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소통하는 대학, 포스텍
[78 오름돌]소통하는 대학, 포스텍
  • 유형우 기자
  • 승인 2008.09.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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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 혹은 의사소통은 위정자에게 필수요건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조 왕정체제 하에서도 ‘신문고’라는 제도를 두기도 했고, 격쟁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정조는 격쟁제도를 한 단계 격상시켜 위외격쟁(衛外擊錚)까지 만들었다. 위외격쟁 제도란 궁궐 담 위에 올라가 징이나 꽹과리를 치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경쟁제도를 발전시킨 것으로, 어가가 행차할 때 백성들이 직접 임금에게 상소를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제군주정을 실시한 조선시대와 현대의 민주주의를 비교하는 것은 물론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보다 훨씬 더 강한 권력을 가진 전제군주였던 정조가, 지금의 국민과 비슷한 존재였던 백성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에 비해 현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민들과 담을 쌓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 6월 9일에는 취임 100일을 맞아 이른바 ‘국민과의 대화’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어떤 까닭인지 개최를 며칠 앞두고 취소되고 말았다. 정부와의 격의 없는, 진정한 의사소통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바람은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대학의 경우에는 어떨까?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왕과 정부의 역할은 총장을 위시한 학교 행정부 혹은 이사회가 맡고 있을 것이고, 백성과 국민의 역할은 학생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는 대학만의 특수한 구성원이므로 무엇과도 연결시키기 애매하다. 그렇다면 우리대학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보다는 좋아졌으나 아직 더욱 발전한 여지가 남아있다.

우리대학 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의 상당수가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의 부재로 일어난 일이다. 2006년의 교원임면권 사건이나 지난해 일어난 학생식당 식비 인상 건과 기숙대학(RC) 건 등이 그러하다. 교원임면권 환수는 이 결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교수 등 대학구성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진행되었다. 학생식당 식비 인상 건은 그전부터 단절 되어온 의사소통으로 인해 쌓여온 복지회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과 구성원들 간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총학생회가 만들어낸 불협화음이었다. 기숙대학 건 역시 실거주자인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수렴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건지 최근 들어 대학은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학기 말 문을 연 학생회관 북카페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실사용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으며, 현재 논의 중에 있는 지곡회관 리모델링 역시 여러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 또한 교육 문제에 관해서도 최근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총학생회 교육TFT를 통해 여러 구성원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정부는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지난 5공화국 시대를 향해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우리대학은 점점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해지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부디 이 흐름이 지속되어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효과적으로 반영된 학교 발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