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취임사] 박찬모 신임총장
[총장취임사] 박찬모 신임총장
  • 박찬모 신임총장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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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유상부 이사장님과 내외 귀빈 여러분, 친애하는 포항공대 교수, 직원, 연구원, 학생 여러분! 공사다망하신 가운데서도 포항공대 제4대 총장 취임식에 왕림하여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제가 총장의 중책을 맡게 됨을 엄숙한 마음으로 받아드리며, 앞으로 열과 성을 다하여 포항공대 발전과 국가과학기술 진흥에 최선을 다할 것을 여러분 앞에 다짐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과 포항공대 가족 여러분께서도 많은 지도 편달과 협조를 해 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친애하는 포항공대 가족 여러분!

과거 없는 현재는 없으며, 현재 없이는 미래도 없습니다. 지나간 17년 동안의 포항공대 역사를 돌이켜 본다면 참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왔습니다. 박태준 설립이사장님의 원대한 포부와 포스코 임직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협력, 그리고 우리나라 과학계와 고등교육계의 거성이셨던 고 김호길 초대총장의 혜안으로 한국 최초의 연구중심 대학의 기치를 높이들고 설립된 포항공대는 우리나라 교육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동안 포스코의 막대한 재정적 지원에 힘입어 교수와 학생들은 오로지 교육과 연구에만 정진할 수 있었으며, 여러 전문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성과를 이룩함으로써 포항공대의 위상을 국내정상은 물론 세계 유수대학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올려놓았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1998년 아시아 위크지가 조사한 아시아 지역 이공계대학 중 포항공대가 최우수교로 선정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포항공대의 급진적인 성장에는 우수한 교수님들의 교육과 연구열의 못지않게 행정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연구원들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구, 그리고 성실ㆍ창의ㆍ진취의 교훈을 받들어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의 불타는 향학열이 크게 공헌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심심한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안주하여 현재 상황을 망각하거나 타성에 젖어 새로운 도약을 꿈꾸지 않는다면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포항공대는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창립 초기부터 우수한 교수와 학생만을 선발했으며, 포스코의 재정지원으로 최첨단 실험기기와 시설을 구비하고, 포스코ㆍ포항산업과학연구원과 함께 산ㆍ학ㆍ연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등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포항공대의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와 급속한 성장은 국내 많은 대학의 모범이 됨과 동시에 자극제로 작용하여 우리나라 교육계를 혁신하는데 크게 공헌했습니다. 이로 인한 몇몇 국내 대학의 급진적인 성장은 우리에게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선두에 있는 주자는 선두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포항공대도 타대학보다 계속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해가는 환경에 대응하여 시의적절하게 쇄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수도권의 많은 대학들은 포항공대 교수님들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유치해 가려고 갖은 수단을 쓰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포항공대를 굳건히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포항공대 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그 동안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1년간의 대행체제를 벗어나 새출발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침체되었던 학내 분위기와 팽배했던 위기의식을 말끔히 씻어내고, 밝은 내일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입니다. 소나기 후에 햇빛이 더욱 찬란하듯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 다음 다섯 가지를 제안하며, 포항공대 구성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바입니다.

첫째로 화합과 단합입니다. 금년 여름 교수연수회의 주제이기도 했던 이것이야 말로 포항공대가 제2의 도약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하겠습니다. 포항공대는 많은 구성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교수ㆍ연구원ㆍ학생과 함께 학교법인 이사님들과 직원들이 있습니다. 이들 구성원들은 맡은 바 임무가 다를뿐 아니라 이해관계도 상충될 때가 많기 때문에, 화합을 이룬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포항공대가 계속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대학과 재단간의 공고한 신뢰가 구축되어야 하며, 교수ㆍ직원ㆍ학생간의 화합이 필수적이라 봅니다. 이러한 화합과 단합은 대화와 설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둘째로는 행정의 효율화입니다. 대학은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시스템이면서도 조직적ㆍ학문적 질서를 정립해 나가는 유기체입니다. 이러한 대학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분권-분산 경영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학과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규제보다는 권장을 원칙으로 삼으며, 보직자들에게 필요한 권한을 이양함으로써 서로의 역할분담을 통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 학교 행정의 효율화를 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셋째로는 시대의 흐름에 알맞은 개혁의 필요성입니다. 포항공대는 장기계획으로 연구성과ㆍ분야ㆍ기술ㆍ제품 등에서 2010년까지 최소한 10개는 세계 최고를 성취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수님들이 자기 분야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하겠습니다. 교수평가 제도의 이원화 혹은 다원화라든지, 선택과 집중으로 포항공대의 강점분야를 택해 학제간 연구를 활발히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 등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학문적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일 수도 있고, 국가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산업체 관련 응용 연구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넷째는 세계화를 향한 노력입니다. 포항공대는 국내 최고가 목표가 아니고 세계적인 일류대학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포항공대가 이룩한 첨단 연구결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우리가 양성한 인재가 국제적 수준의 고급인재로서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교류가 더욱 증진되어야 하겠으며, 세계적인 석학을 교수로 초빙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국제적인 학술 행사를 원활히 치룰 수 있고 교수들의 대화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학술회관의 건립도 달성되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우면서도 꼭 필요한 것이 재원의 확보입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으며, 특히 기업들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어 도움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다행히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학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 하고, 개인당 국민소득 2만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최근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시책에 부응하여 포항공대가 할 수 있는 것은 많다고 봅니다. 포항공대의 우수성은 이미 검증되었으므로 국가의 대형 프로젝트 유치에 적극 노력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 동안 포항공대는 포스코의 많은 재정적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포스코가 민영화된 지금은 명분이 뚜렷해야만 지원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 포스코에 득이 되는 세계적인 연구결과를 내기 위해 탁월한 과학자를 유치하기 위한 석좌교수기금 등은 포스코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포항공대가 배출한 수많은 졸업생들도 이제는 모교의 발전을 위해 공헌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친애하는 포항공대 가족 여러분!

우리의 사명은 포항공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역사회, 국가, 나아가 세계에 공헌하고 인류의 복지와 행복을 위한 과학기술을 창달해야 합니다. 우리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포항시는 첨단과학기술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포항공대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국가과학기술정책 수립에 일조를 하며, 국제적으로는 포항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한 국제공동연구 등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친애하는 포항공대 가족 여러분!

포항공대의 장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긍정적인 사고와 가능성 사고를 가지고 면학 분위기 조성과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오리라 보며, 학교법인도 대학의 발전을 위해 재정적ㆍ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전임 총장님들이 이룩해 놓으신 좋은 전통은 계승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소신을 가지고 과감히 바꿔나갈 것을 다짐하며, 오늘 왕림하여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과 포항공대 가족 여러분의 계속적인 관심과 지도편달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리면서 취임사에 대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