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인성’도 대학의 몫
[78 오름돌] ‘인성’도 대학의 몫
  • 이상현 기자
  • 승인 2008.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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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RA들이 공용 빨래바구니를 회수하기 위해 기숙사 전체를 조사한 적이 있다. 기자가 들은 바에 의하면 절반이 조금 넘는 바구니가 회수되었다고 한다. 또한 회수 과정에서 바구니를 가져간 것이 들킬까봐 바구니를 복도에 버린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공용 빨래바구니는 모두 사라져 있었고, 회수한 RA의 수고는 허사가 되어버렸다.

물론 기숙사 생활을 처음 하는 신입생들이 비교적 학교생활에 있어 ‘개념이 없다’는 말을 들을 만큼 위와 같은 사건·사고를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일반기숙사에서도 그만한 사건들이 빈번한 것을 생각하면 이런 일은 비단 빨래바구니 하나의 문제도, 신입생만의 문제만도 아니다. 길지 않은 학교생활 중에서도 기자가 느낀 바로는 우리대학 학생들은 ‘당연한 것’, ‘지켜야 하는 것’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그 극단적인 예로 볼 수 있는 것이 이번에 시행된 명예제도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심지어는 따를 수 없다는 개인적인 입장을 보이는 학우들도 있다는 점이다. 몇몇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학우들이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해 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좋은 점수, 손가락 안의 등수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말 그대로 ‘개념’이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학우들이 무한경쟁시대의 과학계의 리더가 되기 위해 자기 공부와 학점 외의 도덕적·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덧붙여 지식인이라는 대학생이 기본적인 에티켓이나 말 씀씀이가 바르지 못한 것도 이해는 된다. 그것은 그런 것들을 배울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지던 인성교육이 점점 그칠 줄 모르는 교육열 속에 소홀해지면서 그 기회는 더욱 부족할 것이고,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대학 내에도 인성교육의 기회는 충분치 않은 것 같다. 실제로 학생자치단체의 ‘넓은 세상 바라보기’의 프로그램들을 제외한 우리대학의 강연들을 보면, 그 수가 많다고는 할 수 없으나 문학·음학·사회 등의 교양지식, 투자·재테크 등의 금융과 리더십 같은 것들로 주로 이뤄져 있다. 이는 학내에 어떤 가치가 우선되는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과학적 리더를 양성한다’라는 대학 교육목표에 집중하다가, 리더이기 전에 필요한 인성교육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어 아쉬움을 느낀다.

리더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 사회나 조직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뻔한 일이다. 또한 리더뿐만 아니라 직업윤리가 특히 강조되는 과학계의 종사자들에게 인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학생들이 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 더욱 이공계 대학의 몫이라면 몫인 것이고, 우리대학은 이 책임을 피하고 있지는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인성교육과 리더십교육의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그 기반을 이제 막 다지고 있는 RC에 아직 인성교육에 대한 큰 기대를 걸긴 힘들 것 같다. 재학생들의 어린 실수들이 사회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책임이 고스란히 대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이 인성이 알아서 자라기만을 지켜보기보다 강연·프로그램 등 학교 차원의 인성교육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