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책을 읽기 힘든 이유를 물론 모르는 건 아니다. ‘숙제중심대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니, 우리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바빠서 책을 읽을 새가 없다는 그들에게 넌지시 한마디 덧붙인다. “아무리 바빠도 배가 고프면 끼니를 거를 수 없듯이, 한창 지적 욕구가 충만할 때 책을 멀리하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된 단다.”
전공 지식만으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과학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은 거의 없다. 미래의 과학계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학문 연구에 필요한 지적 능력을 갖추어야 할 우리 학생들에게, 책을 읽는 일이 다른 어떤 일상사에 밀려 포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책읽기를 생활화하기 위해서는 하루 중 자신의 시간을 쪼개거나 짬이 나는 얼마간의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스스로 책으로부터 멀어지면 안 된다. 책 읽을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겠다는 생각은 사실상 책 읽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대학 캠퍼스 여기저기서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은 참 낯익은 풍경이었다. 도서관이나 기숙사에서뿐만 아니라, 건물 밖 벤치에 앉아서, 잔디밭에 누워서 학생들은 책을 읽었고, 캠퍼스를 거닐면서도 책 삼매경에 빠진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등하교 길에 꼭 한두 번씩 습관처럼 들르곤 했던 학교 앞 서점은 당시 대학생들에게 그저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약속 장소이자, 데이트 공간이자, 진지한 토론의 장이기도 했다.
누구도 읽으라고 강요한 적 없는 책을 그땐 왜 그리 열심히 읽었던 것일까? 돌이켜 보면, 책은 단순히 지식의 양을 늘려주는 수단이 아니었다. 가려진 세상의 진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을 때의 그 가슴 벅찬 환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어두운 동굴에 갇혀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눈부신 햇빛을 봤을 때 느낄 법한 바로 그런 기분이었다.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알았고, 그렇게 알게 된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런 삶의 고단함마저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 것도 결국 책이었다.
시간이 나기를 기다려 하루 이틀 책 읽기를 미룰 때 결국 책을 읽지 않는 생활은 우리 학생들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버릴 것이다. 지금 이 시간 도서관에 가서 자기가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한 권이라도 대출하여 기숙사 책상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꽂아 두는 것부터 우리 한번 시작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시간을 ‘만들어’ 책 읽기를 시도해 보자. 우리 학교 캠퍼스 여기저기서 책 읽는 학생들을 볼 수 있고, 또 그런 학생들이 서너 명씩 모여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 그런 모습을 상상만 해도 참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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