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지곡회관 서점 없어져 아쉬워
[지곡골 목소리] 지곡회관 서점 없어져 아쉬워
  • 추광호 / 화학 통합08
  • 승인 2008.06.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항 시민이었던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지곡회관 카페테리아에서 외식을 자주 했다. 식사 후에는 구내서점을 자주 찾았다. 가격이 싼 탓도 있었지만, 구내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지 않고도 마음껏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서, 바닥에 앉아서, 전공책이 쌓여있는 책장에 기대어서 책을 읽는 아이들이 문을 닫는 밤 9시까지 서점을 점령하곤 했다. 우스운 일이지만, 어렸던 내가 포스텍에 오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환경 때문이었다. 정작 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사서 읽는 일이 더 많아졌지만.

입학한 뒤에, 서점 안에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생긴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점에 이익이 되지 않는, 그저 서점 안에서 책을 읽고 갈 뿐인 아이들을 위해 편의를 제공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대학교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름이 아니라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주말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흐뭇함과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제 지곡회관 서점은 텅 비어 황량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와 다시 북적거릴 것을 알면서도, 사라질 의자를 생각하며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