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후배에게 술잔강요 대신
[지곡골 목소리] 후배에게 술잔강요 대신
  • 이일철 / 신소재 01
  • 승인 2008.05.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심어린 질문과 공감을
포스텍에 막 입학했던 신입생 시절 나의 주량은 단 소주 2잔이었다. 그런 나에게 동아리 형은 늘 소주 2잔의 주량을 가진 사람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주량 늘리기 훈련의 당위성을 주장하곤 했다. 그리고 맹훈련을 나와 함께 했다. 그 결과 난 한 학기의 짧은 기간에 소주 2병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지금이야 남 일처럼 무덤덤하게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 때는 많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복되는 토악질 때문에 일상생활까지 이어지던 복통, 다음날 따라오는 설사, 어지러움, 그리고 매일 연이은 술자리. 날더러 다시 1학년이 되라면 아마도 다시 군대 가라는 것만큼 싫을 것 같다. 지금의 학부에서 고학번인 나에게 술자리는 그 때와 사뭇 다르다.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즐겁게 이야기만 나누고 있어도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후배들이 친분을 빌미로 서로 강요하는 술잔을 바라보게 된다. 친해지려 권하는 술잔을 거절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의 친분이 꼭 술잔으로 건네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괴로움일지도 모르는 술잔은 그 누군가를 술자리에서, 그리고 친분관계에서 소외시키고 있는 듯하다. 차라리 지나치게 술잔을 강요하는 대신 관심어린 질문과 공감을 건네는 것이 훨씬 서로를 가깝게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