳에서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 큰 불편이 없었다. 반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은 신축건물 주변 이외에는 찾기 힘들었다. 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지곡회관과 기숙사가 있는 낮은 곳에서 학생회관과 공학동(강의실)이 있는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78계단을 우회해 큰 길을 돌아가야 한다.

건물 내에서의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성은, 건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장애인이 이동하기에 불편한 구조로 되어있다. 이는 우리대학 대부분의 건물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제정(1998년)되기 전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건물들은 층을 이동하기 위해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해도 화물용이거나, 좁고 점자버튼이 없어 장애인이 쓰기에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계단에 휠체어 리프트와 같은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또 건물들의 주출입구 바닥과 보도의 높이 차가 있어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대학에서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찾기 힘들다. 화장실 외에도 건물 안의 많은 구조물들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찾기 힘들다. 그래도 비교적 근래에 지어진 신축 기숙사와 포스코국제관과 같은 건물은 나은 편이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어 장애인들이 건물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배려했다. 이들 건물들은 출입구 바닥의 높이가 높지 않거나, 높더라도 휠체어가 출입할 수 있도록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입구와 엘리베이터 앞에는 시각장애인을 배려한 점자블록이나 점자표지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대의 경우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하며, 장애학생 지원센터를 운영해 이동지원차량 제공이나 장애학생 도우미 제도 운영과 같은 여러 가지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 규모나 구성원 중 장애인 수를 고려하면 우리대학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비가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학생이 상대적으로 입학을 기피하게 되지 않나 우려해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대학을 방문하는 장애인들의 입장도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 오은지 기획혁신국장은 “그동안 편의시설을 이용할 장애인이 극소수여서 계획을 추진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기관들을 참고하여 기본적인 시설부터 준비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업무를 진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연수 기자 yeonsu00@



⊙ 구성원들의 생각
장애학생 배려한 교육·연구환경을

우리대학의 목표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백성기 총장이 강조했다시피 이제부터는 연구중심대학뿐만 아니라 대학 본연의 목적인 교육기관으로서도 승부를 걸 때이다. 장애를 가진 학생을 위한 학교의 지원은 교육기관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대학이 이러한 의무를 잘 수행하고 있고, 장애학생에게 제대로 된 교육환경과 연구환경을 보장해주고 있을까? 이에 대해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최영주 수학과 주임교수는 “현재 우리대학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예전에 수학과에 거동이 매우 불편한 학생이 입학해서 대학에서 고급 휠체어를 마련해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계단·문턱 등으로 이동하는 것이 매우 불편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부분은 우리대학이 매우 신경 써야 할 부분이므로,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설운영팀 관계자는 “우리대학이 설립될 때(1986년) 지어진 건물들은 당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완비해야 한다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지어진 청암학술정보관·국제관·RC 등의 건물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지 않으면 애초에 건설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이들 신축 건물엔 장애인 편의시설이 모두 완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현재 우리대학에 장애를 가진 학생이 없어 구체적인 지원계획은 없으나,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입학하게 되면 그 학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대훈(컴공 07) 학우는 “대형 강의실은 계단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책상과 책상의 간격도 충분히 넓지 않아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에 매우 불편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 말했다. 정인영(화공 07) 학우는 “예전에 운동을 하다 발목을 다친 적이 있었는데, 78계단을 오르는 데 매우 불편함을 느꼈다. 우리대학의 여건상 78계단을 매우 많이 이용해야 하는데, 전체적인 대학 구조가 장애인들에게 매우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문제들은 장애인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다. 왜냐면 장애인들은 ‘너희’가 아니라 ‘우리’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이 문제에 대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길호 기자 greensocks@

장애 동문에게 듣는다
선배님~ 학교 다닐 만하셨나요?
캠퍼스 안을 돌아다니며 심한 경사와 많은 계단에 다수의 학우들이 힘들다는 소리를 하곤 한다. 보통의 학우들도 힘들다고 느끼는 것들이 실제 장애인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와 닿았을까? 우리대학의 장애인 입학생이었던 임해호(수학 90) 동문과 정현석(화학 02) 동문을 만나보았다.
유전성 질환으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진행성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임해호 동문은 현재 유명 수학교재의 집필자이다. 그는 입학하면서부터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고,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학교 내의 모든 곳을 휠체어로 돌아다녔다.
하지만 휠체어로 캠퍼스를 움직이는 것이 그에게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기숙사와 강의실이 있는 공학동 간 이동은 계단을 우회하여 동문 쪽으로 올라가면 해결되는 일이었고, 공학동 간의 이동은 당시만 해도 개방되었던 지하 통로와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뤄졌다. 또한 그의 동선을 고려해 학교에서 제공한 계단 옆 경사 덕에 웬만한 곳을 이동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그는 그 정도 거리로 불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자신을 위해 대학 1학년 때 휠체어를 마련해준 교수회, 이동의 편의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해준 대학 당국, 그리고 가까이서 도움을 줬던 친구들에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렇지만 대학 내의 장애인들의 이동이 문제가 없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장애인들이 존재하듯 장애인들마다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다른 것이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정현석 동문이 느끼는 어려움은 다음과 같았다.
그의 경우 건물 간 이동이나 시설 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는 구화법을 배우고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강의 내용을 완벽히 전달받는 것은 무리였다고 한다. 또한 대학원 진학 후 강의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강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지만, 세미나와 회의 등에서 의사소통 중 발생하는 핸디캡이 대학원 생활의 상당한 어려움이 되었으며, 다른 사람들의 배려 없이는 힘들다고 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시설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덜한 우리대학도 교육적 측면에 있어서는 아직 미흡한 점이 존재한다. 장애인 비율이 극히 낮은 우리대학의 특성상 장애인 교육을 위한 적절한 지원은 임시방편 식으로 이뤄질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대학의 지원과 더불어 다른 구성원들의 관심과 배려가 함께한다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포스텍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현 기자 lsh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