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아세상] A.V. 매니아 심상규 학우
[매니아세상] A.V. 매니아 심상규 학우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1.11.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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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 제작자의 의도를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사운드 설비를 갖추고 싶어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디오를 단순히 소리를 재생시켜주는 전자 제품이 아닌 하나의 예술품으로 생각하며 아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여자로 상사병에 걸리지는 않아도 오디오로는 상사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오디오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 포스비 시삽을 맡기도 했던 심상규 학우(전자 박사과정)는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클래식 공부를 시작하면서 오디오의 음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던 그는 기기와 음반들의 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학부생 때는 한 번에 과외를 8개까지 하기도 했어요. 홈페이지 만드는 일도 했었고, 학원강사를 한 적도 있었죠. 그런데도 부족하더라구요” 라며 웃는 그가 현재까지 모은 LP와 CD, DVD는 천 여 장이 훨씬 넘는다. 여기게 오디오 세트, DVD 플레이어들까지 합치면 당장 팔아도 3000만원 정도는 된다고 한다.

“솔직히 여기는 나같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곳은 아닙니다. 옆방 사람들도 생각해야하니 밤에는 소리를 크게도 못내고 이사 한 번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원하는 물건 구하는 것도 쉽지 않구요.” 하지만 이러한 여건이 그의 취미에 제약을 가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포항 시내 레코드 가게는 섭렵한 지 오래고 원하는 정보는 인터넷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통하면 얻을 수 있다. 방은 당연히 자신의 취미를 이해해 주는 친한 사람과 사용하고 있다. 현재 방에 있는 책상 두 개는 오디오와 다른 기기들의 받침대로 이용되고 있고 학업 관련 서적은 공간 부족으로 모두 실험실에 있다고 하니 방이 생활 공간이라기보다는 음악을 위한 공간이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정원 가꾸는 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요” 그는 오디오에 왜 그리 집착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조금 더 좋은 소리를 찾다보면 기기에 붙은 전선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게 되죠. 새롭게 기기를 설치하고 나서 예전에 즐겨 듣던 음반을 들어보면 안 들리던 소리가 들려요.” 기기는 꼭 비싼 것이 좋은 건 아니라고 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이 기기들도 만든 회사와 나라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요. 잘 다듬어진 소리가 있는가 하면 좀 투박한 것도 있죠. 꼭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소리가 있거든요.”요즘은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가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부분은 DVD 관련 기기이다. 이미 100여장 이상의 DVD를 가지고 있는 그는 좀 더 생동감을 얻기 위해 HDTV (고해상도 텔레비전)를 사려고 ‘궁리’하고 있다. 실제로 그 방에서 잠깐 본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5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실감나는 사운드를 선보이며 TV만 좋은 것으로 교체하면 웬만한 영화관을 능가할 거란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이대로 계속 나가는 거죠.”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과 별 다를게 없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도 그의 오디오와 소리에 대한 욕구는 변하지 않을 듯 싶은 듯하다. “좀 더 좋은 것이 나오면 사서 업그레이드 하고, 다시 그걸로 음악을 들어보고.... 계속 반복되는 겁니다” 라며 그는 다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 기울였다.