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매너와 예의를 갖춘 포스테키안이 되자
[노벨동산] 매너와 예의를 갖춘 포스테키안이 되자
  • 이병주 / 신소재 교수
  • 승인 2008.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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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학과 신학기 개강 행사장. 주임교수를 비롯한 학과 교수들과 전 학년 학부학생들이 모여 신입생 환영식과 각종 시상식 등 뜻 깊은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장소는 교내에서는 제법 분위기가 나는 뷔페 스타일의 연회장이다.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성공적인 학과 모임이 이루어지는 듯 했지만, 식사가 끝난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하나 둘 자리를 뜨고, 행사 주최자인 주임교수의 마지막 마무리 인사가 있을 즈음, 학생들의 자리는 반 이상이 이미 비어있는 상태가 되었다. 단순히 ‘유종의 미’만을 언급하기에는 무언가 허전함이 맴돌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도 어색한 순간이었다.

모 교수의 학부학생 지도 회식. 칠팔 명 남짓의 학생들과 특별한 메뉴를 갖춘 식당을 찾아가 오붓한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장면이다. 교수가 주문을 위해 아직 방밖에 있는 동안 학생들은 먼저 자리를 잡는다. 주문을 마친 교수가 자리에 돌아와서는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당연히 좌석의 가운데 위치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남아 있는 자리는 입구 쪽 맨 끝자리. 반대편 학생들과는 대화도 하기 힘든 위치였기 때문이다.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의 학생들이 골고루 섞여 있던 자리이지만, 이런데 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던 모양이다.

크고 작은 행사에서뿐 아니라 학생들과의 개인적인 자리에서도 황당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교수님께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요…”는 거의 표준어가 되어있다시피 하다. 학부는 물론 대학원생들에게서조차도 “교수님께 여쭈어볼 게 하나 있는데요.”라는 표현을 듣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여쭈어보다’라는 말이 최근에는 없어진 우리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최근에 들었던 가장 황당한 말, “교수님 아내 분께서도 … 하시나요?” 아마도 그 학생들은 ‘사모님’이라는 단어는 주로 제비들이 쓰는 저급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위와 같은 경우들은 모두 학생들이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한 언행이 아니다. 단지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속에서 제대로 된 예절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을 뿐. 필자 역시 대학시절 등교 길에 승용차로 출근하시는 학과 교수님 한분을 우연히 만나 당당하게 뒷문을 열고 뒷좌석에 앉아 등교한 적이 있었다. 교수님 바로 옆 자리가 어려워서 뒤에 앉기는 했지만, 훗날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란 걸 알고 얼마나 죄송함과 창피함을 느꼈는지 모른다.

오늘날 대학가 학생 교육에 있어서의 키워드는 글로벌 리더십 교육이다. 실력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더라도 매너와 예의가 부족한 경우 갖추고 있는 능력보다 저평가받기 쉽다는 것을 일상생활에서 많이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매너와 예의는 개개인이 가진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예의범절은 국제사회에서도 통해서, 서양의 나이 지긋한 교수님들은 어른에 대한 예의를 깍듯하게 지키는 한국의 젊은 학자들에게 특별한 호의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하버드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철학 과목이라는 신문 보도를 접할 수 있는데, 이는 실력 못지않게 인문학적 소양이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력과 리더십을 고루 갖춘 인재가 깔끔한 매너와 예절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실력과 글로벌 리더십을 고루 갖춘 우리의 포스테키안들이 기본적인 매너와 예의에서 실수를 범하는 일이 없어지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