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진단 시리즈 2. 전공교육
대학교육진단 시리즈 2. 전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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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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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교육 경쟁력 = 대학교육 경쟁력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지난 기초교육 진단 때도 피력한 바 있고, 교육 중에서도 전공교육은 교육 수혜자로 하여금 다른 분야와 구분되는 경쟁력을 함양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공대신문사에서는 대학교육진단 시리즈의 두 번째로 전공교육을 진단해 본다. 진단에 있어 전공교육의 수혜자인 2학년 이상 학부생의 설문과 우리대학만의 두드러지는 전공교육의 특징을 토대로 했다.



⊙ 우리대학 전공교육의 특징

실질적인 이해와 창의성에 초점

우리대학의 기본 교육정책은 과학계의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각 과목의 커리큘럼은 전공의 지식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의 이해와 창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학과의 교육에는 이러한 대학의 교육방침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몇 개 학과의 교육방침에 대해 조사했다.

물리학과는 과학/공학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여 물리학 박사뿐 아니라 과학/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준의 고급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학부 과정에서는 물리학의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게 되지만, 교수의 지도를 받게 되는 ‘물리학 연구’ 과목에서 분야의 선택을 통한 집중된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크게 △응집물질 물리학 △가속기 및 플라즈마 물리학 △생물물리/복잡계의 세 분야를 선택하고 있고, 기타 다른 분야의 연구그룹도 형성되어 있다.

생명과학과의 경우엔 우리대학의 특징을 살린 맞춤형 교육을 지향한다. 또한 창의성과 스스로 생각하는 교육이 되도록 하는데, 강의에서 한계를 느끼고 실험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 총 3개의 실험과목 중 ‘세포생물학 및 유전학실험’과 ‘분자생물학 및 생화학실험’은 과목 당 5개의 분반에 각 교수가 배치되고, 학생들의 선택을 통해 한 개 분반에 6명 이내의 인원이 배정된다. 이런 식의 교육을 통해 각 학생들은 동물겱캣컖구조생물학의 3개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지게 된다.

기계공학과의 교육은 실제 시스템의 설계·해석과 제작까지의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커리큘럼이 기본 역학에서 시작해 실제 시스템의 설계와 가공까지 이어진다. 기계공학과 교육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기본 역학이다. 열유체공학, 기계구조역학, 메카니즘동역학 등의 기본역학이 커리큘럼의 뼈대를 이룬다. 이들은 이전까지 여러 과목들을 통해 교육하던 것들을 과목의 통합을 통해 한 과목에서 다양한 이론을 이용해 전체적인 시스템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전자컴퓨터공학부 역시 개념을 우선으로 하여 실험을 통해 응용을 배우게 된다. 실험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학과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학과들에 비해 특이한 점은 이전까지는 전자전기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로 나누어져 EE트랙(전자)와 CS트랙(컴공)으로 구분된 것들이 최근 학부 통합을 통해 EECS트랙(전자컴공)을 만들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몇 개 과를 살펴본 결과 몇몇 공통점이 나타남을 알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기초개념을 다지는 것과 더불어 실험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적인 과학·공학의 응용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또 한가지 공통점은 우리대학의 작은 규모에 비해 비교적 종합적인 분야들을 다룬다는 데에 있다. 국내·외의 종합대학들과 규모와 분야의 수를 비교했을 때 많은 편이며, 그만큼 학생들의 선택의 폭은 넓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의 경우 한 분야를 다루는 교수의 수가 부족해 진정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각 학과의 교수충원 문제가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현 기자 lsh014@



⊙ 전공교육 설문조사 결과

전공과목 선택기회 좀 더 폭넓게

우리대학 학부의 전공교육을 다각도로 진단해보기 위해 먼저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공교육의 여러 문제에 대한 생각을 설문을 통해 알아보았다. 이번 설문은 E-Mail을 통한 온라인 설문(5월 8~13일)과 학생회관 1층에서 실시한 오프라인 설문(5월 9·13일)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조사대상자 총 1057명 중 249명의 학우들이 참여했다. 학년별 분포는 △2학년 90명 △3학년 87명 △4학년 68명이고, 학과별로는 △수학과 12명 △물리학과 24명 △화학과 17명 △생명과학과 20명 △신소재공학과 21명 △기계공학과 30명 △산업경영공학과 23명 △전자전기공학과 43명 △컴퓨터공학과 18명 △화학공학과 40명으로 다양한 학년과 학과의 학우들이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첫째 질문인 ‘전공교육의 교과과정(필수·선택·자유 과목)이 잘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는 ‘보통’이 40%로 가장 많았고,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가 각각 39%와 6%로 대부분의 학우들이 잘 구성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유로는 “많은 실험을 통해 연구의 기초기술들을 익힐 수 있고, 전공필수 과목들의 수준이 높다”,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를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다” 등이 있었다. 하지만 15%의 학우들은 “필수 과목이 다른 대학에 비해 많고, 선택과목이 다양하지 못하다”, “필요함에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빠져있는 경우와, 실용성이 떨어짐에도 필수로 되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등의 이유로 잘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둘째 질문인 ‘전공교육의 이수규정(이수학점·학과규정 등)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또한 ‘보통’이 40%로 가장 많았고,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도 각각 41%와 4%로 첫째 질문과 매우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이유로는 “필수만 너무 많지도 않고, 선택만 넘쳐나지도 않는다”, “이수학점 자체는 많지 않고, 규정은 적절하다고”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 질문 또한 15%의 학우들이 “실험과목들의 학점조정이 필요하다”, “어떤 과목의 경우 실험 1학점, 일반강의 3학점인 것이 있는데, 실제로 실험에 투자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등의 이유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질문인 ‘전반적인 전공과목들의 교수법에 대해 만족하는가?’ 역시 ‘보통’이 40%로 가장 많았다. ‘불만족’은 22%로 “너무 반복되고 준비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좀 더 기본적인 내용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많은 강의가 일방적인 설명으로 진행된다” 등의 이유가 나왔다.

네 번째 질문인 ‘전반적인 전공과목들의 강의지원 시스템(조교 시스템, 기자재, 강의 웹페이지 등)은 강의를 잘 지원하고 있다 생각하는가?’는 ‘그렇다’가 43%로 가장 많았고, ‘보통’이 28%로 뒤를 이었다. 그 이유로는 “과목별로 안내가 잘 되어있고, 이용하기 편하게 되어 있다”,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 메일과 문자 통보를 잘 해주고 있다” 등이 있었다.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19%였는데, “강의 웹페이지의 경우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강의에 대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몇몇 과목의 경우 조교가 채점하는 것 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다섯 번째 질문인 ‘전반적인 전공과목들의 난이도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는 ‘보통’이 45%로 가장 많았다.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은 16%로 “과목마다 중간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만한 과목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이유가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우들이 “약간 높게 느껴지는 과목도 있지만 우리대학의 수준을 생각했을 때 대부분이 괜찮다” 등의 이유로 현재 난이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여섯 번째 질문인 ‘전반적인 전공과목들의 로드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는 ‘보통’이 40%, ‘아니다’가 30%, ‘매우 아니다’가 3%로 부정적이 의견이 33%에 달했다. 학우들의 기타의견으로는 “학생들에게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과목별 편차가 크다”, “특정학기에 너무 많은 로드가 몰려있다” 등이 나왔다.

일곱 번째 질문인 ‘학부 전공교육이 전공분야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그렇다’가 41%로 가장 많았고, ‘보통’이 34%로 그 뒤를 이었다. 이유로는 “경쟁력까지는 모르겠지만 기초를 다지는데 도움이 된다”, “어려운 만큼 제대로 공부하면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된다” 등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기타 전공교육에 대해 아쉬운 점이나 건의할 내용’을 물어보는 문항에서는 “더 많은 타과 과목을 전공선택 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복수전공에 비해 부전공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것 같다”, “과 내에서 코스를 세분화하여 전공과목 커리큘럼이 짜여지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여러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다양한 커리큘럼과 좀 더 폭넓게 전공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상당수였다.
이길호 기자 greensocks@




⊙ 전공교육 발전방향

“필요한 것 찾아 능동적으로”

진정한 고등교육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학부 전공교육은 다른 분야와 구분되는 경쟁력을 함양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며, 이런 이유로 다른 교육을 제쳐놓고 전공교육만으로 그 대학의 교육경쟁력을 판단한다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우리대학은 전공교육의 수혜자가 그 분야의 구루(guru)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공교육은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설문을 통해 본 학우들의 전공교육에 대한 대개의 불만은 변화된 이수규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과거에 약 140학점 이상 수강 시 졸업이 가능했던 이수규정이 학업부담이 심하다는 이유로 현재 약 120~130학점 정도 수강 시 졸업이 가능하도록 이수규정이 바뀐 것에서 불거진 문제이다. 이수규정이 이렇게 바뀌면서 일부 과는 전공과목에 대해 분리된 두 과목을 한 과목으로 합쳐 6학점을 4학점으로 만들고, 일부과목을 전공선택 과목에 편성했다. 학우들은 이 4학점 과목의 로드가 심하고, 상대적으로 전공필수 과목에 비해 편성된 전공선택 과목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되고, 대학원 진학 시 전공필수 과목만으로는 전공지식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이는 기존의 이수규정은 그대로 유지하되 4학점 과목 중 로드가 심하게 편중되어 있는 과목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하고, 대학원 각 분야로의 진학을 위해 필요한 과목 set를 학과에서 제시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학우들은 전공선택 과목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전공선택 과목이 현재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개설이 안 되고, 수강하고 싶은 과목이 매학기 혹은 매년 열리지 않고, 전공과 연계된다 생각하여 찾아 수강하는 타 학과 과목이 전공선택 과목으로 인정이 안 된다는 불만들이다. 이는 특강 과목을 늘려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 분야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각 과별로 수강신청 전 전공선택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를 미리 조사하여 수요가 높은 전공선택 과목을 개설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좀 더 본질적으로는 교수들을 더 많이 확보하여 전공선택과목뿐만 아니라 전공교육의 폭을 넓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한 타학과 과목의 전공선택 과목 인정은 학제간 교류가 중요시 되고 있는 요즘 전공과 연계된다 할 수 있는 것은 더 폭 넓게 용인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전공교육 관련 핵심 아젠다들에 대한 학우들의 설문결과를 보면 ‘보통’의 답변이 제일 많았다. 이는 전공교육이 어느 수준 이상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다시 보면 학부생들이 전공교육을 별 의식 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홍승표(수학 교수) 대학교육개발센터장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 능동적으로 교육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변화된 이수규정에 따른 학생들의 수강태도에 대해 “졸업기준이 완화되면서 재수강에 시간을 투자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는데, 이보다는 중요한 과목을 다양하게 많이 듣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현재 전공교육에 대한 학우들의 불만은 전공교육의 개선 말고도 스스로의 개선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 또한 많을 것이다. 더 나은 제공자와 더 나은 수혜자에서 양질의 교육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정민우 기자 jaden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