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담 - 이제는 터놓고 이야기하자
기획 대담 - 이제는 터놓고 이야기하자
  • ◈ 사회 및 정리 : 김예람 기자
  • 승인 2008.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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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만에 돌아보는 RC
포항공대신문사는 RC(Residential College)가 운영된 지 한 학기가 되는 시점에서 그동안의 RC 운영에 대한 점검과 앞으로의 운영 방향에 대한 RC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6월 5일 저녁 본사 편집실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마스터 교수 대표로 유창모(물리)·김민정(인문) 교수가 참가했고, RA 대표로는 이지연(생명 05)·최진영(산경 06)·박성진(전자 06) 학우가, 거주민 대표로는 성주연(산경 08) 학우가 참가했다. 주제는 1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RC를 크게 프로그램 측면과 거주 측면으로 나누어 잘된 점과 잘못된 점, 그리고 앞으로 RC 운영에 있어 바라는 점을 설문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해졌다.


1. 거주민들의 RC 프로그램 참가에 있어 강제성을 띠어야 하는가?
설문 결과 상당수의 학우들이 강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한 데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RA는 행사 진행에 있어 강제성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학우는 “처음에는 나도 강제성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학생 한두 명 정도만 참가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가다간 RC의 의미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지금은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을 내놓는 RA도 있었다. 이 학우는 “강제성 없이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참여시키게 해야 반발도 없고 진심으로 프로그램에 임할 수 있다”며 “학생들의 참여의식을 기른 후 강제성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다른 시각으로 김 교수는 “강제성을 띠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분법으로 나누기보다는 강제성과 자율성을 조화시켜야 한다”며 “강제성이 필요한 인성교육은 강제적으로 운영하면서 소규모 자율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RC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가정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2. 프로그램 구성은 재미가 위주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교육이 위주가 되어야 하는가?
설문내용 중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프로그램 구성이 너무 재미 위주로 편향된 것 같다”라는 불만을 토로한 학우가 있었다. 오락성에 편향된 RC는 교육에 목적을 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RA 최 학우는 “RA들도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 ‘오락성’과 ‘교육성’의 비율은 항상 고민된다”며 “교육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하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같은 층 학생들의 친목이 지금 상황에선 교육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오락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김 교수는 “오락이냐 교육이냐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락성와 교육성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가령 주말에 조조 영화를 보러 가도 영화를 보는 재미만 있어서는 안 되고, 뒤풀이 자리에서 RC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방도를 토의하는 문제의식을 이끌어 내는 식이어야 한다”며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3. RC 구성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설문 결과 다수의 학생이 그동안 마스터 교수와 대면한 적이 없다는 의견을 냈고, 또한 행사 일정 결정 시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교수님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바쁘신 교수님이 마스터 교수인 층은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이 적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내가 교육과 연구, 그리고 과제를 모두 마치고 나면 늦은 저녁이 되어 RC학생들과 자주 대면할 수 없다”고 사정을 토로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마스터 교수는 시간적 여유와 의지가 있는 교수의 자발적 지원을 통해 모집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몇몇 교수들은 대학의 부탁으로 부득이하게 마스터 교수직을 맡았고, 이로 인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4. 1·2학년만 의무적으로 RC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들로 RC를 꾸려 나가야 한다?
설문에서는 다수의 학생들이 RC에 억지로 사는 것보다 RC에 뜻이 있는 학생들만 거주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즉, 거주민들이 지원자들로 구성되면 RC 프로그램 참여율도 높아져 제대로 된 RC가 운영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우리대학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다지는 것이 RC의 취지 중 하나여서 대학생활 초반인 1·2학년을 RC에 살게 한 것이다”며 “지원자들은 아무래도 고학년이 많을텐데, 지원자들로 구성하면 이런 RC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대의 의사를 표명했다.

1·2학년들이 RC를 꾸려나가야 한다는 점에 반대가 없어 보이자 성 학우는 “그렇다면 차라리 분반 단위로 층을 구분하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학생들 간의 친목은 쉽게 쌓여질 것이고, 참여율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 같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최 학우는 이 의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현재 많은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층 사람들과 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며 “분반 단위로 층을 나누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 학우는 “분반 단위로 층을 나누게 되면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과정을 겪을 수가 없어 사회성을 기를 수 없게 된다”며 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간담회를 마치며 유 교수는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시행되는 RC라 운영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특히 RC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접해보지 않은 RA는 매우 힘들 것이다”며 “RC가 하루 빨리 학생들의 참여문화가 정착돼서 우리대학만의 RC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